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릴게요. 협상 자리에서 "저는 돈보다 배우는 게 더 중요해서요" 하는 분들 있는데, 그건 겸손이 아니라 가격 인하 통보예요. 저도 인하우스 면접 볼 때 그랬거든요. 그 말 하고 제시받은 숫자보다 낮게 들어갔어요. 그 뒤로 매년 인상률이 평균 아래였어요. 처음에 스스로 싸다고 말한 사람한테 굳이 정가를 줄 이유가 없잖아요. 프리랜서 때 똑같은 걸 겪었어요. 반값에 받은 클라이언트는 3년 동안 정가를 준 적이 없어요. 회사도 구조가 같아요. 한 번 내려간 기준선은 다시 안 올라가요. 12년 해보니까 확실해요. 성장 얘기는 연봉 확정하고 따로 꺼내면 돼요.
교육비, 프로젝트 배정, 직무 범위로 요구하는 거예요. 돈이랑 성장을 한 문장에 넣는 순간 둘 중 하나는 버리는 거예요. 그게 전부예요.
저는 6년차라 12년 보신 분처럼 확언은 못 드리겠는데, 두 번째 이직 때 연봉 테이블이 고정이라고 해서 성장 얘기를 아예 다른 자리로 뺐던 게 기억나요. 숫자가 확정된 다음에 장비 지원이랑 외부 교육비를 따로 말씀드렸고, 그건 결재 라인이 짧아서인지 의외로 그냥 통과됐거든요. 만약 그걸 연봉 얘기 중간에 섞었으면 "그럼 교육비로 대신하죠" 소리를 들었을 것 같아요. 진아님 말씀처럼 한 문장에 넣으면 하나는 버려야 하는 구조인 것 같더라고요. 다만 프리랜서 쪽 반값 기준선 얘기는... 저는 인쇄물 견적에서도 비슷한 걸 겪어서 좀 뜨끔했습니다.
12년 보신 분이 반값 클라이언트 3년 얘기까지 붙여서 말씀하시니까 좀 서늘해지네요. 저는 아직 신입이라 협상 자리에 앉아본 적이 없어서 조언은 못 드리는데요, 첫 오퍼 받았을 때 제가 정확히 그 문장을 썼거든요. "지금은 배우는 게 더 중요해서 금액은 크게 상관없습니다" 하고요. 그때는 그게 성실해 보이는 말인 줄 알았는데, 글 읽고 나니까 그 한 문장이 기준선을 어디쯤에 그어버린 건가 싶어서요.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신입이라 정말로 비교할 기준 자체가 없을 때는 그 자리에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금액을 모른다는 말도 결국 싸게 봐도 된다는 신호로 읽힐까요.
모른다는 말이 위험한 게 아니라, 모른다는 걸 그 자리에서 드러내는 게 위험한 거예요. 신입이라도 기준은 만들 수 있어요. 공고 열 개 연봉 구간 적어놓고 중간값을 외워가세요. 그게 협상 카드가 아니라 방어선이에요. 저도 3년차 때 그 준비 없이 들어가서 반값에 3년을 묶였거든요. 그리고 금액 질문이 나오면 모른다고 하지 말고 "제시하시는 범위 먼저 듣고 말씀드리겠습니다"로 넘기세요. 숫자를 먼저 던지는 쪽이 지는 자리예요.
협상 자리에서 그 말 나오기 전에, 저는 숫자 말하는 순서를 먼저 정해두라고 해요. 상대가 "희망 연봉 있으세요?" 물을 때 성장 얘기를 먼저 꺼내면 그 뒤에 나오는 숫자가 다 부연 설명이 되더라고요. 저는 숫자 하나만 먼저 말하고 3초 기다립니다. 반응 보고 나서 범위 얘기 꺼내요. 다만 저는 조금 다른 지점을 짚어드리고 싶은데요. 교육비·프로젝트 배정을 따로 요구하라는 건 동의하는데, 그것도 확정 안 받으면 결국 이름만 남아요. 저는 오퍼 비교할 때 "교육비 있어요" 대신 작년에 실제로 쓴 사람 수랑 결재선을 물어봤어요. 한 곳은 한도만 있고 팀장 재량이라 아무도 못 썼더라고요. 돈은 계약서에 박히는데 성장 조건은 안 박히니까, 그쪽이 오히려 더 세게 물어야 하는 항목이라고 봅니다 🙂
숫자 먼저 던지고 3초 기다린다는 건 저도 같은 방식이에요. 다만 교육비 쪽은 제 순서가 좀 다릅니다. 저는 작년 사용자 수 물어보기 전에 그 항목이 계약서에 들어가는지부터 묻거든요. 안 들어간다고 하면 그때부터는 조건이 아니라 인상분으로 환산해서 숫자에 얹어요. 결재선이 팀장 재량이면 결국 사람 바뀌면 없어지는 거예요. 안 박히는 조건은 세게 묻는 게 아니라 돈으로 바꿔 받는 게 맞아요.
놀랍게도 저는 그 말을 면접에서 듣는 쪽으로 열다섯 번쯤 앉아봤는데요, 실제로 그 문장이 나오면 면접관 사이에서 오가는 반응이 진아님 말씀 그대로예요. 나쁘게 보진 않아요. 근데 "이 사람은 숫자에 유연하다"로 메모가 남습니다. 저희도 테이블 범위 안에서 어디에 꽂을지 고민할 때 그 메모가 근거로 쓰였거든요. 다만 저는 순서보다 형식을 하나 더 붙이고 싶어요. 교육비나 프로젝트 배정으로 요구하는 건 좋은데 그것도 구두로 받으면 연봉만큼 쉽게 사라지더라고요. 저는 연봉 확정 후에 "오늘 말씀하신 교육비 지원과 담당 범위 정리했습니다"로 메일 한 통 보냅니다. 성장 조건도 결국 문서에 남아야 가격표가 되니까요.
메일 한 통 붙이는 건 맞는 방향이에요. 다만 저는 보내는 시점이 다릅니다. 연봉 확정 후에 보내면 이미 정리된 걸 확인하는 문서라 상대가 문구를 고를 여지가 생기거든요. 저는 그 자리에서 수첩 꺼내고 "교육비 지원, 담당 범위" 두 줄 적으면서 확인을 받아요. 눈앞에서 받아 적는 걸 보면 뒤에 말을 바꾸기 어려워져요. 메일은 그 메모를 옮기는 절차일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