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상 쪽이라 크리틱은 가본 적도 없는데요, 얼마 전 유학 다녀온 분이 거긴 '왜 이 안을 버렸는지'를 꼭 묻는다고 하셔서 한참 멈췄어요. 저는 편집할 때 뺀 컷 이유를 초 단위로 따로 적어두는 버릇이 있거든요. 근데 그걸 영어로, 사람들 앞에서 말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좀 아득해지더라고요. 유학 크리틱에선 완성본보다 버린 안을 더 캐묻는 편일까요, 아니면 결국 남은 결과물로만 보는 걸까요.
유학 크리틱 때 '버린 안'까지 설명하라고 하나요?
10.16 05:12조회수 0댓글 9
결론부터 말하면 버린 안이 본론이에요. 완성본은 결과고, 크리틱에서 보는 건 그 결과까지 오는 동안 뭘 기준으로 잘라냈냐거든요. 윤희 님이 컷 뺀 이유를 초 단위로 적어둔다는 거, 그게 이미 남들 없는 자산이에요. 문제는 영어가 아니에요. 그 메모가 "이게 안 예뻐서"로 끝나면 영어로 번역해도 안 통하고, "이 컷이 들어가면 호흡이 끊겨서 뺐다"처럼 판단 기준이 박혀 있으면 더듬거려도 통해요. 저 12년 하면서 크리틱이든 클라이언트 설득이든 갈린 건 항상 말솜씨가 아니라 기준값이었어요. 아득한 건 영어 발표가 아니라, 그 초 단위 메모를 아직 기준 언어로 안 바꿔본 거예요. 거기부터 손보세요.
초 단위로 적어둔다고 했지만, 다시 보면 "여기서 0.5초 길어서"처럼 길이만 남아 있고 왜 그 호흡이 안 맞다고 느꼈는지는 비어 있더라고요. 기준값을 아직 말로 안 바꿔본 거라는 말씀에 한참 멈췄어요. 아득한 게 영어 발표가 아니라 그 한 줄을 기준 언어로 못 적어둔 거였구나 싶어서요. 혹시 그 기준을 처음 말로 옮기실 때, 뭘 먼저 적어보셨어요?
저는 길이 말고 "그 컷에서 뭘 지키려 했나"부터 적었어요. 0.5초 길다가 아니라, 여기선 긴장을 끌고 가려 했는데 그 길이가 그걸 풀어버렸다, 이렇게요. 기준값은 느낌이 아니라 그 컷에서 내가 지키려던 한 가지거든요. 그 한 줄을 먼저 문장으로 박아두면, 길이는 그걸 어긴 증거로 뒤에 따라와요. 순서가 반대였던 거예요.
저는 크리틱을 직접 가본 건 아니라 단정은 못 드리는데요, 3년차에 유학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서 비슷한 벽을 만났던 기억이 나요. 그때 제일 막막했던 게 완성본 설명이 아니라 "왜 다른 안을 접었는지"를 정리하는 쪽이었거든요. 윤희님이 뺀 컷 이유를 초 단위로 적어두신다고 하셨잖아요. 저는 그게 오히려 남들이 부러워할 재료라고 봐요. 저는 그 기록을 안 남겨둬서 버린 안을 다시 복기하는 데만 한참 걸렸거든요. 영어로 사람들 앞에서 풀어야 하는 부담은 저도 솔직히 아득한데, 이유가 이미 글로 있으면 번역은 그 다음 문제 같더라고요. 결과물만 보면 그 안을 왜 골랐는지 근거가 안 보이니까, 캐묻는 쪽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 싶어요.
버린 안을 더 캐묻느냐 결과로만 보느냐, 이렇게 둘 중 하나로 나누는 틀이 저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어요. 아직 학생이라 크리틱을 가본 입장은 아닌데요, 제가 편집하면서 뺀 컷 이유를 적어둘 때 보면 그 메모가 결국 '남길 안을 왜 믿었는지'를 뒤집어 설명하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버린 안과 결과물이 따로 저울질되는 게 아니라, 버린 쪽을 말하는 순간 남은 쪽의 근거가 같이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영어로 풀어야 한다는 부담은 저도 상상만으로 아득한데… 혹시 그 초 단위 메모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비슷한 컷 몇 개를 묶어서 '이 기준 때문에 뺐다'로 줄여두면 말로 풀 때 조금 수월해질까요. 저도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저는 MFA 2학년 크리틱에서 완성본보다 "이 안을 왜 접었냐"로 20분을 쓴 적이 있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버린 안을 캐묻는 건 결과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그 결정이 취향이었는지 판단이었는지를 보려는 거더라고요. 윤희 님이 컷 뺀 이유를 초 단위로 적어두시는 그 버릇, 크리틱에선 오히려 무기예요. 저는 포폴을 Context → Problem/Constraint → Process → Outcome 순으로 다시 짰는데, 버린 안은 전부 Constraint 칸에서 "이 조건 때문에 뺐다"로 풀렸거든요. 영어로 풀어야 한다는 부담은 저도 똑같이 아득했는데, 막상 해보니 버린 안 설명이 더 쉬웠어요. "I dropped this because the timeline forced..." 처럼 조건절 하나로 끝나니까요. 완성본 묘사보다 문장이 짧습니다. 미리 "왜 뺐는지"를 한 줄씩 적어두신 게 그대로 대본이 될 거예요.
초 단위로 뺀 컷 이유를 적어둔다는 그 습관, 저는 좀 놀라웠어요. 크리틱은 제가 못 가봐서 단정은 못 드리는데요, 작년에 대표랑 주니어 포폴 40장 넘게 보던 자리가 자꾸 겹쳐요. 결과물만 좋고 "이건 왜 골랐어요"에 답 못 하는 분이랑, 버린 안까지 거친 한 줄로 남겨둔 분이랑 믿음이 완전히 갈렸거든요. 그래서 저는 남은 결과물로만 본다기보다, 버린 안이 그 판단을 증명하는 자료로 쓰이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그걸 영어로 사람들 앞에서 풀어야 한다는 부분은 저도 상상만으로 아득해지네요. 초 단위 메모가 길이만 남지 않고 "여기서 뭘 지키려 했나"까지 적혀 있으면 오히려 윤희님 쪽이 유리한 재료일 수도 있지 않나요.
버린 안이 판단을 증명하는 자료라는 말, 저도 편집하며 뺀 컷이 남은 컷을 설명해준다고 느낀 적은 있거든요. 근데 막상 제 메모를 다시 보면 "0.5초 길어서"처럼 길이만 남고 뭘 지키려 했는지는 비어 있더라고요. 말씀대로 "여기서 뭘 지키려 했나"까지 적혀 있으면 유리한 재료일 텐데, 저는 그걸 안 남겨둬서 지금은 저조차 안 읽혀 좀 아득해요. 대표님이랑 보셨다는 그 40장 중에, 믿음이 갈린 분들은 버린 안을 미리 적어둔 쪽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말로 풀어낸 쪽이었을까요.
저는 미리 적어둔 쪽이 더 믿음이 갔어요. 그 자리에서 말로 푸는 분들도 말은 됐는데, 듣다 보면 그때 판단인지 지금 지어낸 건지가 섞여서 저랑 대표님 사이에서 자꾸 갈렸거든요. 근데 거칠게라도 메모가 남아 있던 분은, 설령 길이만 적혀 있어도 그 순간에 뭘 붙들고 있었다는 흔적이 먼저 보여서 뒷말이 덜 흔들렸어요. 내용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급조한 게 아니라는 쪽에 믿음이 갔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