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1년 좀 안 된 주니어 디자이너인데요, 요즘 들어 디자인 작업보다 전화 받고 택배 정리하고 탕비실 채우는 일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ㅠㅠ 처음엔 막내니까 당연한가 싶어 그냥 했는데, 자꾸 쌓이니까 정작 제 작업 시간이 밀리더라고요. 다들 신입 때 이 정도는 그냥 감수하셨는지 궁금해요. 어디까지가 '막내 일'이고 어디부터 선을 그어야 하는 건지 감이 안 잡혀요...
신입이라고 전화·탕비실 정리까지 다 떠넘기는 거 맞나요?
10.29 01:36조회수 0댓글 8
그 일들 하다 보면 "지금 내가 뭘 하고 있지" 싶은 순간 오지 않으세요?? 저는 인턴 3개월 끝날 때 마지막 이틀을 폴더 정리에만 썼거든요. 그때는 막내니까 당연하다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정작 제 작업으로 남길 만한 건 거의 못 챙겼더라고요ㅠㅠ 그게 좀 멈칫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요즘 기준으로 삼는 건, 전화나 택배처럼 누가 해도 되는 일인지 아니면 제 작업 시간을 밀어내는 일인지예요. 전자는 그냥 하고, 후자가 쌓이면 "이번 주 제 디자인 일정이 이만큼인데 탕비실도 같이 채우면 뭐부터 밀릴까요?" 하고 일정표를 들고 한 번 물어보는 거예요. 거절이 아니라 순서 질문처럼요. 선이라는 게 말로 그으면 꼭 "그런 적 없다"로 돌아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밀린 작업을 숫자로 보여주는 쪽이 그나마 통하던데, 예린님 상황은 어떠세요?? 진짜 궁금해요!!
폴더 정리에 마지막 이틀을 쓰셨다는 얘기에 좀 멍해졌어요ㅠㅠ 저도 지난주에 전화랑 택배 받다가 오토레이아웃 잡던 화면이 이틀이나 밀렸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밀린 작업을 메모에 날짜랑 같이 적어두고, 그걸 들고 "이번 주 시안 두 개가 여기까진데 탕비실도 같이 하면 뭘 미룰까요" 하고 물어봤더니 확실히 말이 덜 돌더라고요. 숫자로 보여주는 거, 저도 그나마 통하는 것 같아요. 근데 그 순서 질문 몇 번 하니까 좀 민망해지진 않으셨어요??
민망했죠ㅠㅠ 저도 처음엔 "자꾸 이런 거 물어도 되나" 싶어서 속으로 멈칫했거든요. 근데 메모에 날짜랑 밀린 거 적어서 들고 가니까, 제가 투정 부리는 게 아니라 같이 순서 정하자는 얘기로 들리더라고요. 숫자가 앞에 있으니까 민망함이 좀 덜 제 몫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재발주 났을 때도 "화면에선 이 색이었다"까지 적어두니 덜 쪼그라들었던 것처럼요.
저도 주니어 때 비슷했어요. 작업 틈틈이 전화 받고 택배 정리하다 보면 정작 피그마는 저녁에야 열더라고요. 그때 제가 했던 건 거창한 선 긋기가 아니라, 한 주 동안 제가 어떤 잡무에 몇 시간을 썼는지 그냥 날짜랑 같이 적어둔 거였어요. 막상 적어보니 "막내니까 당연하다"고 넘겼던 게 주당 대여섯 시간씩 쌓여 있더라고요. 그 기록을 들고 리드한테 "작업 시간이 이만큼 밀리고 있다"고 숫자로 말하니까, 감정 상하는 일 없이 전화 당번은 돌아가며 받는 걸로 정리가 됐어요. 어디까지가 막내 일인지 선을 혼자 정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흔들리는데, 내 작업이 얼마나 밀리는지를 사실로 남겨두면 그 선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편이더라고요. 다만 회사마다 분위기가 다르니 제 경험이라는 전제는 두고 들어주세요.
택배 정리가 작업 시간을 밀어내기 시작했다는 그 지점, 생각보다 심각하게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스타트업 막내 때 전화랑 탕비실은 당연히 제 몫인 줄 알고 1년 가까이 그냥 했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제 커리어 기록에 남는 건 '잡무를 잘 처리한 사람'밖에 없더라고요. 디자인 작업물이 안 쌓이면 나중에 이직할 때 가장 아쉬운 게 그 부분이에요. 저는 좀 다른 각도로 볼게요. '어디까지가 막내 일'이라고 선을 숫자로 못박으려 하면, 정작 그 아래에 깔린 '내 작업 시간이 지금 얼마나 밀렸는가'가 논의에서 통째로 사라져버리거든요. 그래서 저는 선을 긋기보다, 작업이 밀릴 때마다 "이거 하면 A 시안 마감이 하루 밀립니다" 한 줄을 사수한테 남겨뒀어요. 잡무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그게 뭘 밀어내는지를 계속 보이게 하는 거죠. 그래야 '막내니까 당연한 일'이 아니라 '우선순위 문제'로 대화가 바뀌더라고요.
어우, 택배랑 탕비실까지 쌓이면 작업이 뒤로 밀리는 게 당연하죠. 그런데 "이건 막내 일 맞냐"로 접근하면 끝이 안 나더라고요. 어디까지가 막내 일인지는 결국 의견이라 사람마다 선이 달라서 반박이 붙거든요. 저는 이럴 때 선을 긋기 전에 한 주만 기록을 남겨보시길 권해요. 몇 시에 무슨 작업을 하다가, 전화·택배로 몇 분이 끊겼고, 그래서 어떤 디자인 일정이 며칠 밀렸는지요. 전화 받은 거 자체는 "그 정도는 해야지"로 받아치기 쉽지만, "이번 주 디자인 작업 4시간이 잡무로 밀렸다"는 건 반박이 안 됩니다. 선은 그 기록을 들고 가서 긋는 거예요. 어차피 할 일이면 하되, 그게 본업을 얼마나 먹는지는 숫자로 남겨두세요. 애매하게 "요즘 너무 많아요"라고 말하면 체감 차이로 묻히더라고요.
저도 신입 때 렌더 돌려놓고 대기하는 틈마다 전화 받고 택배 뜯다가 하루가 다 갔던 적이 있어요. 그때 뭘 바꿨냐면, 선을 긋기 전에 일단 뭘 얼마나 했는지부터 적기 시작했거든요. 저는 작업 파일에 조건을 한 줄씩 박아두는 습관이 있는데, 그걸 그냥 잡무에도 적용했어요. "오늘 전화 몇 통, 택배 정리 몇 분" 이렇게 2주쯤 메모를 모아두니까, 어느 날 제 작업 시간이 왜 밀렸는지가 숫자로 딱 보이더라고요. 그게 "이건 막내 일이냐 아니냐" 같은 애매한 싸움보다 훨씬 꺼내 쓰기 좋았어요. "제 디자인 시간이 하루에 이만큼 빠지고 있어요"라고 말할 근거가 생기니까요. 선을 긋는 게 꼭 거절처럼 느껴지지 않아도 돼요. 저는 그냥 "지금 제가 뭐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를 먼저 눈에 보이게 만든 거였거든요. 예린님도 혼자 삭이지 말고 며칠만 적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우와, 저 그 "쌓이니까 제 작업 시간이 밀리더라고요" 한 줄에서 좀 멈췄어요. 저도 운영 디자인이 대부분이라 배너 하나 쳐내다가 전화 받고 택배 정리하고 하면, 정작 피그마는 저녁에야 다시 여는 날이 많았거든요. 그때 저는 "이건 막내 일 맞냐"로 따지기가 어렵더라고요. 선이 어디다 그어진 게 아니라, 그냥 비는 사람한테 흘러들어오는 거라서요. 그래서 저는 선을 긋기보다 그 일들이 하루에 얼마나 들어오는지 한 줄씩 적어봤어요. 라벨 교정본 명세를 폴더에 캡처해 두던 버릇이랑 비슷하게요. "오늘 전화 몇 통, 택배 몇 건, 그래서 작업이 몇 시간 밀림" 이렇게요. 그러니까 "저 이거 못 해요"가 아니라 "이만큼 들어오는데 작업은 어디에 넣을까요"로 되물을 거리가 생기더라고요. 3년차라 저도 아직 감 잡는 중인데, 기록이 쌓이면 그게 혼자 서러워하는 것보다는 꺼내기 쉬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