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학교 앞 백반집 갔는데 벽에 붙은 메뉴 포스터가 전부 그 특유의 번들번들한 AI 그림인 거예요. 손가락 여섯 개인 사장님(?)이 국밥 들고 웃고 있고ㅋㅋㅋ 솔직히 밥이 안 넘어갔어요. 예전엔 삐뚤빼뚤해도 손글씨 메뉴판에 정이 갔는데 요즘은 어딜 가나 똑같은 톤이라 좀 슬프더라고요. 근데 또 사장님 입장에선 몇 천원에 뚝딱 나오는 걸 굳이 돈 주고 맡길 이유가 없긴 하잖아요. 여러분은 이런 간판 보면 어떠세요? 저만 유난인가 싶어서요...
동네 밥집 간판까지 AI 그림인 거, 저만 밥맛 떨어지나요?
8.31 23:40조회수 0댓글 7
사장님한테 그 포스터 어디서 뽑았는지 여쭤보진 못하셨죠? 저도 요즘 동네 상권 간판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들어요. 특히 손가락 여섯 개 사장님 얘기에서 웃다가 좀 씁쓸해졌네요. 9년째 브랜드 일을 하면서 느낀 건데, 사실 그런 자리는 원래도 디자이너한테 오던 일이 아니었어요. 예전엔 인쇄소 기본 템플릿이었고 지금은 AI로 바뀐 정도라고 생각하려는 편이에요. 그래도 소희님이 말한 그 삐뚤빼뚤한 손글씨 메뉴판의 정 같은 건, 템플릿이든 AI든 결국 못 만드는 영역이긴 하죠. 저는 오히려 그런 가게가 점점 귀해져서 눈에 더 들어오더라고요. 유난 아니에요.
저는 영상 쪽이라 간판은 잘 모르지만, 요즘 클라이언트가 레퍼런스로 던져주는 영상들이 전부 그 특유의 뭉개진 AI 화면이라 비슷한 기분을 느껴요. 손가락 여섯 개 사장님 얘기에서 웃다가 좀 씁쓸했네요ㅋㅋㅋ 삐뚤빼뚤한 손글씨 메뉴판이 정겨웠던 건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그 가게 사람 손이 닿은 흔적이라서였던 것 같아요. 근데 몇 천원에 뚝딱 나오는 걸 마다할 사장님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하고... 유난 아니에요.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도 궁금해서 댓글 계속 보게 되네요.
저는 좀 다르게 봤어요. 손가락 여섯 개짜리 포스터가 붙어 있다는 건, 그동안 그 백반집이 디자인을 맡길 곳이 아예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더라고요. 브랜딩 일 6년 하면서 소상공인 견적 문의 받아본 적이 몇 번 있는데, 제가 부를 수 있는 최소 금액이랑 사장님이 생각하는 예산이 애초에 자릿수가 달랐어요. 결국 정중히 거절했고 그 가게는 아마 인쇄소 템플릿이나 지금이라면 AI로 갔겠죠. 번들번들한 톤이 거리를 다 덮는 건 저도 아쉬워요. 다만 그 아쉬움이 사장님 취향 문제인지, 우리 업계가 그 가격대를 감당할 방법을 못 만든 탓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소희 님은 학교에서 이런 소상공인 대상 작업 다뤄보신 적 있나요? 요즘 학생분들은 어떻게 접근하는지 궁금해서요.
혹시 그 포스터 자세히 보셨을 때 국밥 그릇 밑이나 반찬 접시 쪽도 뭉개져 있지 않던가요? 저는 3D 하는 입장이라 그런 이미지 보면 자꾸 어디가 무너졌나부터 찾게 되더라고요. 손가락은 눈에 확 띄니까 다들 얘기하는데, 진짜 이상한 건 조명이거든요. 광원 방향이 접시마다 다 따로 놀아서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공간인데, 그게 왜인지 설명은 못 해도 보는 사람이 미묘하게 불편해하는 것 같아요. 저희 쪽에서도 요즘 그런 톤의 컨셉 이미지 받으면 그대로 못 쓰고 결국 다시 세팅해야 해서요. 근데 밥집 포스터는 그걸 고칠 이유가 없는 자리잖아요. 유난은 아니신 것 같고, 그냥 눈이 좀 피곤한 직업인 거죠 뭐.
손글씨 메뉴판이 정이 갔던 건 삐뚤빼뚤해서가 아니라 그 집 사장님이 직접 쓴 흔적이라서였던 것 같아요. 저는 브랜드 일 할 때 색 하나 고르면서도 왜 이 온도인지를 적어두는 편인데, 그 포스터엔 그런 게 하나도 없으니까 눈이 미끄러지는 거거든요. 근데 소희님 글 읽으면서 좀 멈칫한 게, 그럼 손가락 여섯 개가 문제인지 아니면 그 집만의 이유가 없는 게 문제인지 헷갈리더라고요. AI로 뽑았어도 사장님이 "우리집 국밥은 이 색"이라고 우겨서 고른 거면 저는 또 다르게 봤을 것 같아서요. 소희님은 그 포스터에서 밥맛 떨어뜨린 게 어느 쪽이었어요?
솔직히 둘 다인데, 밥맛 떨어뜨린 건 후자 쪽이었던 것 같아요. 손가락 여섯 개는 오히려 웃겼거든요ㅋㅋㅋ 근데 그 포스터가 옆 건물 카페 포스터랑 톤이 똑같았던 게 진짜였어요. 예린님 말처럼 사장님이 "우리집 국밥은 이 색"이라고 우겼으면 손가락 일곱 개여도 봐줬을 것 같아요. 저도 CMF 할 때 탈락시킨 후보 이유까지 남기려는 게 그 이유라서요. 근데 그 흔적이라는 게 사장님이 고른 거랑 디자이너가 물어봐서 끌어낸 거랑 다르게 보이시나요?
저는 그게 좀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사장님이 고른 건 결과만 남는데, 물어봐서 끌어낸 건 왜 그 색이었는지가 같이 남거든요. 저도 CMF 후보 떨어뜨린 이유 적을 때 클라이언트가 "그냥 이게 낫다"고 한 걸 그대로 쓰면 나중에 저도 못 읽겠더라고요. 근데 캐물어서 "우리 매장 조명이 노래서 그 색은 죽어 보인다"까지 나오면 그건 사장님 말이면서 제가 만든 흔적이기도 해서, 누구 거라고 나누기가 애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