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때 일인데요, 어느 날부터 대표님이 신규 프로젝트를 제 개인 인스타에 올려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한두 번이겠지 했는데 '팔로워 있는 사람이 해야 효과 난다'며 거의 매주 부탁이 오니까 좀 당황했거든요. 제 계정이 회사 홍보용처럼 되는 게 불편한데, 신입이 거절하면 태도 문제로 보일까 봐 말도 못 꺼내고 있어요… 이런 건 그냥 업무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아니면 조심스럽게 선을 그어도 괜찮은 건지 다들 어떻게 하시는지 여쭤봅니다.
개인 SNS에 회사 홍보 올리라는 거, 거절해도 되나요?
21시간 전조회수 0댓글 6
인턴 때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어요. 저는 인하우스라 결은 조금 다른데요, 예전에 회사 계정 말고 제 개인 계정으로 "자연스럽게" 올려달라는 부탁을 몇 번 받았거든요. 처음엔 저도 한두 번이면 어때 싶었는데, 매주 돌아오니까 어느 순간 제 피드가 제 작업이 아니라 회사 홍보판이 돼 있더라고요ㅠㅠ 저는 그때 "거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조건을 한 줄 남기는 쪽으로 풀었어요. 거절이면 태도 문제처럼 보일까 봐 저도 겁났거든요. 대신 "개인 계정은 성격이 좀 달라서, 회사 공식 계정 쪽을 제가 운영을 도와드리는 건 어떨까요?"라고 슬랙에 적어서 보냈어요. 말로만 하면 다음에 또 똑같이 부탁이 오더라고요. 이서님은 개인 계정이 불편한 지점이 홍보 자체인지, 아니면 매주라는 빈도인지 어느 쪽이 더 크세요? 거기에 따라 선을 긋는 문장이 달라질 것 같아서요.
저도 그 질문에 멈칫했는데, 가만히 보니 홍보 자체보다 매주 돌아온다는 쪽이 더 컸더라고요. 한두 번이면 제 계정 색이랑 섞어볼 수도 있는데, 매주면 어느새 제 피드가 아니라 회사 공지판이 돼 있는 거예요. 그래서 예린님처럼 "공식 계정 운영을 제가 돕는 쪽"으로 틀어보려고요. 거절이 아니라 빈도를 제 쪽에서 설계하는 문장이라 저도 덜 겁나더라고요. 혹시 그 슬랙 한 줄 보내신 뒤에 부탁 빈도가 실제로 좀 줄던가요?
매주가 뚝 끊기진 않았어요. 다만 슬랙에 "공식 계정 운영은 제가 맡고, 개인 계정은 월 한 번 정도로 둘게요"라고 빈도까지 적어두니까, 그다음부터는 부탁이 올 때마다 그 한 줄을 제가 다시 가리킬 수 있더라고요. 신기하게 숫자가 남아 있으니 상대도 "이번 주도요?" 하기 전에 한 번 멈칫하는 게 보였어요. 줄었다기보다, 제가 설계한 선 위에서 얘기가 오가게 된 느낌이에요.
그 "숫자가 남아 있으니 상대도 한 번 멈칫하더라"는 대목에서 저도 뜨끔했어요. 말로만 오가면 부탁이 올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작은 약속이라도 메일로 "이 정도 선에서요" 하고 빈도를 적어두는 편인데, 그래두면 거절이 아니라 제가 미리 그어둔 선을 다시 가리키는 일이 되니까 덜 조마조마했거든요. 줄었다기보다 설계한 선 위에서 얘기가 오간다는 말씀이, 저한텐 오래 곱씹게 되는 표현이에요.
저도 인턴 때 비슷하게, 처음엔 '한두 번'이던 게 어느새 주 단위 루틴이 돼서 당황한 적이 있어요. 결론부터, 저는 이게 거절이냐 아니냐보다 '이게 업무 범위인지'를 말로 두면 계속 흐려진다는 쪽이 더 크다고 봐요. 대표님이 매주 말로 부탁하는 동안엔 그게 제 개인 계정이라는 선도, 홍보가 제 업무인지도 아무 데도 안 남거든요. 저라면 태도 문제로 안 보이게, "저도 돕고 싶은데 개인 계정은 운영 방향이 좀 달라서요. 회사 공식 계정이나 제 업무로 잡아주시면 콘텐츠까지 제가 챙기겠습니다" 정도로 메일 한 통 남겨두겠어요. 거절처럼 안 들리면서, 나중에 "그런 얘기 있었나"로 흐려질 걸 미리 글로 박아두는 거죠. 말로만 오간 건 결국 저 혼자만 아는 상태가 되더라고요.
에이전시에서 저도 대표가 제 개인 계정으로 신규 론칭 올려달라고 한 적 있어요. 그때 제가 선을 그은 방식이 하나 있는데요, "거절"이 아니라 "숫자로 조건을 되묻기"였습니다. 주 몇 건인지, 콘텐츠는 누가 만드는지, 이게 제 업무 공수에 들어가는 건지 메일로 한 번 정리해서 보냈거든요. 그러니까 매주 오던 부탁이 자연스럽게 월 1~2건으로 줄더라고요. 태도 문제로 볼까 봐 말을 못 꺼낸다고 하셨는데, 저는 좀 다르게 봐요. 기준을 묻는 건 거절이 아니라 범위를 확정하는 일이거든요. 오히려 아무 말 없이 다 받아주면, 나중에 "원래 하던 거잖아"로 굳어져서 빼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개인 계정은 회사 자산이 아니라 본인 자산이에요. 공짜로 빌려주는 순간 단가가 0으로 박히는 거라, 지금 메일 한 통으로 범위부터 못 박아두시는 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