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시 8년차인데요, 견적서를 하도 쓰다 보니 친구가 집 꾸민다고 얘기해도 머릿속에서 '저거 며칠짜리네' 하고 공수부터 뽑고 있더라고요. 주말에 뭐 하자는 얘기도 시간 단위로 쪼개서 듣고요. 숫자로 안 재면 손해 본다는 버릇이 일상까지 넘어온 건데, 다들 이런 직업병 하나쯤 있으시죠?
저도 인턴 때 공수를 시간 단위로 적어 내는 일을 자주 했는데요, 그 버릇이 학교 조별과제까지 따라오더라고요. 친구가 "이번 주말에 전시 보러 가자" 하면 입으로는 좋다고 하면서 머릿속으론 '이동 두 시간, 관람 한 시간… 그럼 내 작업은 언제 돌리지' 하고 쪼개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좀 뜨끔했거든요ㅠㅠ 과제 하나 끝낼 때마다 "이건 몇 시간짜리였다" 하고 혼자 정산하는 것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도 태현님 글 보면서, 이게 손해 안 보려고 재는 거라기보다 제 시간을 소중히 여겨서 생긴 습관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조금 위로가 됐어요. 8년을 그렇게 쌓으셨으면 저는 아직 입구 쯤인 것 같은데, 다들 하나씩 있다니 괜히 안심이 되네요…
10.30 01:30
민경그래픽 디자이너 · 9년차
친구가 셀프 인테리어 한다고 벽 색 사진 보내줬을 때, 저는 머릿속에서 '저거 샘플 몇 번 발라봐야 원하는 색 나오겠다'부터 세고 있더라고요. 9년 하면서 보니까 이게 공수 환산이라기보단 리스크 계산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감리 가서 별색 틀어진 걸 그 자리에서 못 되돌리는 경험을 몇 번 하면, 일상 대화도 '이거 되돌릴 수 있는 일인가'부터 재게 되거든요.
친구가 집 꾸민다 하면 며칠짜리인지보다 '저거 한번 칠하면 못 지우는데' 하고 혼자 조마조마하는 편입니다. 다만 저는 이게 숫자로 안 재면 손해라서라기보단, 말로만 확정한 건 꼭 뒤에 틀어진다는 걸 단가로 몇 번 치러본 탓인 것 같기도 하고요. 직업병이라기엔 좀 웃픈데, 좋은 버릇인지 나쁜 버릇인지는 저도 아직 정리가 안 됩니다.
10.30 01:32
소영BX 디자이너 · 8년차
그 버릇, 억지로 끄려 하기보다 숫자 옆에 한 줄만 붙여보시는 걸 권하고 싶은데요. 저도 친구가 이사 얘기를 하면 머릿속에서 '저거 사흘짜리네' 하고 공수부터 뽑거든요. 그런데 견적서를 쓰다 보니 깨달은 게, 숫자만 박고 그게 뭘 포함하는지를 안 적으면 그 숫자는 다음 기준이 되질 못하더라고요. 친구 집 꾸미기도 똑같아서, '사흘'이 아니라 '뭘 포기하면 하루로 줄어드는지'를 같이 봐야 대화가 되는 거였어요.
일상까지 공수로 환산하는 게 직업병이라기보단, 저는 숫자가 범위랑 같이 안 적히면 나중에 뒤집힌다는 걸 몸으로 겪어서 그런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며칠짜리'까지 뽑았으면 '뭘 빼서 그 숫자냐'를 한 줄 덧붙이는 쪽이에요. 안 그러면 3주 뒤엔 저도 왜 사흘이라 했는지 답을 못 하거든요.
10.30 01:33
시우프리랜서 디자이너 · 10년차
그 환산, 멈추면 손해 볼 것 같아서 못 끄는 거 아니세요? 저도 10년 하다 보니 친구가 "이번에 이사 가는데 셀프로 해볼까" 하면 입으로는 공감하는데 머릿속은 벌써 '저거 주말 이틀, 내 단가로 치면 얼마' 하고 공수표를 뽑고 있더라고요.
근데 저는 이걸 두 종류로 나눠서 봐요. 돈 받는 일은 환산할수록 이득인데, 친구랑 밥 먹는 시간까지 시급으로 재면 그건 그냥 제가 저한테 추가비 청구하는 거예요. 받지도 못할. 그래서 저는 일할 때 쓰는 머리랑 그냥 노는 머리를 분리하는 연습을 일부러 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10년 중 앞 5년은 쉬는 시간도 다 비용으로 환산해서 정작 제대로 쉰 적이 없었거든요.
태현님은 일 밖의 시간은 아예 공수 안 뽑고 흘려보내는 날, 혹시 만들어두셨어요?
10.30 01:34
태현작성자에이전시 디자이너 · 8년차
일 밖 시간은 저도 '청구 안 되는 공수'로 봅니다. 견적서를 못 떼는 시간은 환산해봐야 받을 데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준을 하나 세워뒀어요. 메일로 금액이 오갈 일이 아니면 공수 안 뽑는다. 친구 이사든 주말 약속이든 거기선 숫자가 손해를 막아주는 게 아니라 제가 저한테 안 받을 돈을 적는 거라서요. 앞 몇 년은 그걸 몰라서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10.30 01:35
지원그래픽 디자이너 · 4년차
태현님은 '며칠짜리'로 뽑으시는데, 저는 좀 다르게 번져서요ㅋㅋ 저는 공수보다 '저거 몇 번 왕복해야 저 색 나오지'로 환산하는 버릇이 생겼더라고요. 친구가 벽지 두 개 놓고 고민한다고 사진 보냈을 때, 저도 모르게 "그거 40개쯤 깔아놓고 하나씩 넘겨봐야 처음 거로 돌아올걸ㅠㅠ" 하고 있었어요.
어… 나 또 그랬네 싶더라고요😇 숫자든 왕복이든, 결국 '감으로 고르면 나중에 설명을 못 하겠다'는 불안이 일상까지 따라온 것 같아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니 좀 숨통이 트이네요. 다들 그 환산, 친구 앞에서는 티 안 내려고 한 번쯤 꾹 참아보신 적 있으세요?
10.30 01:35
태현작성자에이전시 디자이너 · 8년차
참는 쪽은 아니고, 티는 내되 숫자는 입 밖으로 안 냅니다. 저도 친구가 벽지 두 개 고민하면 머릿속에선 바로 며칠짜리로 뽑히거든요. 근데 거기서 끊는 이유는, 그 환산이 견적서로 돈 받을 때나 쓸모 있지 친구 벽지엔 받을 데가 없어서예요. 대신 "둘 다 괜찮으니 지금 끌리는 걸로 해" 한마디로 닫습니다. 감으로 골라도 친구한테는 나중에 설명할 일 자체가 안 생기거든요.
왕복 40번 돌릴 공수가 저한텐 그냥 손해라서요.
저도 인턴 때 공수를 시간 단위로 적어 내는 일을 자주 했는데요, 그 버릇이 학교 조별과제까지 따라오더라고요. 친구가 "이번 주말에 전시 보러 가자" 하면 입으로는 좋다고 하면서 머릿속으론 '이동 두 시간, 관람 한 시간… 그럼 내 작업은 언제 돌리지' 하고 쪼개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좀 뜨끔했거든요ㅠㅠ 과제 하나 끝낼 때마다 "이건 몇 시간짜리였다" 하고 혼자 정산하는 것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도 태현님 글 보면서, 이게 손해 안 보려고 재는 거라기보다 제 시간을 소중히 여겨서 생긴 습관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조금 위로가 됐어요. 8년을 그렇게 쌓으셨으면 저는 아직 입구 쯤인 것 같은데, 다들 하나씩 있다니 괜히 안심이 되네요…
친구가 셀프 인테리어 한다고 벽 색 사진 보내줬을 때, 저는 머릿속에서 '저거 샘플 몇 번 발라봐야 원하는 색 나오겠다'부터 세고 있더라고요. 9년 하면서 보니까 이게 공수 환산이라기보단 리스크 계산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감리 가서 별색 틀어진 걸 그 자리에서 못 되돌리는 경험을 몇 번 하면, 일상 대화도 '이거 되돌릴 수 있는 일인가'부터 재게 되거든요. 친구가 집 꾸민다 하면 며칠짜리인지보다 '저거 한번 칠하면 못 지우는데' 하고 혼자 조마조마하는 편입니다. 다만 저는 이게 숫자로 안 재면 손해라서라기보단, 말로만 확정한 건 꼭 뒤에 틀어진다는 걸 단가로 몇 번 치러본 탓인 것 같기도 하고요. 직업병이라기엔 좀 웃픈데, 좋은 버릇인지 나쁜 버릇인지는 저도 아직 정리가 안 됩니다.
그 버릇, 억지로 끄려 하기보다 숫자 옆에 한 줄만 붙여보시는 걸 권하고 싶은데요. 저도 친구가 이사 얘기를 하면 머릿속에서 '저거 사흘짜리네' 하고 공수부터 뽑거든요. 그런데 견적서를 쓰다 보니 깨달은 게, 숫자만 박고 그게 뭘 포함하는지를 안 적으면 그 숫자는 다음 기준이 되질 못하더라고요. 친구 집 꾸미기도 똑같아서, '사흘'이 아니라 '뭘 포기하면 하루로 줄어드는지'를 같이 봐야 대화가 되는 거였어요. 일상까지 공수로 환산하는 게 직업병이라기보단, 저는 숫자가 범위랑 같이 안 적히면 나중에 뒤집힌다는 걸 몸으로 겪어서 그런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며칠짜리'까지 뽑았으면 '뭘 빼서 그 숫자냐'를 한 줄 덧붙이는 쪽이에요. 안 그러면 3주 뒤엔 저도 왜 사흘이라 했는지 답을 못 하거든요.
그 환산, 멈추면 손해 볼 것 같아서 못 끄는 거 아니세요? 저도 10년 하다 보니 친구가 "이번에 이사 가는데 셀프로 해볼까" 하면 입으로는 공감하는데 머릿속은 벌써 '저거 주말 이틀, 내 단가로 치면 얼마' 하고 공수표를 뽑고 있더라고요. 근데 저는 이걸 두 종류로 나눠서 봐요. 돈 받는 일은 환산할수록 이득인데, 친구랑 밥 먹는 시간까지 시급으로 재면 그건 그냥 제가 저한테 추가비 청구하는 거예요. 받지도 못할. 그래서 저는 일할 때 쓰는 머리랑 그냥 노는 머리를 분리하는 연습을 일부러 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10년 중 앞 5년은 쉬는 시간도 다 비용으로 환산해서 정작 제대로 쉰 적이 없었거든요. 태현님은 일 밖의 시간은 아예 공수 안 뽑고 흘려보내는 날, 혹시 만들어두셨어요?
일 밖 시간은 저도 '청구 안 되는 공수'로 봅니다. 견적서를 못 떼는 시간은 환산해봐야 받을 데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준을 하나 세워뒀어요. 메일로 금액이 오갈 일이 아니면 공수 안 뽑는다. 친구 이사든 주말 약속이든 거기선 숫자가 손해를 막아주는 게 아니라 제가 저한테 안 받을 돈을 적는 거라서요. 앞 몇 년은 그걸 몰라서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태현님은 '며칠짜리'로 뽑으시는데, 저는 좀 다르게 번져서요ㅋㅋ 저는 공수보다 '저거 몇 번 왕복해야 저 색 나오지'로 환산하는 버릇이 생겼더라고요. 친구가 벽지 두 개 놓고 고민한다고 사진 보냈을 때, 저도 모르게 "그거 40개쯤 깔아놓고 하나씩 넘겨봐야 처음 거로 돌아올걸ㅠㅠ" 하고 있었어요. 어… 나 또 그랬네 싶더라고요😇 숫자든 왕복이든, 결국 '감으로 고르면 나중에 설명을 못 하겠다'는 불안이 일상까지 따라온 것 같아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니 좀 숨통이 트이네요. 다들 그 환산, 친구 앞에서는 티 안 내려고 한 번쯤 꾹 참아보신 적 있으세요?
참는 쪽은 아니고, 티는 내되 숫자는 입 밖으로 안 냅니다. 저도 친구가 벽지 두 개 고민하면 머릿속에선 바로 며칠짜리로 뽑히거든요. 근데 거기서 끊는 이유는, 그 환산이 견적서로 돈 받을 때나 쓸모 있지 친구 벽지엔 받을 데가 없어서예요. 대신 "둘 다 괜찮으니 지금 끌리는 걸로 해" 한마디로 닫습니다. 감으로 골라도 친구한테는 나중에 설명할 일 자체가 안 생기거든요. 왕복 40번 돌릴 공수가 저한텐 그냥 손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