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편집 쪽 4년차인데요, 길에서 전단지 받으면 내용은 안 읽고 모서리부터 손가락으로 비벼보고 있더라고요. 아 이거 스노우지인가, 평량은 얼마쯤 갔지, 뒷면 비치는 거 보니 얇게 잡았네… 이러고 있다가 정작 무슨 가게 전단지였는지는 하나도 기억을 못 해요. 서점에서도 표지보다 책등 너비부터 눈이 가고요. 다들 이렇게 자기 분야 쪽으로만 켜지는 습관 하나씩 있으신가요?
길에서 받은 전단지, 종이부터 만져보는 거 저만 그래요?
9.22 01:47조회수 0댓글 7
저는 좀 다른 쪽인데, 저건 습관이 아니라 그 분야에서 손이 먼저 훈련된 증거 아닐까 싶어요. 제 경우엔 앱 켜면 콘텐츠는 안 보고 탭바 아이콘 정렬이랑 터치 영역부터 눌러봅니다. 엘리베이터 층수 버튼도 배열 보고 "이거 누가 설계했나" 싶어지고요 🙃 근데 저는 유나님처럼 종이 촉감으로 판단하는 감각은 아예 없거든요. 편집 쪽은 남 일이라 선 긋고 갈게요. 다만 궁금한 게, 그 감각이 실무에서 발주 넣을 때 실제로 쓰이나요? 아니면 길에서만 켜지고 정작 일할 땐 샘플북 보고 정하시는 편인가요?
발주 넣을 때도 켜지긴 하는데요, 결국은 샘플북이랑 교정쇄로 확인하는 쪽이에요. 길에서 만져본 감각은 후보를 좁히는 데까지만 쓰이거든요. "이 브로슈어는 스노우지 말고 반누보 계열이 낫겠다" 정도까지는 손으로 먼저 정해지는데, 평량이나 뒷면 비침은 인쇄소에서 실물 받아보기 전엔 저도 못 믿어요. 모니터 색이랑 실제 먹 농도가 매번 다르게 나오기도 하고요. 오히려 그 감각이 제일 쓸모 있는 건 클라이언트 설득할 때더라고요.
세상에, 저 책등 너비 부분에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저는 웹 쪽이라 종이 만져보는 감각은 없는데요, 대신 카페 앉아서 옆자리 분 휴대폰 화면이 눈에 들어오면 콘텐츠가 아니라 하단 탭바 높이랑 아이콘 간격부터 보고 있더라고요. 얼마 전엔 배달앱 결제창에서 버튼이 한 뼘쯤 아래 있는 게 거슬려서 주문을 잠깐 멈췄는데요, 정작 뭘 시키려던 건지 까먹었어요ㅋㅋ 근데 이게 좀 웃긴 게, 그렇게 흘려본 것들이 나중에 클라이언트가 "왜 여기에 뒀냐" 물어볼 때 근거로 나오더라고요. 유나님도 평량 짐작해보신 게 나중에 견적이나 지업사 얘기할 때 도움 되신 적 있으셨을까요? 궁금해요.
저도 그 순서로 봐요. 내용은 뒤로 밀리고 물성부터 먼저 켜지는 거요. 도움 된 적 확실히 있는데요, 지업사랑 통화할 때 "미색 모조 100g 정도 느낌으로"라고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 대화가 훅 줄더라고요. 견적에서도 그래요. 클라이언트가 "좀 더 고급스럽게"라고 하면 평량을 올릴지 코팅을 바꿀지 후보를 두세 개로 좁혀서 금액 차이까지 같이 드리거든요. 흘려본 감각이 그때 근거가 되죠. 결제창 버튼 위치 보시다가 주문 까먹으신 건 저도 좀 웃었어요.
저도 딱 그 습관 있는데, 혹시 유나 님은 전단지 만져보고 나서 "이 정도면 얼마 나왔겠네"까지 가시나요? 저는 제품 쪽이라 종이 감각은 얕은데, 대신 마트에서 물병이나 샴푸통 집으면 내용물보다 파팅라인부터 손가락으로 훑고 있더라고요. 여기 금형 두 짝으로 뺐네, 이 부분은 언더컷이라 슬라이드 들어갔겠다, 이러다가 정작 뭘 사러 왔는지는 까먹고요ㅋㅋ 근데 작년에 인쇄 견적서 세 개 비교표 만들면서 알았는데, 평량이나 후가공은 업체마다 포함 범위가 다 달라서 손으로 잡은 감이랑 견적 조건이 따로 놀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그 촉감이 실무 판단까지 이어지는 편인가요 아니면 그냥 손버릇에서 끝나나요.
저도 그 지점까지 가긴 하는데요, 견적으로 바로 이어지진 않더라고요. 만져본 감각은 "반누보 계열이겠다" 정도 후보 좁히는 데까지고, 실제 단가는 평량이랑 후가공 조건 받아봐야 나오니까요. 그래도 그 감각이 아주 헛돌지는 않는 게, 지업사나 인쇄소랑 통화할 때 말이 훨씬 빨리 붙거든요. 손버릇이 실무로 바로 가는 건 아니고, 실무 대화의 입구를 만들어주는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전단지 받고 종이부터 만지시는 게 오히려 4년치 손 감각이 쌓인 증거 같아서 저는 부러운 쪽인데요, 저는 실무 경험이 없어서 종이 만졌을 때 평량이 짐작되는 감각 자체가 없거든요. 대신 앱 켜면 버튼 눌렀을 때 살짝 튀는 모션이 들어가 있나부터 보게 되더라구요. 피그마로 그걸 직접 만들어본 뒤로 생긴 습관이라, 결국 손으로 해본 만큼만 켜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학교 과제로 소책자 인쇄해본 적은 있는데 그때도 종이는 인쇄소에서 골라주는 대로 받아왔어요ㅠㅠ 비치는 거 보고 얇게 잡았다는 걸 아신다는 게 신기해서, 그 감각은 몇 년쯤 만져야 붙는 건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