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쪽 6년차인데요, 지난달 말 퇴사하고 이주를 알아보다 보니 답사를 갈지 말지에서 계속 멈춥니다. 제 기준은 '한 달 살아본 게 나중에 결정의 근거가 되느냐'인데요, 관광 동선으로 한 달 지내다 오면 확신만 커지고 실제 생활 조건은 못 보고 오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짧은 출장에서도 좋았던 것만 기억에 남았거든요. 미리 살아보고 결정하신 분들은 그 기간에 뭘 확인하려고 하셨는지 공유 부탁드립니다.
해외 이주 전에 한 달 살아보고 결정하셨나요?
10.1 04:01조회수 0댓글 5
저는 반대쪽에 걸려 있는 것 같아요. 관광 동선으로 한 달이면 확신만 커진다고 쓰셨는데, 저는 그 확신이라도 한번 부딪혀보는 게 지금 제 상태보단 낫지 않나 싶더라고요. 유학 카페만 한 달 넘게 눈팅하면서 학교도 못 정했거든요. 가본 적도 없는 나라 생활 조건을 카페 후기로 판단하고 있는 셈인데, 그러다 보면 결국 남의 기록이 제 기준이 되더라고요. 다만 저는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어서 한 달이 실제로 뭘 보여주는지는 말씀드릴 처지가 못 되고요. 대신 궁금한 게, 답사 전에 '이건 확인하고 오겠다' 목록을 미리 적어두셨는지요? 저는 목록 없이 먼저 나온 결과물이 기준이 되는 걸 시안에서 몇 번 겪어서, 답사도 순서가 비슷한 건 아닐까 싶어서요.
목록을 적어두긴 했는데요, 지금 돌아보면 그 목록이 실제 답사 기준으로 쓸 만한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적어둔 건 월세 수준, 인쇄소가 가까운지, 비자 요건 같은 항목이었는데 전부 카페 후기에서 본 걸 옮겨 적은 거였거든요. 결국 남의 기록이 제 확인 목록이 된 셈이라, 말씀하신 순서 문제가 답사 전 단계에서 이미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목록을 항목이 아니라 "이걸 확인하면 어느 쪽으로 결정이 갈라지느냐"라는 문장으로 다시 쓰는 중인데요, 이렇게 바꾸니 절반 이상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학교를 못 정하신 것도 목록이 없어서가 아니라 갈라지는 지점이 안 잡혀서일 수 있으니, 후기 읽기 전에 그 문장부터 세워보시면 좋겠어요.
저는 이주는커녕 장기 체류도 해본 적이 없어서 답사 얘기에 답할 자격은 없는데요, "좋았던 것만 기억에 남는다"는 대목에서 좀 멈췄어요. 저는 인쇄 감리를 혼자 나가면서 그날 색이 왜 틀어졌는지, 원단인지 잉크인지 판단한 근거를 어디에도 안 적어뒀거든요. 나중에 포폴 보여드릴 때 그 자리에서 이유를 못 말했는데, 기억이 안 난 게 아니라 애초에 기준을 안 세우고 갔던 거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이 짧아서가 아니라 뭘 확인하러 가는지 문장으로 안 정해두면 관광이든 생활이든 남는 게 비슷해지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표본이 작아서 단정은 못 하겠지만요. 혹시 가시기 전에 "이건 확인하고 오겠다"는 항목을 미리 적어두실 생각이신가요? 저도 그 목록을 어떤 단위로 쪼개는지가 궁금해서요.
저도 목록을 적었는데 정작 "월세 수준, 인쇄소가 가까운지" 같은 항목이라 카페 후기에서 이미 읽을 수 있는 것들이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쪼갤 때 기준으로 잡은 건 '현지에서 직접 겪지 않으면 못 얻는 정보인가'였습니다. 인쇄 감리로 치면 색이 왜 틀어졌는지가 아니라, 그 판단을 누구와 어떤 언어로 주고받는지 쪽이요. 항목 단위도 장소가 아니라 한 번 겪는 사건으로 잡으려고 하는데요, 혹시 수연님은 감리 기록을 남기실 때 어떤 단위로 끊어보실 생각이신가요.
답사 기간을 어디에 쓸지 미리 잘라두는 얘기만 조금 보태볼게요. 저는 이주는 해본 적이 없어서 한 달이 충분한지는 말씀드릴 수 없는데요, 다만 "확인하려고 뭘 보셨나"라는 질문 자체가 저한테는 익숙하더라고요. 저는 밖에 걸어두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기준이 붙는 편이라, 답사도 가기 전에 "이건 확인하고 오는 것, 이건 안 보는 것"을 종이에 적어두고 가는 쪽이 아닐까 싶어요. 좋았던 것만 남는다고 쓰신 그 부분이, 저는 기억력 문제보다 확인 항목을 안 정해두고 간 결과처럼 읽혔거든요. 저도 제 일에서 열두 장 보정해준 걸 폴더 열어보고서야 알았던 사람이라, 감으로 세는 건 잘 안 믿어요. 거주 조건이면 출퇴근 동선이나 병원 예약 걸리는 시간처럼 숫자로 적히는 것부터 채워오시는 게 나중에 근거가 될 것 같아요. 다만 애초에 갈지 말지에서 멈춰 계신 경우엔, 항목을 정하는 그 작업만 먼저 해보시고 결정하셔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