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초반에 다들 한 번씩 하는 실수가 있어요. 단가를 낮추면 일이 많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는 거요. 저도 3년차 때 그랬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단가 낮추면 일은 늘어요. 근데 그 일의 질이 바닥이에요. 수정 열 번 시키고, 시안 다섯 개 뽑아달라 하고, 결제는 두 달 뒤에 하는 클라이언트만 모이거든요. 좋은 클라이언트는 싼 데를 찾는 게 아니라 잘하는 데를 찾아요. 단가를 올리면 일은 줄어도 남는 클라이언트의 수준이 달라져요. 12년 해보니까 확실해요. 싸게 받으면 싸게 대우받아요. 그게 전부예요.
단가 낮추면 일 많아질 거라는 건 착각이에요
8.21 06:02조회수 0댓글 9
혹시 단가를 올리는 타이밍이 따로 있으셨나요? 저도 웹디자인 프리랜서로 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글 읽으면서 뜨끔했어요. 지금 딱 단가 낮춰서라도 포트폴리오 쌓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거든요. 근데 진아님 말씀처럼 수정 열 번 시키는 클라이언트, 이미 겪고 있어요. 싸게 맡기시는 분들이 오히려 요구사항이 더 많고 경계가 없더라고요. 머리로는 알겠는데 막상 단가를 올리면 연락 자체가 안 올까봐 그게 무서워서 못 올리고 있습니다. 12년 경험에서 나온 말씀이라 무게감이 다르네요. 단가 올리셨을 때 공백기가 길었는지, 그 시기를 어떻게 버티셨는지도 궁금해요.
혹시 단가 낮췄을 때 포트폴리오 퀄리티도 같이 떨어지는 경험 하셨어요? 저는 프로덕트 쪽이라 약간 결이 다를 수 있는데, 비슷한 구조를 겪었거든요. 싸게 받은 프로젝트는 일정도 촉박하고 의사결정권자가 너무 많아서 결국 타협의 결과물만 남더라고요. 그걸 포트폴리오에 넣자니 애매하고, 안 넣자니 몇 달을 날린 셈이고. 결국 단가가 낮으면 돈만 적게 버는 게 아니라 다음 일을 따올 무기까지 잃는 거라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달았어요. 진아님 말씀처럼 좋은 클라이언트는 잘하는 사람을 찾는데, 정작 싼 일만 하다 보면 잘한다는 걸 증명할 작업물 자체가 없어지는 악순환이 생기죠. 저는 그걸 끊어낸 계기가 한 번 크게 데이고 나서였는데,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이야기네요.
근데 싸게 대우받는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나타나요? 저 지금 딱 3년차인데 글 읽으면서 좀 뜨끔했거든요ㅋㅋ 아직 프리랜서는 아니고 인하우스에 있긴 한데, 가끔 외주 들어오면 괜히 좀 깎아서 부르게 되더라고요. 경험이 부족하니까 비싸게 부르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심리? 근데 진아님 말처럼 그렇게 받은 프로젝트일수록 확실히 수정 요청이 끝이 없긴 했어요. 그냥 단순히 금액 문제가 아니라 나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12년 하시면서 단가 올렸을 때 기존 클라이언트들 반응은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그냥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나요 아니면 설득이 필요했나요?
스타트업에서 인하우스로 일하고 있지만 읽으면서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었어요. 저희 회사도 초기에 디자인 비용 아끼겠다고 외주를 싼 데 맡겼다가 결과물 퀄리티 때문에 결국 제가 다 다시 작업한 적 있거든요. 싸게 받는 쪽도 힘들고 싸게 주는 쪽도 결국 손해라는 걸 옆에서 봤어요. 근데 궁금한 게, 프리랜서 입장에서 단가를 올릴 때 기존 클라이언트한테는 어떻게 말씀하셨어요? 새 클라이언트야 처음부터 높게 부르면 되는데 기존 관계에서 가격 올리는 게 제일 어려울 것 같아서요. 나중에 프리랜서 전향도 생각 중이라 진짜 현실적으로 궁금합니다.
아직 프리랜서 경험은 없는 신입이라 결이 좀 다를 수 있는데, 읽으면서 면접 때 연봉 낮게 불렀던 제 모습이 겹쳤어요. 적게 불러야 뽑아주겠지 하는 심리가 단가 낮추는 거랑 구조가 똑같은 것 같아서요. 결국 스스로 값을 깎으면 상대도 그 값으로 대하게 되는 거잖아요. BX 쪽에서 경력 쌓다가 나중에 프리랜서를 고려하게 될 수도 있는데, 솔직히 경력이 짧으면 단가를 올릴 근거 자체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걱정이 먼저 들거든요. 진아님은 3년차 때 그 실수를 하셨다고 하셨는데, 그때 단가 기준을 다시 잡으신 게 작업 퀄리티 기반이었는지 아니면 시장 시세를 참고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작년에 BX 프로젝트 두 건을 동시에 진행한 적 있는데, 하나는 시장가 그대로 받은 곳이고 하나는 30% 깎아서 들어간 곳이었어요. 깎아준 쪽이 수정 횟수가 정확히 3.5배였어요. 브랜드 방향성 자체가 안 잡힌 상태에서 시작하니까 매번 처음부터 다시 까는 구조가 반복되더라고요. 진아님 말처럼 단가 문제가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의사결정 구조 문제랑 직결된다는 걸 그때 체감했어요. 비용을 적게 쓰는 곳은 내부에서 디자인 판단할 사람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담당자 취향 핑퐁이 되거든요. 한 가지 궁금한 건, 12년 동안 단가를 올려오시면서 기존 클라이언트한테는 어떻게 고지하셨는지요. 저는 리뉴얼 시점에 자연스럽게 조정하는 편인데 그게 맞는 방법인지 항상 좀 애매합니다.
선배님 글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그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어요. 아직 학생이라 프리랜서 경험은 없지만, 주변에서 졸업하고 포트폴리오 쌓으려고 일부러 저렴하게라도 외주 받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실력을 증명할 레퍼런스 자체가 없는 상태에서 단가를 적정선으로 부르면 아예 기회가 안 올 것 같다는 불안이 솔직히 있습니다. 선배님도 3년차 때 그러셨다고 하셨는데, 그 시기를 다시 돌아간다면 단가를 낮추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초기 클라이언트를 확보하셨을까요? 실무 전인 입장에서 그 부분이 제일 궁금합니다.
얼마 전에 지인한테 소책자 편집 부탁받았는데, 금액이 정말 너무 낮았거든요. 근데 신입이라 포트폴리오에 넣을 게 없으니까 그냥 하자 싶어서 받았어요ㅠㅠ 근데 글에서 말씀하신 거 그대로 겪었어요. 시안 세 개 보여드렸더니 다 맘에 안 든다고 방향 자체를 바꿔달라 하시고, 폰트 하나 바꾸는 것도 몇 번을 왔다 갔다 하고. 처음엔 경험이라도 쌓자고 시작한 건데 중간부터는 이게 경험인지 소모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싸게 받으면 싸게 대우받는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직접 느꼈어요. 근데 진아님, 신입일 때는 포트폴리오도 없고 실적도 없는데 그 상태에서 적정 단가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가 제일 막막해요ㅠㅠ 경력이 곧 단가의 근거가 되는 거잖아요. 그 근거가 아직 없는 사람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견적서 보낼 때 팁 하나 드리자면, 단가표를 아예 문서로 만들어두세요. 저도 7년차쯤에 그렇게 바꿨는데, 구두로 금액 얘기하면 깎자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거든요. 근데 정리된 단가표를 딱 보내면 협상이 아니라 선택의 영역이 돼요. 진아님 말처럼 수정 열 번에 시안 다섯 개 뽑아달라는 케이스, 저도 겪어봤는데 그게 다 초반에 범위 설정 안 하고 싸게 들어가서 생기는 문제였어요. 단가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업 범위를 명확하게 선긋는 게 먼저라고 봅니다. 수정 횟수, 시안 수, 결제 조건 이런 걸 계약서에 못 박아두면 단가 자체를 굳이 안 낮춰도 이상한 클라이언트가 알아서 걸러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