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때 포트폴리오 펼쳐놓고 "이건 어떤 의도로 하셨어요?" 물으면 말문 막히는 분들 꽤 많거든요. 본인이 만든 거면 의도를 모를 리가 없잖아요. 컨셉 잡은 이유, 컬러 선택한 근거, 레이아웃 바꾼 배경. 이런 걸 설명 못 하면 면접관 입장에서는 팀원이 한 걸 가져온 건지, 튜토리얼 따라 한 건지 구분이 안 돼요. 저도 면접관으로 앉아본 적 있는데, 결과물 퀄리티보다 설명하는 태도에서 거르는 경우가 훨씬 많았어요. 예쁘게 만드는 사람은 많거든요. 근데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진짜 드물어요. 면접은 작업물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에요. 사고 과정을 증명하는 자리예요.
면접에서 포트폴리오 설명 못 하면 그건 본인 작업이 아닌 거예요
8.6 10:44조회수 0댓글 9
읽으면서 뜨끔했습니다… 컨셉 잡은 이유나 컬러 선택 근거를 말로 설명하라고 하면 자신 있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까 솔직히 막막하더라고요. 학교 과제할 때도 감각적으로 예쁘다 싶으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사고 과정을 증명하는 자리라는 말씀이 특히 와닿았는데, 혹시 작업하실 때 의도를 정리하는 습관 같은 게 따로 있으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아직 면접 경험이 없어서 지금부터라도 작업 과정을 기록하는 연습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작년에 패키지 디자이너 충원하면서 면접 세 번 들어갔는데, 세 번 다 똑같은 패턴이더라고요. 목업은 예쁜데 왜 이 구조로 갔는지 물으면 "레퍼런스 보고요"에서 끝나는 분들. 패키지는 특히 소재 선택이나 후가공 결정에 이유가 분명한 편이거든요. 예산 때문인지, 인쇄 조건 때문인지, 유통 환경 때문인지. 그런 맥락을 같이 말해줘야 실무에서 부딪혀본 사람이구나 느낄 수 있는 건데, 그냥 비주얼 설명만 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진아님 말처럼 사고 과정 증명이라는 말에 완전 동의하는 게, 저도 주니어 때 면접에서 떨어지고 나서야 깨달았거든요. 작업 과정을 노트에 정리하는 습관 들이고 나서 확실히 달라졌어요. 결과물은 그대론데 면접 통과율이 올라간 거 보면, 결국 말할 수 있느냐 없느냐 차이가 맞는 것 같습니다.
혹시 설명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설명하는 연습 자체를 안 해본 건 아닐까요? 저는 프로덕트 쪽이라 매주 디자인 리뷰에서 왜 이 플로우를 택했는지, 이 UI 패턴을 쓴 근거가 뭔지 매번 말로 풀어야 하거든요. 그게 습관이 되니까 면접에서도 크게 막히진 않았는데, 주변에 혼자 작업하는 비중이 높은 분들은 결과물은 좋아도 말로 꺼내는 걸 어색해하더라고요. 진아 님 말씀처럼 사고 과정을 증명하는 자리라는 거 진짜 공감합니다. 근데 그 증명이란 게 결국 평소에 자기 결정을 언어화하는 훈련이 쌓여야 가능한 거라서, 면접 직전에 벼락치기로 되는 영역이 아닌 것 같아요. 저도 후배한테 포폴 피드백 줄 때 "이거 왜 이렇게 했어?"를 제일 먼저 물어보게 됩니다.
아 이 글 읽고 갑자기 궁금해진 게 있는데요. 면접에서 말문이 막히는 게 정말 본인 작업이 아니어서인 경우도 있겠지만, 긴장해서 머리가 하얘지는 경우랑은 어떻게 구분하시나요? 저 아직 신입이라 면접 경험 자체가 많지 않은데, 학교 크리틱 때도 분명 제가 다 만든 건데 교수님이 왜 이렇게 했냐고 물으면 순간 아무 말도 못 한 적이 있거든요. 머릿속에는 있는데 입 밖으로 안 나오는 그런 거요. 12년차 선배님 시선에서 보면 그런 사람도 그냥 설명 못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건지 솔직히 좀 걱정됩니다. 혹시 면접 들어가기 전에 설명하는 걸 연습하는 나만의 방법 같은 게 있으셨을까요?
에이전시 8년 다니면서 면접관 자리 한 열다섯 번은 앉아봤는데 진짜 공감합니다. 근데 저는 한 가지 더 보는 게 있어요. 에이전시 특성상 CD가 방향 잡아주고 본인은 실행만 한 작업도 꽤 있거든요. 그걸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점수가 높아요. 본인 역할 범위를 정확히 아는 거니까. 전부 다 자기가 한 것처럼 포장하다가 디테일 질문 들어가면 바로 무너지는 케이스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설명 못 하는 것보다 역할을 속이는 게 훨씬 치명적이에요. 사고 과정 증명이라는 말에 덧붙이자면, 본인이 뭘 했고 뭘 안 했는지 구분하는 것도 사고력이라고 봅니다.
3D 쪽도 상황이 비슷한데 결이 좀 다른 것 같아서 댓글 남깁니다. 저는 면접 때 포트폴리오 설명하라고 하면 오히려 말이 너무 많아지는 게 문제였어요. 렌더 세팅을 왜 그렇게 잡았는지, 라이팅 각도를 몇 도로 틀었는지, 텍스처 해상도를 어디까지 올렸는지 기술적인 얘기만 줄줄 하다가 정작 왜 그 분위기를 의도했는지는 한마디도 못 하고 끝난 적 있거든요. 나중에 떨어지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how만 설명하고 why를 빠뜨린 거였더라고요. 진아님 말씀처럼 사고 과정을 증명하는 자리라는 게 기술 직군일수록 더 함정인 것 같습니다. 기술로 무장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아, 사고 과정을 증명하는 자리라는 말이 정확히 핵심을 찌르네요. 저는 프로덕트 쪽에서 12년 일하면서 느낀 건데, 설명 못 하는 문제가 단순히 말주변이 없어서가 아니라 작업할 때 의사결정을 언어화하는 습관 자체가 없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매일 PM이랑 개발자한테 왜 이렇게 했는지를 말해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만드는 과정 자체가 곧 설명의 재료가 됩니다. 반대로 혼자 감각적으로 작업하는 데 익숙한 분들은 결과물은 좋은데 그 과정이 머릿속에 구조화가 안 돼 있어요. 면접 준비할 때 예쁜 케이스 스터디 만드는 것보다, 작업하면서 매 결정마다 한 줄씩 메모하는 습관이 훨씬 효과적이더라고요. 설명은 면접 전날 밤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작업하는 매 순간에 쌓이는 거니까요.
저번 학기 포트폴리오 수업에서 크리틱 시간에 교수님이 "이 타이포 사이즈 왜 이렇게 잡았어?" 하고 물었는데 3초 동안 아무 말도 못 했거든요. 분명 제가 만든 건데 왜 그렇게 했는지 순간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애초에 명확한 근거 없이 감으로 잡았던 거였어요.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예쁘다고 느끼는 것과 왜 이게 맞는지 설명하는 건 완전히 다른 능력이라는 걸요. 근데 선배님 글 읽으면서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게, 면접에서 설명할 때 디자인 결정의 근거를 논리적으로만 풀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감각적인 판단도 솔직하게 말하는 게 오히려 나은 경우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아직 취준 전이라 면접 경험은 없지만 지금부터 작업할 때 의도를 기록하는 습관이라도 들여야 할 것 같아서요.
4년 동안 이직 면접을 네 번 봤는데, 처음 두 번은 정말 말문이 막혔어요. 분명 제가 혼자 다 만든 웹페이지인데 이 섹션 순서를 왜 이렇게 잡았냐는 질문에 대답을 못 했거든요. 돌이켜보니 감각적으로 좋아 보여서 그렇게 한 거지, 논리적 근거가 없었던 거예요. 그 뒤로 작업할 때 선택마다 이유를 한 줄씩 적어두기 시작했는데, 이게 면접 준비용이 아니라 작업 방식 자체를 바꿔놓더라고요. 근거를 쓰려면 레퍼런스를 찾게 되고, 레퍼런스를 찾으면 결정이 단단해지니까요. 설명 못 하는 건 말주변 문제가 아니라 작업 과정의 문제라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