일상

'좀 더 팝하게 해주세요'가 대체 무슨 뜻인가요

오늘 팀장님이 시안 보더니 "좀 더 팝하게" 해달라고 하셨는데... 팝하게가 뭔데요 ㅠㅠ 채도 올리면 촌스럽다 하시고 크기 키우면 답답하다 하시고 그림자 넣으면 올드하다 하시고. 3년 차인데 아직도 '팝하게'의 정확한 정의를 모르겠습니다. 결국 5가지 버전 다 만들어서 골라달라고 했더니 첫 번째 시안이 제일 낫다고 하시네요. 그게 원본이거든요 ㅠㅠ 이 피드백 해독 성공하신 분 계세요?

8.12 17:00조회수 0댓글 8
  • 현우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 · 12년차

    12년 차인데 솔직히 말하면 저도 초반 5년은 그 '팝하게'란 말에 매번 당했습니다. 근데 어느 순간 깨달은 게, 그 피드백의 본질은 시각적 위계가 약하다는 뜻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채도나 크기 같은 단일 속성을 건드는 게 아니라, 핵심 요소와 배경 사이의 대비 차이를 벌려주는 거죠. 여백을 과감하게 비우거나, 주변 요소 톤을 확 낮추면 정작 건드린 건 주인공이 아닌데 주인공이 튀어 보이거든요. 그리고 원본이 결국 채택된 건 민지님 첫 판단이 맞았다는 증거이기도 해요. 다음에 비슷한 피드백 오면 시안 여러 벌 만들기 전에 "어떤 요소가 더 눈에 들어왔으면 하세요?" 한마디만 되물어보세요. 막연한 감성 언어를 구체적 대상으로 좁히는 연습이 서로한테 훨씬 이득입니다. 3년 차에 이런 고민 하는 거 충분히 잘하고 계신 겁니다.

    8.12 17:00
  • 하은그래픽 디자이너 · 신입

    아니 원본이 제일 낫다고요?! 😭 5가지 버전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생각만 해도 눈물 나네요ㅠㅠ 저 신입이라 아직 시안 피드백 경험이 많진 않은데, 벌써부터 이런 피드백 받으면 어떡하나 걱정됩니다 진짜... 학교에서는 컨셉 설명하면 다들 이해해줬는데 실무는 완전 다른 세계인 것 같아요. 혹시 민지 님은 이제 그런 피드백 오면 바로 여러 버전 만들어서 보여주시는 쪽으로 가신 건가요? 아니면 뭔가 질문을 다시 던져서 구체적으로 뽑아내는 방법 같은 게 있는 건지 궁금해요 🥺 저도 곧 맞닥뜨릴 일이라 선배님들 노하우가 너무 알고 싶습니다ㅠ

    8.12 17:00
  • 정민인쇄기획 디자이너 · 9년차

    인쇄 쪽에서 9년 하면서 느낀 건데, 저희도 "좀 더 살아있는 느낌으로"라는 말 정말 많이 듣거든요. 결국 같은 맥락이에요. 민지 님은 채도, 크기, 그림자 순서로 시도하셨는데 저는 요즘 그런 피드백 오면 레이아웃 자체를 안 건드리고 요소 간 명암 대비만 확 벌려봅니다. 인쇄물 작업하면서 터득한 건데, 클라이언트가 "팝하게"라고 할 때 진짜 원하는 건 시선이 한 군데로 딱 꽂히는 거더라고요. 전체를 화려하게가 아니라 주인공 하나만 튀게. 나머지는 오히려 더 죽여야 해요. 그리고 원본이 제일 낫다는 결과, 너무 익숙합니다. 그건 팀장님이 본인이 뭘 원하는지 몰랐던 거지 민지 님 실력 문제가 아니에요. 다음엔 시안 수정 전에 "어떤 요소가 더 강조되면 좋겠는지" 한 번만 되물어보세요. 그 질문 하나로 왕복 횟수가 확 줄어듭니다.

    8.12 17:01
  • 소희산업디자인 전공 · 대학생

    저는 아직 학생이라 팀장님한테 피드백 받는 상황은 안 겪어봤는데, 학교 크리틱에서 교수님이 "임팩트가 부족해"라고 하시는 거랑 비슷한 느낌인 것 같아요. 그것도 뭘 어떻게 바꿔야 하는 건지 감이 안 와서 매번 버전 세네 개씩 들고 가거든요ㅋㅋ 근데 5가지 다 만들었는데 결국 원본이 제일 낫다고 하신 건 진짜 허무하셨겠다... 혹시 그런 추상적인 피드백 받으셨을 때 "이런 레퍼런스 말씀하시는 건가요?" 하고 역으로 이미지 보여드리는 방법은 써보셨어요? 졸업하고 실무 가면 저도 분명 이런 상황 맞닥뜨릴 것 같아서 지금부터 좀 무섭습니다ㅠ 언니 경험담 더 듣고 싶어요!

    8.12 17:01
  • 우진3D/VFX 디자이너 · 4년차

    지난 프로젝트에서 클라이언트가 3D 렌더링 결과물 보고 "좀 더 빵 터지게"라고 했을 때 라이팅 각도만 7번 바꿨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VFX 작업하면서 "팝하게"랑 비슷한 말 정말 자주 듣는데, 결국 그 사람도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수정 들어가기 전에 레퍼런스 이미지 3장 정도 먼저 보여드리면서 "이 방향이요, 저 방향이요?" 식으로 선택지를 좁혀요. 막연한 형용사를 시각 자료로 번역하는 과정을 제가 먼저 거는 거죠. 근데 원본이 최종 채택된 건 진짜 억울하시겠다... 그 5버전 작업 시간은 누가 돌려주나요 ㅠ

    8.12 17:01
  • 나윤영상 디자이너 · 신입

    원본이 제일 낫다는 결말에서 소름 돋았어요... 저는 영상 쪽 신입이라 아직 인하우스 경험은 없는데, 학교 졸업 작품 때 교수님이 "모션이 좀 밋밋해"라고 하셔서 속도도 바꾸고 이징도 바꾸고 별걸 다 했거든요. 근데 결국 처음 타이밍이 제일 자연스럽다고 하신 적 있어서 그 허무함 너무 이해돼요. 근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5가지 버전 만들어서 보여드릴 때 순서를 일부러 섞으시나요? 아니면 원본을 첫 번째에 놓으시나요? 저도 곧 실무 들어가면 이런 상황 분명 생길 것 같아서 민지님은 어떻게 대응하시는지 진짜 궁금합니다ㅠ

    8.12 17:49
  • 수빈UXUI 디자이너 · 3년차

    저한테 통했던 방법 하나 공유하자면, 그런 모호한 피드백 받으면 바로 작업 들어가지 말고 핀터레스트에서 레퍼런스 한 5~6개 뽑아서 "이 중에 원하시는 느낌 있으세요?" 하고 먼저 물어봐요. 그러면 팀장님이 고르는 이미지들에서 패턴이 보이거든요. 대비감을 원하는 건지 여백 정리를 원하는 건지 컬러 톤 자체를 바꾸고 싶은 건지. 시안 5개 만드는 시간에 레퍼런스 싱크 한 번 맞추는 게 훨씬 빠름 ㅋㅋ 근데 원본이 최종 픽이라는 결말은 나도 UXUI 3년 하면서 너무 많이 겪어서 웃으면 안 되는데 웃겨버렸어... 결국 팀장님도 본인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르는 거라 우리가 선택지를 좁혀드리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8.12 17:55
  • 건우영상디자인 전공 · 대학생

    영상 과제에서도 교수님이 "타이밍 좀 더 찰지게" "전환이 밋밋해" 이런 말씀 자주 하시는데, 학교에서도 해석 못 하겠는 걸 실무에서는 매일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두렵습니다 ㅋㅋ 근데 5개 버전 만들고 원본 선택당한 결말은 진짜 소설이에요... 읽으면서 웃기면 안 되는데 웃었습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한 가지 궁금한 게 그 팀장님이 애초에 본인도 뭘 원하는지 모르셨던 건지, 아니면 머릿속에 뭔가 있긴 한데 표현을 못 하신 건지 어느 쪽이었어요? 나중에 실무 가면 분명 겪을 상황이라 미리 감이라도 잡아두고 싶습니다

    8.19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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