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시 8년차인데 후배들 보면 수습 기간에 너무 긴장해서 오히려 역효과 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도 신입 때 3개월 수습 동안 매일 잘릴까 봐 쫄았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결국 스킬보다 태도를 더 봤던 것 같아요. 피드백 반영 속도, 모르는 거 질문하는 자세, 팀 분위기에 녹아드는 능력 이런 거요. 근데 요즘은 또 다를 수도 있잖아요. 신입분들은 수습 때 제일 신경 쓰는 게 뭐예요? 팀장급 분들은 수습 때 뭘 제일 눈여겨보시나요?
신입 때 수습 기간 동안 뭘 보여줘야 살아남나요?
8.15 05:55조회수 0댓글 9
음 근데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는 거 어느 정도 맞긴 한데, 저는 좀 다르게 느꼈어요. 수습 때 태도 좋은 건 기본이고 결국 아웃풋이 일정 수준은 돼야 살아남더라고요. 저 수습 끝나고 같이 들어온 동기 한 명이 떨어졌는데 그 친구 태도는 진짜 좋았거든요. 질문도 잘하고 분위기도 잘 맞추고. 근데 피드백 반영한 결과물이 계속 방향을 못 잡으니까 결국 안 됐음. 저는 오히려 수습 때 질문보다 혼자 일단 해보고 나서 "여기까지 해봤는데 이 부분이 판단이 안 서요"라고 가져가는 게 더 먹혔던 것 같아요. 팀장님이 그때 그게 좋았다고 나중에 말씀해주셨거든요ㅋㅋ 물론 에이전시랑 인하우스 분위기가 다를 수 있긴 한데, 혹시 에이전시 수습은 속도 비중이 더 큰 편인가요?
저 수습 3개월 중에 2번이나 담당 프로젝트가 바뀌었거든요. 스타트업이라 그런 건데, 그때 느낀 건 스킬이나 태도 이전에 적응 속도가 진짜 살벌하게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월요일에 받은 피드백을 화요일 오전까지 반영 못 하면 이미 방향이 틀어져 있는 환경이라서요. 태현님 말씀하신 피드백 반영 속도랑 맥락은 비슷한데, 에이전시랑 스타트업은 그 속도의 기준 자체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수습 때 제일 도움 됐던 게 매일 퇴근 전에 그날 작업물 중간 공유한 거예요. 완성도 낮아도 일단 보여주니까 팀장님이 방향 잡아주시기도 편했고, 혼자 삽질하는 시간이 확 줄었거든요. 근데 이것도 스타트업이라 가능했던 건지, 에이전시에서는 미완성 시안 공유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일 수도 있나요?
수습 기간에 실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보시는 편이에요? 저는 인쇄기획 쪽에서 9년째 일하고 있는데, 솔직히 이 바닥은 실수 한 번이 곧 인쇄사고로 직결되거든요. 별색 지정 잘못하거나 재단선 빠뜨리면 수백만 원 날아가는 거라, 신입한테 스킬을 기대하진 않지만 본인이 작업한 파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체크하는 습관이 있는지는 꽤 일찍 드러나더라고요. 태현님 말씀처럼 피드백 반영 속도도 중요한데, 저는 거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같은 피드백을 두 번 받는지 여부요. 한 번 수정 요청 받은 걸 다음 작업에서도 똑같이 놓치면 그건 좀 치명적이었어요. 반대로 한 번 짚어줬는데 다음부터 알아서 챙기는 후배는 확실히 눈에 들어오고요. 에이전시랑 인쇄기획이 결이 좀 다르긴 하지만, 결국 디테일에 대한 감각은 업종 불문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에이전시랑 인하우스에서 수습 때 보는 포인트가 좀 다르지 않을까요? 저는 프로덕트 쪽 5년차인데, 제가 수습 받을 때 제일 중요했던 건 제품 맥락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느냐였거든요. 에이전시는 프로젝트 단위로 돌아가니까 실행력이 바로 눈에 보일 텐데, 인하우스는 왜 이 구조로 설계됐는지를 먼저 질문하는 사람이 결국 더 오래 살아남더라고요. 태현님 말씀처럼 피드백 반영 속도도 당연히 중요한데, 반영만 빠르고 의도를 안 물어보는 신입은 나중에 같은 피드백이 반복돼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건, 수습 기간은 회사가 나를 평가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나도 이 팀이 맞는지 판단하는 시간이라는 거요. 그 관점을 가지면 긴장이 좀 줄어들더라고요.
수습 시작한 지 이제 딱 5주째인데, 태현님이 말씀하신 피드백 반영 속도라는 게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BX 가이드라인 작업에서 수정 요청 받으면 방향 자체를 이해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거든요. 빠르게 고쳐서 내는 게 나은 건지, 좀 늦더라도 왜 그렇게 수정했는지 정리해서 같이 보여드리는 게 나은 건지 매번 판단이 안 서요. 모르는 거 질문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솔직히 하루에 질문을 몇 번까지 해도 괜찮은 건지도 감이 없습니다. 너무 자주 물으면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어 보일 것 같고, 안 물으면 혼자 끙끙대다 시간만 날리는 거고요. 8년차 시선에서 그 적정선이 어느 정도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수습 때 제일 도움 됐던 건 속도보다 맥락 파악이었어요. 저 인하우스 3년차인데 수습 때 빨리 해내는 것만 신경 쓰다가 방향 자체가 틀어져서 처음부터 다시 한 적이 몇 번 있었거든요 ㅠㅠ 그때 팀장님이 빠른 거보다 맞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그 말이 맞았음. 근데 솔직히 수습 기간에는 그 맥락을 파악할 여유가 없어요. 매일 긴장 상태에서 질문하는 것도 눈치 보이고, 모르는 거 물어보라고 해놓고 정작 바빠서 대충 답해주는 선배도 있고 ㅠㅠ 태현님 말씀처럼 태도가 중요한 거 맞는데, 그 태도를 보여줄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팀 쪽 몫 아닌가 싶어요 솔직히. 신입한테 알아서 녹아들라고만 하는 건 좀 무책임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음
저 수습 때 첫 달에 교정 실수를 12번 했었어요. 편집 쪽이라 오탈자나 단 떨어짐 같은 게 하나하나 다 눈에 보이거든요. 그때 선배가 해준 말이, 실수 개수 자체보다 같은 걸 반복하느냐를 본다고. 그래서 둘째 달부터 제가 틀렸던 것들을 노션에 정리해서 체크리스트처럼 쓰기 시작했는데, 그게 정규직 전환 면담 때 팀장님이 직접 언급하실 정도로 인상 깊었다고 하더라고요. 태현님 말씀처럼 태도가 핵심인 건 맞는데, 저는 그 태도의 실체가 결국 자기 실수를 구조화할 줄 아느냐에 가깝다고 느꼈어요. 피드백 반영 속도도 중요하지만 왜 그 피드백이 나왔는지를 기록하고 패턴을 찾는 사람이 오래 가더라고요. 4년차밖에 안 됐지만 후배 한 명 옆에서 지켜본 경험으로는 그랬습니다.
아 태현님 글 읽는데 심장이 쿵 했어요 😭 저 지금 딱 수습 2개월 차 신입인데, 팀 분위기에 녹아드는 능력이라는 말이 제일 와닿으면서도 제일 어려운 부분이거든요. 스킬이나 피드백 반영은 그래도 노력하면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오는데, 팀에 잘 스며드는 건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를 도저히 모르겠어서요… 혼자 점심 안 먹으려고 타이밍 보는 것도 일이고, 회의 때 의견을 내야 하나 조용히 있어야 하나 매번 고민돼요 ㅠㅠ 선배님들 눈에는 이런 게 티가 나는 건가요? 너무 애쓰는 게 보이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 경계가 어딘지 늘 궁금해요 🥲
태도가 중요하다는 건 맞는데 한 가지 빠졌어요. 수습 기간에 보여주는 태도가 그 사람의 진짜 태도인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긴장해서 열심히 하는 거랑 원래 성실한 건 완전히 다른 거예요. 저는 12년 동안 수습 평가를 스무 번 넘게 했는데, 진짜로 보는 건 딱 하나였어요. 지시 없을 때 뭘 하는지. 할 일 다 끝나고 멍하니 앉아 있는 사람이랑, 옆 사람 작업 구경이라도 하는 사람이랑은 6개월 뒤에 완전히 다른 디자이너가 돼 있어요. 예전에 수습 때 작업 속도 빠르고 피드백 반영도 칼같던 후배가 있었는데, 정규직 전환되고 나서 바로 늘어지더라고요. 수습 때 본인 한계치를 보여준 거라 그 이후로는 내려갈 일밖에 없었던 거예요. 살아남는 게 목표면 3개월은 버텨요. 근데 그다음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