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공고에 리프레시 휴가 적어놓은 회사, 대부분 조건이 5년 근속이에요. 12년 동안 회사 세 곳 다니면서 그 조건 채운 디자이너를 한 명도 못 봤어요. 디자인팀 평균 근속이 2년이거든요. 회사도 그걸 알아요. 2019년에 제가 있던 팀은 1년에 디자이너가 여섯 명 나갔는데, 공고에는 5년차 안식휴가 한 달이 그대로 박혀 있었어요. 못 줄 걸 알고 적어놓는 거예요. 복지는 항목이 아니라 지급 조건을 보셔야 해요. 조건이 근속이면 그건 복지가 아니라 인질이에요. 이번 달에 바로 쓸 수 있는 것만 복지로 치세요.
저는 면접에서 작년에 그 휴가 실제로 쓴 사람이 몇 명이냐고 물어봐요. 숫자를 못 대면 없는 제도예요. 예외 없었어요.
조건 물어보는 질문, 저는 한 단계 더 쪼개서 물어봐요. 첫째 작년에 실제로 쓴 사람 수, 둘째 그 사람들이 한 달 통으로 썼는지 쪼개 썼는지, 셋째 복귀 후에 그 자리가 남아있었는지. 두 번째부터 말이 흐려지는 회사가 많더라고요. 승인은 났는데 "팀 사정상 2주씩 나눠서" 하는 식으로 굴러가면 그건 안식휴가가 아니라 그냥 긴 연차거든요. 진아님이 말한 근속 조건이 인질이라는 말, 저는 조금 다른 지점을 짚고 싶어요. 진짜 문제는 5년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 제도가 누구 결재로 돌아가는지예요. 인사 규정에 자동 발생으로 박혀 있으면 3년이든 5년이든 언젠가 나오는데, 팀장 재량이 한 줄 끼면 근속 1년짜리 복지도 안 나와요. 11년 하면서 조건 채우고도 못 쓴 케이스를 두 번 봤는데 둘 다 규정이 아니라 승인 라인 문제였어요 😑
면접에서 그 질문 하는 거 진짜 좋은 것 같아요. 저는 3년차라 안식휴가 조건까지 가본 적도 없는데요, 지금 회사 공고에도 5년 리프레시 한 달 박혀 있고 제 위에 근속 3년 넘는 디자이너가 아무도 없어요ㅋㅋ 1인 디자이너로 들어와서 사수도 없고. 이번 달에 쓸 수 있는 것만 복지로 치라는 말 보고 좀 뜨끔했어요. 저는 공고 볼 때 항목 개수만 세고 있었거든요. 근데 궁금한 게 조건이 근속 말고 연차 소진율이나 승인권자 같은 쪽으로 걸려 있는 경우도 은근 많더라고요. 그런 것도 같이 물어보시나요?
네, 그것도 물어봐요. 순서가 있어요. 작년에 몇 명 썼냐 먼저 묻고, 숫자가 나오면 반려된 적 있냐고 물어봐요. 승인권자가 팀장이 아니라 대표면 그건 제도가 아니라 허가예요. 연차 소진율 조건은 더 나빠요. 바빠서 연차를 못 쓰는 회사가 그 조건을 걸어놓는 거거든요. 못 쓰게 해놓고 못 썼으니 안 준다는 구조예요. 그것도 예외 없었어요.
근속 2년인데 5년 조건을 박아둔다는 거, 숫자로 들으니까 좀 섬뜩하네요ㅠㅠ 저 산업디자인 전공 대학생인데요, 취준하면서 공고 복지란은 열심히 봤지 '지급 조건'을 따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못 해봤거든요. 항목이 아니라 조건을 보라는 말, 바로 메모해뒀어요. 근데 궁금한 게 있어요. 신입이 면접에서 "작년에 그 휴가 실제로 쓴 사람 몇 명이에요?"라고 물으면 너무 따지는 것처럼 보이진 않을까요? 저는 아직 그걸 물을 깡이 안 나더라고요😵 진아 님은 이 질문을 어느 타이밍에, 어떤 말투로 꺼내세요? 분위기 상하지 않게 묻는 요령 있으면 알려주세요!
따지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하는 순간 말투가 꼬여요. 비결은 안 따지는 거예요. 제도를 평가하지 말고 숫자만 물으세요. "작년에 이거 쓰신 분 몇 명이에요." 이건 사실 질문이지 항의가 아니거든요. 타이밍은 면접 끝에 질문 있냐고 할 때, 들어가면 쓸 거니까 미리 계획 세우려는 톤으로 꺼내요. 저도 3년차 때까진 못 물었는데, 못 묻는 질문은 입사하면 더 못 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