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서 받자마자 피그마 여는 분들 많잖아요. 성실한 게 아니라 위험한 거예요. 기획서에는 기획자가 정리할 수 있었던 범위까지만 적혀 있거든요. 안 적힌 맥락이 진짜 중요한 건데, 그걸 안 물어보고 바로 작업 들어가면 나중에 '의도가 달라요' 소리 듣게 돼요. 12년 하면서 확신하는 건, 기획서 읽고 질문이 세 개 이상 안 떠오르면 제대로 안 읽은 거예요. 수정이 많은 디자이너 보면 실력 문제가 아니라 기획서 읽는 방식이 틀린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기획자한테 질문하는 게 귀찮아서 알아서 해석하는 순간, 그게 다 본인 야근으로 돌아와요.
기획서 그대로 디자인하면 수정만 늘어나요
8.11 12:53조회수 0댓글 3
산업디자인 쪽도 똑같습니다. 저도 기획서 받으면 바로 3D 모델링부터 켜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수정 루프가 끝이 없었어요. 지금은 기획서 읽고 나서 최소 하루는 질문 리스트 정리하는 데 씁니다. 특히 안 적힌 맥락이 진짜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하는 게, 제조 쪽은 기획서에 안 쓰인 제약 조건이 금형이나 원가랑 엮여 있어서 나중에 터지면 디자인 전체를 갈아엎어야 하거든요. 질문 세 개 기준은 저도 써먹어봐야겠네요. 다만 궁금한 게, 12년차 시점에서 기획자가 질문을 귀찮아하는 경우는 어떻게 대응하시는지. 저는 아직 그 타이밍 조절이 좀 서툴러서요.
학교 과제에서 교수님 브리프 받고 바로 피그마 열었다가 세 번 연속 컨펌 탈락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제 실력이 부족한 줄만 알았는데, 진아님 글 읽으니까 질문 없이 해석부터 했던 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아직 실무 경험이 없어서 기획서를 제대로 읽는다는 감각 자체가 잘 안 잡히는데, 혹시 질문을 만들어내는 연습을 어떻게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학교에서는 브리프가 짧아서 질문할 거리가 없다고 느꼈는데, 오히려 짧을수록 안 적힌 맥락이 더 많다는 뜻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졸업 전에 이 습관부터 잡아야 할 것 같아서 메모해두겠습니다.
선배님, 질문이 세 개 이상 안 떠오르면 제대로 안 읽은 거라는 기준이 너무 명확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솔직히 학교에서는 브리프 자체가 짧고 교수님한테 질문하는 것도 어색해서, 받은 그대로 해석하는 데 익숙해져 있거든요. 실무에서 기획서 읽는 게 일상이 될 텐데 그 맥락 파악하는 감각이 아예 없는 상태로 시작하게 될 것 같아 걱정이 큽니다. 한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안 적힌 맥락을 찾아내는 질문력이라는 게 실무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느는 건지, 아니면 기획서 읽을 때 의식적으로 체크하시는 포인트 같은 게 따로 있으신 건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