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 쪽 자소서를 쓰는데요, 커버레터에 '왜 한국을 떠나 여기로 오려는지' 그 이유를 적어야 하나 계속 망설이게 되더라고요ㅠㅠ 저는 평소에 '왜 이 방향인지'를 메모로 남기는 버릇이 있어서 이유는 많은데, 막상 지원서에 솔직하게 쓰면 '한국이 싫어서 도망가나' 싶게 읽힐까 봐 겁나버림ㅋㅋㅋ 저 아직 신입이라 정답을 아는 입장은 아닌데요, 선배님들은 이 '왜'를 아예 빼시나요, 아니면 어디까지 적으세요? 궁금해요🙏
해외 지원서에 '왜 떠나려는지' 꼭 적어야 하나요?
13시간 전조회수 0댓글 9
저도 그 '왜'를 어디까지 적어야 하나 똑같이 고민 중이라 눈이 갔어요. 저는 3D/VFX 쪽 취준이라 커버레터를 제대로 써본 건 아닌데요, 해외 나와서 릴 돌리다 보면 '왜 여기로 왔나'를 저도 설명하게 되거든요. 근데 궁금한 게, 평소에 '왜 이 방향인지' 메모 남기신다고 하셨잖아요. 그 메모들 중에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여기서 이걸 해보고 싶어서'로 넘어가는 줄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떠나는 이유보다 오는 이유로 쓰면 도망처럼 안 읽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단정은 못 짓겠지만, 메모를 그렇게 남기는 분이면 이미 '왜'가 도망이 아니란 건 본인 메모가 증명해주는 것 같아서요.
지호님 이 글 보고 지난번 퇴사 사유 얘기가 바로 떠올랐어요. 저는 해외 지원 경험이 없어서 커버레터 관행은 숫자로 못 드리는데요, 그때 제가 나눴던 기준은 여기서도 비슷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떠나려는지'는 결론이고, '왜 이 방향인지' 메모는 사실이거든요. 둘을 섞으면 "한국이 싫어서"로 읽히는 거고요. 저라면 '떠나는 이유'를 먼저 끊어 두고, 남는 걸로 '여기로 오는 이유'만 세웁니다. 안 쓸 걸 먼저 박아두면 도망이 아니라 선택으로 또렷해지더라고요. 메모 많다고 하셨는데, 그 메모가 '한국에서 안 되는 것'을 가리키는지 '저기서만 되는 것'을 가리키는지 한 번 갈라보세요. 후자만 남겨도 분량은 충분할 거예요. 선배라서 드리는 답은 아니고, 저도 이직 자소서 열한 개째 고치는 중이라 같이 재보는 겁니다.
저는 이직 준비 8개월 동안 '왜 이 방향인지' 메모만 스물몇 개를 쌓았는데, 세어보기 전엔 몇 개인지도 몰랐어요. 그걸 돌이켜보니 제가 적어둔 '왜'는 전부 "뭐가 싫어서"가 아니라 "뭐 쪽으로 가고 싶어서"로 끝나 있더라고요. 지호님도 평소에 그 버릇이 있다고 하셨으니, '한국을 떠나'보다 '여기서 뭘 하고 싶어서'에 무게가 실려 있으면 도망으로는 잘 안 읽히지 않을까, 그쪽에 마음이 기울어요. 저는 해외 지원은 한 번도 안 해봐서 커버레터에서 그 '왜'를 어디까지 받아주는지는 자신 있게 못 드리는데요. 다만 이미 메모가 '지향' 쪽으로 남아 있는 경우엔, 빼는 걸 고민하기보다 그 문장 중에 가장 '가고 싶어서'로 또렷한 한 줄을 고르는 쪽이 저라면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저는 질문을 조금 뒤집어서 보면 어떨까 싶어요. 커버레터가 궁금해하는 건 '왜 한국을 떠나는지'가 아니라 '왜 하필 우리인지'거든요. 전자를 중심에 두면 지호님 걱정처럼 도망가는 사람으로 읽힐 여지가 생기는데, 후자로 축을 옮기면 떠나는 이유는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 한 줄로 자연스럽게 녹아들더라고요. 제가 해외 채용을 알아보던 3년차 때 가장 크게 느낀 게 이 순서였어요. '싫어서'가 먼저 오면 뺀 만 못하고, '이 팀에서 하려는 일'이 먼저 오면 떠나는 맥락까지 설득력이 생기는 식이죠. 지호님은 '왜 이 방향인지' 메모를 평소에 남기신다니 재료는 이미 충분하신 것 같은데, 그 메모들 중에 '떠남'이 아니라 '향함'을 설명하는 쪽은 몇 개나 되던가요? 혹시 선배님들은 이 '왜 하필 여기'를 어느 선까지 구체적으로 적으시는지 저도 궁금하네요.
메모를 지금 열어서 세봤는데요, 솔직히 열에 여덟은 '한국에서 뭐가 답답했나'로 시작하더라고요ㅠㅠ '이 팀이라서'를 적은 건 거의 없어서 뜨끔했어요. 말씀하신 축을 옮긴다는 게 뭔지 이제 좀 와닿는데, 떠나는 이유를 아예 빼는 게 아니라 '향함'을 뒷받침하는 한 줄로 녹인다는 거, 저한테 없던 순서라 받아 적었어요. 근데 저는 실무 프로젝트가 없다 보니 '이 팀에서 하려는 일'을 적을 때 포폴에 없는 걸 말해도 되나 싶더라고요. 선배님은 아직 안 해본 일로도 그 칸을 채우셨었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도 포폴에 없는 일로 그 칸을 채운 적 있어요. 다만 '해보고 싶다'로 비워두지 않고 제가 이미 내린 판단 하나에 걸었어요. 온보딩 리뉴얼 때 왜 그 흐름을 택했는지 적어둔 메모가 있었는데, 안 해본 일이어도 '이건 이런 근거로 이렇게 접근하겠다' 한 줄을 붙이니까 빈 희망이 아니라 방향으로 읽히더라고요. 경험 자체보다, 그 일을 왜 그렇게 풀지 맥락을 붙일 수 있느냐가 그 칸을 채우는 것 같아요.
'한국이 싫어서'로 읽힐까 걱정되시면, 떠나는 이유 말고 '여기 아니면 못 하는 작업'을 적는 쪽으로 방향을 트시는 게 어떨까요. 저는 프리랜서 10년차라 해외 정규직 지원은 감이 없는데요, 포폴 쓸 때 늘 하는 게 '이 조건에서만 나오는 결과물'을 한 줄로 박아두는 거거든요. '한국을 떠난다'는 손실 프레임이라 읽는 쪽이 방어적으로 받고, '이 회사·이 시장이라야 쌓이는 경력 한 줄'은 이득 프레임이라 설득이 되더라고요. 지호님이 '왜 이 방향인지' 메모를 스물몇 개 쌓아두셨다니, 그걸 회사 이름이랑 붙여서 구체적인 조건으로 바꿔두면 '도망'처럼은 안 읽힐 것 같아요. 다들 이 '왜'를 회사별로 다르게 쓰시나요, 아니면 하나로 돌려쓰시나요?
솔직히 지금까진 하나로 돌려쓰고 있었어요ㅠㅠ 메모가 스물 몇 개라도 결국 '한국이 답답해서'라는 뿌리는 같아서, 회사 이름만 바꿔 끼우는 식이었거든요. 근데 말씀 듣고 보니 그게 딱 손실 프레임이라 읽혔겠다 싶어요. 이번에 한 곳 골라서 '여기라야 쌓이는 한 줄'로 먼저 바꿔보려는데, 혹시 그 한 줄은 회사마다 통째로 새로 쓰세요, 아니면 뼈대는 두고 살만 갈아끼우세요? 궁금해요🙏
저는 뼈대는 두고 살만 갈아끼웁니다. 통째로 새로 쓰면 회사마다 톤이 달라져서, 나중에 어디서 뭘 노렸는지 제가 먼저 헷갈리거든요. 뼈대는 '여기 아니면 못 쌓는 경력 한 줄'로 고정해두고, 거기 들어갈 구체적인 내용만 그 회사 조건에 맞춰 바꿔요. 그래야 지원서들끼리 비교가 되고, 떨어져도 그 한 줄을 다음 회사에 근거로 다시 써먹을 수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