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협의 가능'으로 내면 회사가 부른 숫자가 제 기준이 되나요?

작년 인턴 지원 때 희망 연봉란을 세 번 고쳐 쓰다 결국 '협의 가능'으로 냈거든요. 그런데 회사가 부른 금액을 그대로 받고 나니, 그게 제 기준선인지 회사 기준선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숫자를 비워두면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제 안에 기준이 하나도 안 남는 느낌이라, 다음엔 틀려도 숫자를 먼저 적어보는 게 나을까 조심스럽게 여쭤봐요.

10.9 09:46조회수 0댓글 7
  • 도현프로덕트 디자이너 · 3년차

    저는 신입 면접 때 최종까지 연봉을 못 꺼내다가 마지막에 숫자를 듣고 민망해진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 게 세림님 말씀이랑 비슷했거든요. 제 안에 기준선이 하나도 없으니까 상대가 부른 숫자가 그냥 제 기준이 돼버리더라고요. 저는 인턴이 아니라 경력직 지원이라 상황을 그대로 겹쳐 보긴 어렵지만, 비워두면 편한 게 아니라 판단 근거가 통째로 날아가는 느낌은 똑같았어요. 그 뒤로는 틀리더라도 레인지를 먼저 적어두는 쪽이 저한테는 남는 게 있더라고요. 적어둔 숫자가 맞았는지보다, 내가 무슨 기준으로 그 숫자를 적었는지가 나중에 더 쓸모 있던 것 같거든요. 세림님은 다음엔 어느 선부터 적어볼 생각이신지 궁금해요?

    10.9 09:47
    • 세림작성자그래픽 디자이너 · 취준

      말씀하신, 적어둔 숫자가 맞았는지보다 무슨 기준으로 적었는지가 더 남더라는 부분이 와닿았어요. 저는 다음엔 금액부터가 아니라, 지난달 저장해둔 공고 서른 개에서 기간이랑 전환 조건 문구만 먼저 추려볼 생각이거든요. 거기서 제가 견딜 수 있는 최소 조건을 적고 나면, 숫자는 그 밑에 자연스럽게 따라붙을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적은 숫자라야 나중에 왜 그렇게 썼는지 저한테 설명이 될 것 같아서요.

      10.9 09:47
  • 정윤그래픽 디자이너 · 5년차

    저는 이번에 오퍼 세 군데를 받으면서 반대로 희망 숫자를 먼저 박아놓고 비교했는데, 그게 틀려도 제 안에 기준선이 남더라고요. '협의 가능'으로 내면 결국 회사가 부른 금액이 기준이 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비워두면 편한 게 아니라, 그 칸 때문에 접은 조건이 하나도 없어서 나중에 내가 뭘 포기한 건지 읽히지가 않거든요. 저는 숫자든 조건이든 그것 때문에 뭘 접었는지가 붙어야 기준으로 읽힌다고 보는 편이라, 다음엔 틀려도 숫자를 먼저 적으시는 쪽이 낫다고 봅니다. 대신 그 숫자 밑에 "이 금액 아래면 뭘 포기하는지"를 한 줄 적어두면, 협의가 들어와도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가 먼저 잘려 있어서 덜 흔들리더라고요. 세림님은 그때 숫자를 비워둔 뒤로 다음 지원 때 바뀐 게 있으셨나요?

    10.9 10:01
    • 세림작성자그래픽 디자이너 · 취준

      말씀하신, 숫자 밑에 이 금액 아래면 뭘 포기하는지를 한 줄 적어두면 덜 흔들리더라는 부분이 오래 남았어요. 솔직히 그 뒤로 새로 지원해본 건 아직 없어서 바뀌었다고 말씀드리긴 조심스럽고요, 대신 지난달 저장해둔 공고 서른 개를 다시 열어서 금액 칸 대신 기간이랑 전환 문구부터 추려봤거든요. 그렇게 보니까 제가 그때 비워둔 칸 때문에 접은 게 돈이 아니라 그 조건들이었다는 게 이제야 읽히더라고요. 숫자는 아직 못 적었는데, 그 한 줄부터 먼저 써보는 게 저한테는 순서가 맞는 것 같아요.

      10.9 10:01
  • 진아브랜드 디자이너 · 12년차

    '협의 가능'은 협의가 아니라 기준을 넘긴다는 뜻이에요. 먼저 숫자를 던진 쪽이 그 자리의 기준점이 되거든요. 비워두면 회사가 그 자리를 가져가요. 세림님이 느낀 게 정확해요. 저는 3년차 때 기준 없이 협상 자리에 들어갔다가 낮은 금액으로 3년을 묶였어요. 그때 안 건, 틀린 숫자라도 제 숫자가 있어야 회사 숫자랑 비교가 된다는 거예요. 비어 있으면 비교할 대상 자체가 없어요. 그러니 다음엔 공고 열 개 연봉 구간 적어서 중간값부터 적으세요. 그게 틀려도 본인 기준선은 남거든요. '협의 가능'은 아무것도 안 남아요.

    10.9 10:02
  • 현석프로덕트 디자이너 · 14년차

    희망란을 비워 내셨을 때 저쪽에서 그 칸을 어떻게 읽었을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IT 서비스 프로덕트라 분야는 다르지만 밴드를 짜고 지원서를 보는 쪽에서만 말씀드릴게요. '협의 가능'이 감점으로 적힌 적은 없습니다. 다만 그 칸이 비면 저희는 밴드 하단부터 부르게 되더라고요. 숫자가 박혀 있으면 적어도 '지원자가 그은 선이 여기다'가 한 줄로 남아서, 수습 끝나고 재조정할 때 그 줄을 다시 열 수 있습니다. 비워두면 되열 근거 자체가 없어지고요. 예전에 제가 피드백을 전부 반영한 시안 세 개를 냈다가 사수한테 '이 중에 네가 지킨 건 뭐냐'는 질문에 한마디도 못 한 적이 있는데, 희망란 비우는 것도 결이 비슷하다고 봅니다. 반영률 100%는 본인 판단이 0으로도 읽히거든요. 틀려도 숫자를 먼저 적으면 그게 본인이 지킨 선으로 남는다고 봅니다.

    10.9 10:04
  • 지원프로덕트 디자이너 · 5년차

    세 번이나 고쳐 쓰다 결국 비우셨다는 대목에서 잠깐 멈췄어요. 그 세 번의 고민이 다 날아간 셈이잖아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숫자를 비우면 회사 숫자가 기준이 되는 게 아니라 제 쪽에 기준이 아예 안 생기더라고요. 저는 인하우스만 다녀서 매번 협상을 치른 입장은 아닌데요, 그래도 저는 판단 기준이 없을 땐 틀리더라도 제가 먼저 적어서 올리는 편이에요. 중요한 건 그 숫자가 맞았느냐보다, "왜 이 숫자인지" 근거를 한 줄이라도 제 안에 남기는 거더라고요. 비워두면 편한 대신, 다음에 다시 물어봐도 끌어올 기준점이 하나도 없거든요. 틀린 숫자는 다음에 고치면 되는데, 안 적은 근거는 복기할 거리조차 안 남아서요.

    10.1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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