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신입이라 회의록 정리가 맨날 제 몫인데 정상인가요?

입사한 지 6개월 됐는데 팀 회의할 때마다 회의록 정리가 항상 제 몫이에요 ㅠㅠ "하린이가 정리 잘하니까~"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넘어오는데... 디자인 작업 시간도 부족한데 회의록까지 깔끔하게 정리하려니까 진짜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그렇다고 싫다고 하기엔 분위기가... 신입 때 다들 이런 잡무 어떻게 처리하셨어요? 슬쩍 빠지는 방법 있을까요 ㅠㅠ

8.19 06:40조회수 0댓글 18
  • 세진프로덕트 디자이너 · 신입

    솔직히 약간 다른 시각일 수 있는데요, 저는 회의록 정리가 오히려 신입한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회의 흐름이랑 의사결정 과정을 제일 꼼꼼히 볼 수 있는 위치잖아요.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이 자발적으로 하고 싶을 때 얘기고... 하린님처럼 매번 당연하다는 듯이 떠넘겨지면 그건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저도 프로덕트 쪽 신입인데 비슷하게 QA 정리 같은 게 슬금슬금 제 일이 되어가는 느낌이라 남의 얘기가 아니에요 ㅠㅠ 근데 슬쩍 빠지는 방법은 저도 모르겠어서요... 혹시 팀에 다른 신입분은 안 계신 건가요? 돌아가면서 하자고 제안해보신 적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8.19 06:41
  • 재민모션 디자이너 · 3년차

    혹시 회의록 정리하면서 "이거 내가 왜 하고 있지?" 싶은 순간이 하루에 몇 번쯤 오세요? ㅋㅋㅋ 저도 1년차 때 똑같은 루트 탔거든요. 모션 작업 렌더 돌려놓고 그 사이에 회의록 정리하고 있으면 진짜 현타가 장난 아니었음. 근데 저는 어느 순간부터 회의록을 일부러 좀 대충 쓰기 시작했어요. 완벽하게 잘하니까 계속 시키는 거라서요. 핵심만 불릿으로 딱딱 치고 예쁘게 꾸미는 거 과감하게 빼버렸더니 한 두 달 뒤에 슬그머니 다른 분한테 돌아가더라고요. 잘하는 게 죄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님 ㅠ 다만 대놓고 거부하는 건 분위기상 좀 그러니까 퀄리티를 살짝 조절하는 쪽이 현실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하린님 정리력이 좋은 건 장점인데 그걸 회의록에만 쓰긴 아깝잖아요

    8.19 06:41
  • 도윤BX 디자이너 · 7년차

    저 3년차쯤에 후배가 들어왔을 때 비로소 회의록에서 해방됐는데, 그 전까지 2년 넘게 도맡았어요. 근데 돌이켜보면 슬쩍 빠지려고 했던 게 오히려 오래 끌었던 것 같아요. 결국 해결된 건 팀장한테 "회의록 정리에 평균 40분 정도 쓰고 있는데, 이게 제 업무 우선순위에서 어디쯤인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했을 때였거든요. 싫다고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라는 팩트를 꺼내는 거예요. 대부분 윗사람들은 회의록이 얼마나 시간 잡아먹는지 체감을 못 해요. 하린님이 정리 잘한다는 건 사실 꼼꼼하다는 뜻이니까 그건 좋은 평가인데, 그게 본업을 깎아먹으면 안 되잖아요. 감정 말고 숫자로 말하면 분위기 안 깨지면서도 선 그을 수 있어요.

    8.19 06:41
  • 윤서브랜드 디자이너 · 6년차

    회의록 양식을 한번 템플릿화해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저도 신입 때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매번 백지에서 정리하려니까 시간이 배로 들더라고요. 날짜, 참석자, 안건, 결정사항, 액션아이템 이렇게 틀을 딱 잡아두면 회의 중에 거의 실시간으로 채울 수 있어서 작업 시간 빼앗기는 느낌이 훨씬 줄어들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3~4개월 정도 그렇게 효율적으로 정리하신 다음에 팀 리드분께 "이 템플릿이면 누구든 정리 가능할 것 같은데 돌아가면서 해보는 건 어떨까요?" 하고 제안해보세요. 싫다고 직접 거절하는 것보다 시스템을 만들어서 자연스럽게 분산시키는 게 분위기도 안 깨지고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잡무처럼 느껴지시겠지만, 정리력이 좋다는 건 실무에서 꽤 강점이니까 지금은 그 역량을 구조화하는 데 써보시면 좋겠어요.

    8.19 06:45
  • 나윤영상 디자이너 · 신입

    혹시 회의록 정리하면서 디자인 업무 마감 밀린 적은 없으세요? 저도 영상 쪽이라 직접 회의록을 도맡진 않는데, 대신 촬영 자료 정리나 폴더 분류 같은 게 항상 저한테 와요. "나윤이 꼼꼼하니까" 이 한마디가 무섭더라고요 ㅋㅋ 한번 잘하면 그게 고정 업무가 돼버리는 느낌이랄까. 근데 저는 솔직히 싫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걱정되는 게, 팀에서 저를 디자이너가 아니라 정리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까봐 그게 좀 무서워요. 하린님도 혹시 그런 생각 드신 적 있으신지 궁금해요. 잡무를 잘한다는 인식이 나중에 디자인 역량 평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그 부분이 저도 요즘 계속 고민이거든요.

    8.19 06:45
  • 채원스타트업 디자이너 · 3년차

    스타트업이라 상황이 좀 다를 수 있는데, 저도 입사 초반에 회의록이랑 각종 문서 정리가 다 제 일이었거든요. 근데 하린님 글 읽으면서 느낀 게, "정리 잘하니까"라는 말이 칭찬 같으면서도 은근 프레임 씌우는 거잖아요. 잘한다고 계속 시키는 건 좀 아닌데. 저는 한 8개월쯤 됐을 때 팀장한테 "회의록 정리하는 시간에 디자인 시안 하나 더 뽑을 수 있다"고 솔직하게 얘기했어요. 숫자로 보여주니까 의외로 금방 납득하시더라고요. 분위기 때문에 말 못 하겠다는 마음 완전 이해하는데, 싫다고 하는 게 아니라 업무 효율 관점에서 풀어보면 받아들이는 쪽도 부담이 덜해요. 6개월이면 아직 초반이긴 한데 지금 말 안 하면 1년 2년 가요 진짜로ㅋㅋ

    8.19 06:58
  • 수빈UXUI 디자이너 · 3년차

    "하린이가 정리 잘하니까~" 이 말이 제일 무서운 거 아는데 ㅋㅋㅋ 나도 2년차 초반까지 거의 똑같은 상황이었어서 읽으면서 좀 찔렸어. 잘한다는 말이 칭찬이 아니라 고정 업무 확정 통보인 거 체감되는 순간이 옴 진짜로. 근데 나는 좀 다른 방식으로 빠졌는데, 회의 중에 피그마로 실시간 작업하는 척을 좀 했거든 ㅋㅋ 화면 공유하면서 시안 수정하고 있으면 아 쟤 지금 바쁘구나 하고 다른 사람한테 넘어가더라고. 물론 이건 좀 꼼수긴 한데 대놓고 싫다고 하기 어려운 분위기면 자연스럽게 "저 오늘 시안 마감이라 기록은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특정 날만 빠지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일 듯. 매번 빠지면 티나니까 격주로 한 번씩만이라도. 6개월이면 아직 바꿀 수 있는 타이밍이야 화이팅 ㅠ

    8.19 06:59
  • 지원프로덕트 디자이너 · 5년차

    회의록 맡고 계신 김에 한 가지 시도해보시면 좋을 게, 정리할 때 단순 기록이 아니라 디자인 관련 의사결정 근거를 별도로 하이라이트해서 남겨보세요. 저도 신입 때 프로덕트 쪽 회의록을 거의 전담했는데, 그때 "이 방향은 OO 이유로 확정됨" 같은 식으로 맥락을 붙여놨더니 나중에 기획이 뒤집힐 때 제가 정리해둔 기록이 근거자료가 됐거든요. 그러면 단순 잡무가 아니라 하린 님이 팀 내 의사결정 흐름을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이 되는 거라, 발언권도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지금 상황을 활용하는 거고, 3개월 정도 뒤에는 "회의록 작성도 돌아가면서 하면 어떨까요?"라고 가볍게 한번 꺼내보시는 게 좋아요. 그때쯤이면 충분히 잘해왔다는 게 증명된 시점이라 거절당할 확률이 훨씬 낮거든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8.19 07:01
  • 소라패키지 디자이너 · 5년차

    회의록 정리 시간을 한번 실제로 측정해보세요. 저도 패키지 쪽에서 신입 때 샘플 발주 정리랑 인쇄소 컨택 기록이 죄다 제 몫이었거든요. 근데 어느 날 "이거 매번 30~40분씩 잡아먹힌다"는 걸 숫자로 팀장님한테 보여드렸더니 반응이 달라지더라고요. 싫다고 직접 말하면 분위기 깨지잖아요, 숫자는 감정 빼고 상황을 전달해줘요. "회의록에 주 2시간 쓰고 있는데 그 시간이면 시안 하나 더 뽑습니다" 이런 식으로 풀면 팀 입장에서도 업무 재배분할 명분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잡무를 거부하는 것보다 내 본업 결과물로 존재감 확실히 잡는 게 먼저예요. 작업 퀄리티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팀에서도 "걔한테 회의록 시키기 아깝다" 소리가 알아서 나옵니다.

    8.19 07:01
  • 소영BX 디자이너 · 8년차

    저는 8년차인데도 아직 회의록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않아요. 직급이 올라가면 안 하게 되는 게 아니라, 클라이언트 미팅 기록은 여전히 제가 씁니다. 다만 결정적으로 달라진 건 "정리 잘하니까"가 아니라 "이 프로젝트 맥락을 제일 잘 아니까"로 이유가 바뀌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슬쩍 빠지는 법보다는, 6개월차에 그 말을 듣고 계신 게 좀 걸려요. 정리를 잘해서 맡기는 거면 그건 그냥 손이 빠른 사람한테 몰아주는 거잖아요. 저도 신입 때 똑같은 칭찬 들으면서 3년을 썼고, 그게 제 포트폴리오에 남긴 건 별로 없었습니다.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시는 감각이 맞다고 봐요. 다만 팀 분위기가 어떤지는 제가 모르니까... 혹시 회의 끝나고 정리하는 데 실제로 몇 시간씩 쓰시는 건가요? 그 정도면 작업 시간 밀린다고 말할 명분은 충분할 것 같은데.

    9.11 07:45
    • 하린작성자편집 디자이너 · 신입

      소영님 말씀 들으니까 좀 정신이 드네요. 실제로 회의 자체는 한 시간인데 정리하는 데 두 시간씩 걸려요. 발언 그대로 옮기면 안 읽으니까 결정사항이랑 액션아이템 나눠서 다시 쓰거든요. 근데 그렇게 공들여도 다음 회의 때 참고하는 사람은 거의 없더라고요. 맥락을 아는 사람이 쓰는 거랑 손 빠른 사람한테 몰아주는 거랑 다르다는 말씀이 제일 와닿았어요. 저는 후자 쪽인 것 같아서요. 혹시 소영님은 그 3년 지나고 어떤 계기로 이유가 바뀌셨어요?

      9.11 07:45
      • 소영BX 디자이너 · 8년차

        3년쯤 됐을 때 제가 정리한 회의록을 아무도 안 보는 게 억울해서 한번 대충 써봤어요. 그랬더니 3주 뒤에 "그때 이거 왜 이렇게 결정됐죠?" 하는데 아무도 답을 못 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안 읽혀도 그 기록 있는 사람이 결국 결정 근거를 쥐고 있다는 걸요. 그다음부터는 남 보여주려고가 아니라 제가 근거를 갖고 있으려고 썼어요. 그러니까 분량도 확 줄었고요.

        9.11 07:45
        • 하린작성자편집 디자이너 · 신입

          저도 딱 그 억울함 단계인 것 같아요 ㅠㅠ 아무도 안 보는 걸 예쁘게 정리하고 있으니까요. 결정 근거를 제가 쥔다는 관점은 생각도 못 했어요. 말씀 듣고 보니 제가 쓰는 회의록은 결론보다 발언 옮겨적기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분량 줄이셨다는 게 결정이랑 그 이유만 남기신 건가요?

          9.11 07:46
          • 소영BX 디자이너 · 8년차

            네, 딱 그거예요. 저는 결정된 것, 그 이유, 다음에 누가 뭘 하는지 이 세 줄만 남겨요. 발언 옮겨적기는 아예 버렸고요. 그러니까 오히려 회의 중에 "그래서 이건 결정된 건가요?" 하고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정리 시간도 반으로 줄었고, 나중에 말 바뀔 때 제가 근거가 있어서 마음이 편해요.

            9.11 07:46
            • 하린작성자편집 디자이너 · 신입

              정확히 그 세 줄이면 충분한 것 같아요. 저도 이번 주 회의부터 발언 옮겨적기는 그만두고 결정, 이유, 다음 담당자만 적어봤는데 정리 시간이 확 줄었어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회의 중에 "이거 결정된 거 맞죠?" 하고 물어보니까, 신입이 껴들기 애매한 자리에서도 제 역할이 생긴 느낌이라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9.11 07:46
              • 소영BX 디자이너 · 8년차

                저도 딱 그 세 줄만 남기니까 회의록이 업무가 아니라 제 기록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거 결정된 거 맞죠?" 물어보는 게 쌓이니까 나중엔 팀에서 저한테 먼저 확인하러 오던데, 하린님도 몇 달 지나면 그 역할이 은근히 힘이 된다는 걸 느끼실 거예요.

                9.11 07:47
                • 하린작성자편집 디자이너 · 신입

                  소영님 그 말씀 들으니까 좀 마음이 놓이네요. 사실 저도 요즘 회의 끝나고 "이거 결정된 거 맞죠?" 한 번 물어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괜히 눈치 보였거든요. 근데 그날 결정 안 난 게 명확해지니까 저도 다음 작업 잡기가 훨씬 편하더라고요. 세 줄만 남기는 것도 이번 주부터 해보려고요. 몇 달 뒤에 저도 그 느낌 알면 좋겠어요!

                  9.11 07:47
                  • 소영BX 디자이너 · 8년차

                    저도 처음엔 그거 물어보는 게 왜 그렇게 어렵던지요 ㅋㅋ 근데 몇 번 하다 보면 팀에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오히려 "아 맞다 그거 안 정했지" 하면서 다들 정리되는 분위기가 됐어요. 세 줄 정리도 처음 한두 주만 어색하지 금방 손에 붙어요. 저는 이제 그거 안 하면 오히려 불안하더라고요.

                    9.1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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