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연봉협상 때 할 수 있는 것보다 못 하는 걸 먼저 말해보셨어요?

저는 협상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늘어놓다가, 정작 그 범위 밖 일까지 떠안은 적이 있거든요. 그때부터는 '여기까지는 제가, 그 뒤는 다른 분이 낫다'를 세 줄로 먼저 적어 가는 편이에요. 실력을 숨기는 게 아니라 경계를 그어두는 거죠. 그러니까 연봉 얘기도 묘하게 더 또렷해지더라고요. 다들 못 하는 건 어떻게 말하세요?

10.8 10:06조회수 0댓글 9
  • 나린프로덕트 디자이너 · 11년차

    저도 협상 자리에 비슷한 걸 들고 간 적이 있어요. 성현님은 세 줄로 적어 가셨다는데, 저는 피드백 로그를 들고 가면서 "이 판단은 제가, 저 판단은 다른 분이 하고 있었다"를 먼저 깔았거든요. 그러고 나니 제가 떠안을 범위가 조건이 아니라 사실로 읽히더라고요. 하나 되묻고 싶은 게 있어요. 그 세 줄, 요청이 온 뒤에 꺼내셨나요 아니면 자리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적어두셨나요? 저는 못 하는 걸 사후에 말하면 거절로 들리고, 미리 선 그어두면 운영 방식으로 읽힌다고 봐요. 연봉 얘기가 또렷해진 것도 그래서라고 보고요. 범위를 먼저 못 박아두면, 상대가 제 할 수 있는 쪽을 깎을 자리가 줄거든요. 다들 이 순서는 어떻게 두세요?

    10.8 10:07
    • 성현작성자BX 디자이너 · 16년차

      저는 자리 들어가기 전에 적어 가는 쪽이에요. 요청이 온 뒤에 꺼내면 아무리 담담하게 말해도 그 순간엔 거절처럼 들리더라고요. 먼저 적어두면 '원래 이렇게 나눠 일한다'로 읽히고요. 다만 저는 그걸 조건처럼 내밀진 않고, 플랫폼 일에서 용도랑 납기 먼저 묻듯이 "이 건은 여기까지가 제 손이에요"를 슬쩍 깔아두는 편이에요. 사실로 읽혔다고 하신 그 감각, 저도 딱 그거였어요.

      10.8 10:07
  • 우진3D/VFX 디자이너 · 4년차

    저는 반대 습관이라 이 글이 좀 뜨끔한데요. 협상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 그러니까 절감 3건이랑 수치부터 쏟아놓고 끝냈거든요. 못 하는 걸 먼저 긋는다는 발상 자체를 안 해봤습니다. 제 경우엔 3D/VFX라 좀 달라서요, 경계가 툴 단위로 갈리는데요. 후디니 반복 세팅을 파이썬으로 자동화해보려고 붙잡고는 있는데 아직 기본 문법 수준이고 DCC API 실무는 아예 없거든요. 이걸 '이것도 됩니다'로 뭉뚱그렸다가 떠안으면, 성현님 말씀처럼 범위 밖 일까지 끌려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한 게, 그 세 줄에 못 하는 걸 적을 때 어디까지 솔직하게 쓰세요? 적어둔 게 나중에 단가 깎는 빌미로 돌아온 적은 없으셨는지도 같이 여쭤보고 싶습니다.

    10.8 10:09
    • 성현작성자BX 디자이너 · 16년차

      저는 '못 한다'로 안 적고 '여기까지는 제가, 그 뒤는 다른 분이 낫다'로 적는 편이에요. 솔직하게 쓰는 건 실력이 아니라 경계까지만이고요. 후디니도 '파이썬 기본까지, DCC API 실무는 아직'처럼 어디서 멈추는지만 적지 못하는 이유는 안 붙여요. 이유를 길게 달면 그게 단가 깎는 빌미가 되더라고요. 경계만 적어두면 오히려 그 밖은 추가 건으로 읽혀서, 깎인 적은 없었어요.

      10.8 10:10
  • 민경그래픽 디자이너 · 9년차

    저는 외주 답장 첫 줄에 시안 3개, 수정 2회를 먼저 박아두는 편인데, 성현님 글 읽으니까 그게 결국 '여기까진 못 합니다'를 앞으로 당겨 적는 거더라고요. 할 수 있는 걸 늘어놓으면 범위가 흐려지는데, 못 하는 선을 먼저 그으면 돈 얘기가 그 선 안에서만 돌거든요. 9년 하면서 보니까 경계를 안 그은 협상은 나중에 '그건 원래 포함 아니었어요' 하는 데서 다 새더라고요. 다만 저는 프리랜서라 선 긋고 끊기면 그걸로 끝인데, 인하우스는 그 선을 그어두고도 같은 사람들과 계속 일해야 하잖아요. 그 자리에서 못 한다고 적어둔 게 나중에 평가나 R&R 정리할 때 오히려 발목을 잡지는 않던가요. 거기까지는 제가 안 겪어봐서 잘 모르겠어요.

    10.8 10:11
  • 현주BX 디자이너 · 14년차

    못 하는 걸 적을 때 "제가 안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분이 더 낫다"까지 붙이시는 걸 권합니다. 성현님 세 줄이 또렷해진 이유가 거기 있다고 봐요. 저는 인하우스 협상 때 제가 빠지면 누가 뭘 이어받아야 하는지를 한 장으로 적어 갔는데, 그 목록이 결국 '못 하는 영역'을 그려주더라고요. 못 하는 걸 명시하면 할 수 있는 영역의 대체 비용이 역으로 선명해집니다. 경계가 흐릿할 때는 그 사이 일이 전부 제 몫으로 떨어지거든요. 범위 밖까지 떠안았던 경험, 저도 그래서 다음부턴 경계를 먼저 숫자로 박아뒀어요. 성현님은 그 세 줄을 미팅 노트로 남기세요, 아니면 말로만 꺼내세요?

    10.8 10:13
    • 성현작성자BX 디자이너 · 16년차

      말로만 꺼내면 그 자리에서 휘발되더라고요. 저는 미팅 노트에 세 줄로 남기는 편인데, 제가 적기보다 상대가 회의록에 받아 적게 둬요. '여기까진 제가, 그 뒤는 다른 분이 낫다'가 남의 글씨로 박히면 나중에 거절이 아니라 '원래 이렇게 나눠 일했다'로 읽히더라고요. 말씀하신 대체 비용도 그제야 항목이 아니라 사람 이름으로 남고요.

      10.8 10:15
  • 우재프로덕트 디자이너 · 7년차

    저는 작년 이직 협상 때 할 수 있는 걸 열 몇 줄 적어 갔는데, 정작 살아남은 건 두 줄이었거든요. 성현님 글 읽으니까 왜 나머지가 묻혔는지가 좀 다르게 보이네요. 경계를 안 긋고 다 할 수 있다고 늘어놓으면, 상대 입장에선 그게 한 덩어리로 읽혀서 확실한 한 줄까지 같이 흐려지더라고요. 못 하는 걸 세 줄로 먼저 박아두는 건, 실력을 빼는 게 아니라 남긴 줄의 신뢰도를 올리는 쪽에 가깝다고 보거든요. 애매한 걸 섞으면 확실한 게 같이 죽는다는 감각, 포폴 심사에서도 똑같이 느끼는데 협상에서도 그대로였어요. 그 세 줄 적을 때 못 하는 일의 기준을 뭐로 잡으셨는지가 궁금해요. 난이도인가요, 아니면 책임 경계인가요?

    10.8 10:15
    • 성현작성자BX 디자이너 · 16년차

      난이도로 잡으면 그 줄이 금방 흔들리더라고요. 오늘 못 하는 게 반년 뒤엔 되기도 하고, 상대가 "그럼 배우면 되죠"로 받아버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책임 경계로 잡는 편이에요. 감리에서도 최종 교정지에 누가 서명했는지가 사고 책임을 가르거든요. 그 감각으로 "여기까지는 제가 책임지고, 그 뒤는 다른 분이 맡는 게 낫다"로 적으면 줄이 잘 안 밀려요. 난이도는 변명처럼 읽히는데, 경계는 약속처럼 읽히더라고요.

      10.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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