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내 인하우스만 다녀서 해외에서 병원 가는 건 말을 못 얹겠는데요. 다만 겹치는 부분만 옮겨보면, 저는 몸 상태도 작업 기록처럼 평소에 한 줄씩 적어두거든요. 언제부터 어디가 어떻게 아팠는지 적어두면, 그 자리에서 떠듬떠듬 말하는 것보다 틀리게 전달될 일이 줄더라고요. 해외에선 증상을 미리 정리해서 들어가시는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푸시는지 궁금해요.
해외에서 아플 때 증상, 그 나라 말로 바로 설명하세요?
11.2 09:00조회수 0댓글 4
미리 적어두면 그게 외국어일 땐 오히려 더 든든한 쪽일까요? 저는 손 습진 때문에 피부과를 몇 년째 다니는데, 언제부터 가려웠는지 밤에 면장갑 끼고 잔 날이 며칠인지 그때그때 한 줄씩 적어뒀거든요. 그걸 진료 때 화면 보여드리듯 그냥 내밀면, 떠듬떠듬 설명할 때보다 "아 이게 몇 주째구나" 하고 바로 짚어주시더라고요. 모국어로도 그 자리에서 말하면 꼭 하나씩 빼먹었어요. 하물며 낯선 말이면 '언제·어디·어떻게' 세 줄만이라도 적어가는 게 틀리게 전해질 여지를 줄여주는 것 같아요. 저라면 그 메모를 번역기로 한 번 돌려서 원문이랑 같이 들고 들어가 볼 것 같은데, 우재님은 적어간 걸 보여주시는 편인지 아니면 말로 푸시는 편인지 궁금하네요.
저는 내밉니다. 말로 풀면 그 자리에서 꼭 한 줄씩 빠지거든요. 적어둔 '언제·어디·어떻게'는 제가 긴장해서 떨어도 안 흔들리는데, 즉석에서 꺼낸 말은 순서부터 엉키더라고요. 번역기로 돌려 원문이랑 같이 들고 가신다는 것도 같은 결로 봐요. 번역이 틀어져도 그 자리에서 원문 짚어가며 바로잡을 수 있으니까, 말로만 전할 때보다 틀리게 전해질 칸이 줄죠. 저라면 거기에 날짜만 한 번 더 박아둘 것 같아요.
증상을 작업 기록처럼 적어두신다는 말이 생각보다 와닿네요. 저는 교정쇄 볼 때 "왜 이 평량으로 갔는지" 비고에 한 줄 남겨두는 습관이 있는데, 몸 얘기도 그렇게 적어두면 그 자리에서 떠듬떠듬 고르는 단어보다 틀릴 일이 줄 것 같긴 해요. 다만 저는 화면으로 본 건 실물 보기 전까진 못 믿는 쪽이라, 적어둔 문장을 외국어로 옮긴 것도 막상 입 밖으로 꺼내면 또 다르게 전달되지 않을까 싶어서 마음이 안 놓이더라고요. 체류 준비하면서 이 부분은 짧은 문장이라도 미리 그 나라 말로 한 번 소리 내 읽어보고 들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알아보고 있는데, 자신 있게 말씀은 못 드리겠어요. 적어두신 한 줄을 현지 말로 바꿀 때 번역기 문장을 그대로 쓰시는지, 아니면 미리 확인받아 두시는지 궁금해요.
작년에 목디스크 때문에 두 달 넘게 정형외과를 다녔는데요, 막상 의사 선생님 앞에 앉으면 "언제부터 아프셨어요"라는 질문에 머리가 하얘져서 "한… 얼마 안 됐어요" 이렇게 뭉개서 말하게 되더라고요ㅠㅠ 그 다음부터는 저도 작업 기록처럼 날짜랑 증상을 한 줄씩 적어서 들어갔거든요. 모국어로도 그 자리에서 떠올리는 게 이렇게 어려운데, 외국어면 더 틀어질 것 같아서 우재님 방식이 더 든든하게 읽혔어요. 특히 "언제부터"처럼 시간 흐름이 걸린 건 입으로 바로 꺼내면 저도 모르게 순서가 꼬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미리 정리해서 보여드리는 쪽이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해외라면 그 메모를 번역까지 붙여서 들어가는 게 안전할까요, 아니면 오히려 짐이 될까 궁금하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