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정 사유를 그 순간에 한 줄로 안 남겨두면 나중에 복원이 안 되더라고요. 작업 화면 옆에 '왜'를 바로 붙여두는 것처럼요. 그래서 궁금한데요, 해외 나가신 분들은 처음 나올 때 '왜 나왔는지'를 어디 적어두셨나요. 저는 아직 나가본 처지는 아니라 단정할 처지는 아닌데요, 시간이 지나면 그 이유가 톤만 남고 흐려지지 않나 싶어서요. 힘들 때 그 한 줄을 다시 꺼내 보시는지도 궁금하고요.
해외 나온 이유, 어딘가 적어두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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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만 다른 각도를 얹자면, 저는 그 한 줄이 '복원'보다는 '어긋나려고' 적어두는 거라고 느끼거든요ㅋㅋ 작년에 이직할 때 '왜 옮기지'를 메모에 딱 한 줄 박아뒀는데, 반년 뒤에 꺼내보니까 그때 이유랑 지금 느끼는 이유가 미묘하게 안 맞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 어긋난 틈이 오히려 '아 나 이만큼 움직였구나' 알려주는 지표 같았어요. 소예님 말씀대로 톤만 남고 흐려지는 거 맞는데, 저는 그 흐려짐 자체를 기록으로 보는 편이에요. 지금 유학 준비하면서도 '왜 나가려는지'를 날짜 붙여서 한 줄씩 쌓고 있거든요. 힘들 때 꺼내보려는 용도라기보단, 흐려진 버전끼리 나중에 겹쳐보려고요ㅎㅎ 복원이 안 되는 게 당연한데, 안 되는 모양을 남겨두면 그것도 꽤 쓸모 있더라고요.
톤만 남고 흐려진다는 그 표현에서 잠깐 멈췄어요. 저는 피그마 프레임 옆에 '왜 이 간격 줬나'를 그 자리에서 바로 적어두는 버릇이 있는데요, 신기한 게 몇 달 뒤에 다시 보면 그때 적은 '왜'가 지금 제가 읽는 '왜'랑 미묘하게 다르더라고요. 이유 문장은 그대로인데 거기 제가 붙이는 무게가 바뀌어 있어서요. 그래서 요즘은 한 줄 옆에 날짜를 꼭 같이 박아두거든요. 나중에 '이때의 나는 이렇게 느꼈구나'를 꺼내려면 이유보다 그 날짜가 더 필요하더라고요. 해외 나가신 분들도 '왜 나왔나' 한 줄에 그날 날짜나 그때 기분을 같이 남기시는지, 아니면 이유만 딱 적어두시는지 궁금해요. 힘들 때 다시 꺼내 보는 건 결국 이유보다 '그때의 나' 쪽이 아닐까 싶기도 해서요ㅠㅠ
재택으로 돌릴 때 식대랑 교통비가 공지 없이 사라진 걸 두 번 겪었는데, 그때 배운 게 결정이든 조건이든 '사라지는 쪽'은 말이 없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전환 시점에 유지 항목을 날짜랑 같이 글로 박아두는 습관이 생겼거든요. 해외 나온 이유도 저는 비슷하게 봐요. 나올 때 '환율이 이랬고, 어느 프로젝트가 막혀서, 몇 월에' 하는 식으로 숫자랑 날짜를 이유 옆에 딱 붙여두면 나중에 꺼내도 기준으로 읽히는데, 그게 빠지면 말씀하신 대로 톤만 남아서 변명처럼 흐려지더라고요. 힘들 때 다시 꺼내 본다는 것도, 결국 그 한 줄이 '잘 나왔나'를 재는 저울이어서가 아닐까 싶어요. 눈금이 안 적혀 있으면 매번 그날 기분으로 다시 재게 되거든요. 적어두실 거면 이유만 말고 그때 숫자를 같이 남겨두시는 게 어떨까요.
눈금이 저울이라는 그 말에서 멈칫했어요. 저는 숫자만 남겨두면 나중에 '그때 환율이 얼마였나'는 남는데 '그게 뭘 포함한 환율이었나'가 안 복원되더라고요. 그래서 숫자를 남길 거면 그 옆에 어떤 조건에서 잰 건지 한 줄을 같이 박아두는 쪽인데요. 환율이면 몇 월 기준인지, 뭘 기준으로 본 환율인지까지 붙여둬야 나중에 꺼냈을 때 그날 기분으로 다시 안 재게 되더라고요.
저는 나오기 전에 적은 한 줄보다, 나온 뒤에 그 한 줄이 비자 서류에서 강제로 소환될 때를 대비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O-1B 서류 쓸 때 "왜 미국이어야 했나"를 분기 보고서랑 지표로 엮어 증명해야 했는데, 정작 나올 때 남겨둔 메모가 없으니까 결과만 보고 과거를 역으로 끼워맞췄거든요. 그때 느낀 게, 소예님 말씀처럼 톤만 흐려지는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이유로 재구성되더라고요. 힘들 때 꺼내 봤냐고 하시면, 솔직히 저는 안 꺼냈어요. 대신 서류 마감이 저를 강제로 꺼내 세웠는데 그게 더 정확했어요. 내가 왜 왔는지보다 뭘 접고 왔는지가 그제야 숫자로 보였거든요. 소예님은 그 한 줄을 지금 작업 메모 옆에 붙이듯 미리 남겨두는 편이세요?
네, 저는 작업 메모 옆에 바로 붙여두는 쪽인데요. 그런데 말씀 들으니 그게 반쪽이었나 싶어요. 저는 '왜 왔나'만 한 줄로 남기지, '뭘 접고 왔나'는 안 적어뒀거든요. 결과만 남으면 과거가 역으로 끼워맞춰진다는 건 결정 사유에서 늘 겪던 거라, 서류 마감처럼 강제로 소환되는 자리가 오히려 정확하다는 말씀이 무섭게 와닿네요. 그래서 궁금한데요, 그 '접은 것'은 미리 한 줄로 적어둘 수 있는 종류던가요, 아니면 결국 마감이 와야만 숫자로 보이던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리 적을 수 있는 건 '뭘 접었나'라는 이름 한 줄까지고, 그게 얼마짜리였는지는 마감이 와야 숫자로 보이더라고요. 저는 분기 보고서 쓸 때 "이 화면 대신 접은 안 B"라고만 적어뒀는데, 막상 지표를 붙이는 순간 B를 접은 게 전환 몇 퍼센트짜리 결정이었는지가 그제야 드러났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자리에선 이름만 박아두고, 숫자 칸은 비워서 마감 때 강제로 채우는 쪽으로 굳혔어요. 접은 안은 그 순간엔 느낌뿐이라, 미리 숫자까지 적으려다간 오히려 못 적고 통째로 날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