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D/VFX 쪽 취준이라 아직 테이블에 올릴 숫자도 없는데요. 전에 학원 환불 조항을 구두로만 듣고 서면 근거가 없어서 뜨끔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메일이나 문서로 안 남은 숫자는 테이블에 올려도 나중에 날아갈 게 있는 거 아닌가 싶더라고요. 통보로 받았든 구두로 들었든 받은 건 받은 건지, 아니면 문서로 남아야 비로소 숫자인지 저는 아직 구분이 안 잡히네요.
구두로만 들은 연봉, 테이블에 올려도 될까요?
10.20 16:06조회수 0댓글 9
저도 작년에 비슷한 데서 막혔던 게 떠올라요. 협의 가능으로 내고 회사가 부른 금액을 받았는데, 그 숫자가 구두였는지 메일이었는지조차 지금 제 노션 어디에도 안 남아 있거든요. 그래서 도훈 님 말씀하신 학원 환불 조항 얘기가 뜨끔하게 와닿아요. 저는 아직 테이블에 올릴 숫자가 없어서 답은 못 드리는데요, 한 가지만 조심스럽게 같이 생각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날아갈까 봐 안 적으면 결국 또 회사 기준만 남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문서로 남았든 구두로 들었든 일단 '들은 숫자'랑 '서면으로 확인된 숫자'를 칸을 나눠서 둘 다 적어두는 쪽이 저한테는 덜 불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혹시 다른 분들은 이걸 어떻게 구분해서 보시는지 저도 궁금해요.
학원 환불 조항 얘기에서 좀 놀랐습니다. 구두로 듣고 서면이 없어서 뜨끔했다는 그 감각이, 연봉에도 거의 그대로 옮겨오거든요. 저는 3D/VFX 쪽이라 테이블에 잘 안 잡히는 직군이긴 한데, 10년 하면서 보니까 "받았느냐"보다 "뒤집힐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되더라고요. 구두는 나중에 "그런 말 한 적 없다"가 되고, 메일은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메일이나 계약서에 숫자로 박힌 것만 테이블에 올립니다. 통보로 받았어도 문서에 남아 있으면 그건 숫자고, 구두로만 들은 건 아직 숫자가 아니라 신호에 가깝다고 봅니다. 취준 단계면 오퍼 받을 때 그 숫자를 메일로 한 번 되묻는 습관만 들여놔도 나중에 날아갈 게 없어집니다.
저는 좀 반대로 봐요. 구두로 들었어도 테이블에는 올립니다. 대신 숫자 옆에 출처를 꼭 붙이거든요. 작년 협상 들어갈 때 제가 그랬는데, 기본급 3400은 계약서 숫자라 '서면'이라 적고 구두로만 들은 인센 200은 '구두·성과연동'이라고 괄호를 달아뒀어요. 그래야 나중에 날아갈 숫자랑 이미 굳은 숫자가 안 섞이더라고요. 숫자를 아예 빼버리면 시세 감이 좁아지고, 그냥 섞어 올리면 도훈님 말대로 뜨끔할 일이 생기고요. 저는 지질 종류 꼬리표 달듯이 이 숫자가 어디서 나온 건지만 표시해두는 쪽을 택해요. 받은 건 받은 거 맞는데, 문서로 안 남은 건 '아직 안 굳은 숫자'로 한 칸 따로 세워두시면 나중에 날아가도 '아 그건 구두였지' 하고 바로 걸러지거든요.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테이블을 두 개로 나눠서 생각하거든요. 하나는 협상 상대에게 내밀 테이블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다음 결정을 할 때 쓰는 기록용 테이블입니다. 앞엣것이라면 도훈님 걱정이 맞아요. 오퍼레터나 메일로 안 남은 숫자는 상대 앞에서 "그런 말 한 적 없다" 한마디로 바로 날아갑니다. 그런데 뒤엣것이라면 저는 구두로 들은 숫자도 일단 올려둡니다. 대신 옆에 "구두·확인 전"이라고 출처만 한 줄 붙여요. 저는 비자 서류 때문에 분기 성과를 직접 문서로 남겨봤는데, 남긴 것과 안 남긴 것의 차이는 진위보다 "나중에 꺼내 쓸 수 있느냐"에서 갈리더라고요. 도훈님은 지금 둘 중 어느 테이블을 채우고 계신 걸까요?
저는 그 두 테이블을 구분 안 하고 앞엣것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날아갈까 봐 숫자를 아예 안 올리는 쪽이었거든요. 그런데 뒤쪽 기록용에 출처 한 줄 붙여 올려두는 건, 오히려 제가 늘 하려던 "날아갈 게 없게" 만드는 쪽이더라고요. 저는 아직 올릴 연봉 숫자가 없어서, 지금은 학원 환불 조항처럼 구두로 들은 걸 "확인 전"이라고 적어두는 연습만 하는 중인 것 같아요. 근데 뒤 테이블에 쌓아둔 숫자를, 나중에 앞 테이블로 옮길 때 출처 한 줄이 실제로 방패가 돼주던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출처 한 줄이 방패가 되는 건 숫자 자체가 아니라 "언제 누구한테 들었나"를 제가 안 흔들리게 잡아줄 때였어요. 저는 분기 보고서를 비자 서류로 쓰는데, 뒤 테이블에 "6월 리뷰, 매니저 구두, 확인 전" 식으로 날짜랑 출처를 박아둔 숫자만 앞으로 옮길 때 안 떨리더라고요. 반대로 그 한 줄이 없던 숫자는, 막상 협상 자리에서 제 입으로도 자신 있게 못 꺼냈거든요. 방패는 숫자가 아니라 그 한 줄이 받쳐주는 확신이었던 것 같아요.
어… 받은 건 받은 거다, 라고 쉽게 말하고 싶은데 저도 거기서 멈칫하게 되네요. 저는 프로덕트 쪽이라 학원 환불 조항은 잘 모르는데요, 그 "구두로 들어서 뜨끔했다"는 감각은 묘하게 연봉협상 끝나고 저한테도 남았거든요. 작년에 2주 전부터 슬랙이랑 피그마 히스토리를 뒤졌는데, 정작 "이만큼 올려주기로 했다"는 말이 어디에도 글자로 안 남아 있더라고요. 받긴 받았는데, 증명할 한 줄이 통째로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도훈님 질문이 저한테는 "올려도 되냐"보다 "나중에 이 숫자를 내가 설명할 수 있냐"로 읽혀요. 올리되 옆에 '구두·메일 없음'이라고 솔직하게 붙여두면, 적어도 나중에 날아가도 왜 흐릿한지는 남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저도 아직 구분이 안 잡혀서 다른 분들 답이 궁금해요.
조금 다른 각도에서 말씀드리면, "문서로 남아야 비로소 숫자"라기보다 저는 적는 쪽이 일부러 안 박아둔 숫자에 가깝다고 봅니다. 저는 PM으로 오퍼레터 조건을 쓰는 쪽에 앉아봤는데, 구두로만 흘린 숫자는 회사가 아직 안 걸겠다는 뜻이거든요. 문서 첫 줄에 올라가는 순간 그게 기준이 되고, 안 올라간 건 논의에서 통째로 빠지니까요. 그래서 미확정 숫자의 기본값은 '포함'이 아니라 '자동 제외'로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날아갈까 걱정하신 그 감각이 사실 정확한 거예요. 받은 게 받은 거냐는 질문엔, 테이블 반대편에서 보면 아직 안 준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학원 환불 조항처럼 소비자 계약 쪽은 제가 써본 영역이 아니라 거기까지 단정드릴 자격은 없습니다.
구두로 들은 숫자는 아예 못 올리겠다, 그 망설임이 너무 눈에 선해서 읽다가 멈칫했어요. 저는 3D 쪽이라 연봉 협상은 잘 모르는데요, 납품 조건을 구두로만 정했다가 나중에 원본 파일 달라는 얘기에 근거가 없어서 곤란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때 느낀 게, 문서냐 구두냐로 숫자의 자격을 나누기보다 '구두로 들음'이라는 그 상태 자체를 옆에 한 줄 박아두면 그게 오히려 테이블의 한 칸이 되더라고요. 날아갈까 봐 칸을 비워두는 것보다, 어떻게 받은 숫자인지를 같이 적어두는 쪽이 나중에 저한테는 더 꺼내 쓰기 편했어요. 근데 연봉은 또 결이 다를 수 있으니, 이건 조심스럽게 제 경험만 얹어보는 얘기예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