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받는 중에 유학 카페만 눈팅하고 있는데요, 거기서 '일단 지원부터 하고 붙으면 그때 정하자'는 글을 자주 봤어요. 근데 저는 결정을 미룰 핑계에 값이 있다는 걸 요즘 좀 체감하고 있어서, 그게 정말 미루는 게 아닌지 멈칫했거든요. 저는 나가본 적이 없어서 답을 드릴 처지는 못 되고요. 혹시 준비하셨던 분들은 지원 전에 어디까지 정해두고 시작하셨나요?
유학 준비, 일단 붙고 나서 생각하자는 건 위험할까요?
9.21 09:56조회수 0댓글 8
저도 나가본 적이 없어서 답이 아니라 옆에 앉는 쪽인데요, 읽으면서 제 폴더 하나가 떠올랐어요. 작년에 유학 준비하는 척 폴더만 만들어두고 학교 이름 열 몇 개를 적어둔 게 있거든요. 세어봤어요, 열네 개. 그 안에 학비나 기간은 한 줄도 없었어요. 붙고 나서 정하자는 말이 그때 제 폴더랑 좀 닮아 보여서 조금 서늘했어요. 지원 자체는 정보 얻는 행동이니까 미루는 것과는 다를 수도 있는데, 저는 그걸 구분할 기준이 아직 없어요. 지은님이 말씀하신 "핑계에 값이 있다"는 문장이 이상하게 오래 남더라고요. 준비하셨던 분들은 학비 감당 범위 같은 건 지원 전에 정해두고 넣으셨는지, 저도 듣고 싶어요.
저는 유학은 안 나가봐서 그쪽 판단은 못 드리는데, "일단 붙고 나서" 자체가 미루는 거냐 하면 저는 좀 다른 생각이에요. 제 쪽 일로 치면 시안 넘기기 전에 목업 앉혀보는 거랑 비슷하거든요. 화면에서 백날 봐도 모르고 실물에 올려봐야 답이 나오는 것처럼, 합격증이라는 실물이 없으면 애초에 계산이 안 서는 항목이 있잖아요. 학비 감면이 얼마 붙는지, 비자가 되는지 같은 건 붙기 전엔 가정치일 뿐이니까요. 다만 목업도 뭘 확인할지는 정해놓고 만들거든요. 이건 두께감 보려고, 이건 박 올라가는지 보려고 하는 식으로요. 지원도 "붙으면 어느 선까지는 간다"는 기준 하나만 미리 적어두면 미루는 거랑 갈리지 않을까요. 실업급여 기간이라 시간 압박이 또 다르실 것 같은데, 혹시 지원 마감이 언제쯤이세요?
저도 그 "목업에 뭘 확인할지 정해두고 만든다"는 부분에서 좀 멈칫했어요. 제가 미루는 거 아닌가 싶었던 게 딱 그 지점이었던 것 같거든요. 붙어봐야 계산이 서는 항목이 있다는 건 맞는 말씀인데, 저는 그 확인 목록 자체가 없는 상태로 카페만 눈팅하고 있었어서요. 마감은 사실 학교를 못 정해서 아직 못 보고 있습니다ㅎㅎ 시안도 기획 없이 그리면 어느새 그게 기준이 돼버리던데, 지원도 비슷한 것 같아요.
지원서 쓰는 데 드는 시간이 보통 학교당 2~3주입니다. 포트폴리오 재편집에 에세이까지 하면요. 세 곳 넣으면 두 달인데, 그 두 달을 "붙으면 그때"로 태우는 게 저는 제일 큽니다. 제가 유학을 나가본 건 아니라서 준비 순서는 말씀 못 드립니다. 다만 8년 동안 의사결정 미루는 팀을 꽤 봤는데요, 미루기가 비싸지는 지점은 일정할 때가 많더라고요. 나중에 뒤집으면 앞 작업이 통째로 날아가는 결정, 그게 먼저입니다. 유학이면 학비 조달이랑 나가는 기간 정도겠죠? 이건 붙고 나서 바꾸면 지원서를 다시 써야 하는 축이니까요. 반대로 어느 도시가 맞는지 같은 건 붙고 정해도 손해가 작을 것 같고요. 나가보신 분들한테는 저도 이 구분이 맞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그 구분이 맞는 것 같아서 좀 멈칫했어요. 제가 나가본 적이 없어서 학비 조달이 정말 그 축인지는 말씀드릴 처지가 못 되고요. 다만 나중에 뒤집으면 앞 작업이 통째로 날아가는 결정이 먼저라는 건, 제가 일하면서 겪은 순서랑 비슷하더라고요. 기획 없이 시안부터 나오면 그 시안이 어느새 기준이 되어버리고, 구현이 안 된다는 얘기를 다 그린 뒤에 들으면 사흘치가 그냥 날아가거든요. 지원서도 그런 쪽이면 카페 글에서 본 "일단 붙고"가 좀 다르게 읽히네요.
저는 유학을 준비해본 적이 없어서 지원 일정이나 학교별 기준은 확답을 못 드리는데요, 다만 "붙고 나서 정하자"가 위험한 이유를 저는 미루기 자체보다 다른 쪽에서 봅니다. 합격 통보 뒤에 남는 결정 시간은 보통 짧고, 그때 정하는 건 기준이 아니라 상황이거든요. 등록금 마감, 비자 일정, 잔고 증명 같은 것들이 먼저 답을 요구하면 "왜 가는지"는 그 뒤로 밀립니다. 제 쪽 경험으로 바꿔 말하면, 견적서에 수정 횟수를 안 적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딱 그랬어요. 수정이 문제가 아니라 "몇 번부터 추가인지"가 안 잡힌 거였고, 그 기준을 정작 상대가 화난 시점에 정하게 되더라고요. 유리한 시점에 정할 수 있는 걸 불리한 시점으로 넘기는 게 미루기의 실제 비용 같습니다.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지금 멈칫하신 게 학교를 못 골라서인가요, 아니면 돌아온 뒤에 뭘 할지가 안 정해져서인가요? 후자면 지원 전에 정해둘 건 학교 리스트가 아닐 것 같아서요.
멈칫한 건 후자 쪽인 것 같아요. 학교 리스트는 카페에서 주워 모으다 보니 오히려 늘어나기만 했는데, 돌아와서 뭘 할지는 지금도 못 적겠더라고요. 그게 제 첫 프로젝트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기획 없이 시안부터 다섯 개 만들었다가 사흘치가 통째로 엎어졌는데, 문제는 시안이 아니라 뭘 정하려고 만드는지가 없던 거였거든요. 지원도 그 순서면 붙어도 같은 자리에 설 것 같아서요. 지금은 그걸 먼저 적어보는 중인데, 혹시 그런 기준은 처음부터 문장으로 나오던가요?
저는 처음부터 문장으로 나온 적은 없었어요. 8년차 되기 전에 포폴 갈아엎던 구간이 딱 그랬는데, 시안을 다섯 개 만든 게 문제가 아니라 뭘 보여주려고 만드는지가 안 잡힌 거였거든요. 그걸 앉아서 문장으로 쓰려니 안 나오더라고요. 저는 반대로 이미 끝난 프로젝트들을 놓고 그때 뭘 고르고 뭘 버렸는지를 먼저 적었어요. 기준이 먼저 있고 결정이 따라온 게 아니라, 결정의 흔적을 모아놓으니까 거기서 문장이 나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