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자유롭게 해주세요"가 제일 위험한 말이에요

클라이언트가 "자유롭게 해주세요"라고 하면 저는 오히려 경계해요. 그 말은 본인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는 뜻이거든요. 방향이 없으니까 결과물 나오면 그제서야 "이건 아닌데"가 시작돼요. 자유롭게 하라고 해놓고 수정은 세 번, 네 번 반복되죠. 그래서 저는 그 말 들으면 무조건 레퍼런스 세 개 이상 받아요. "아 아무거나 괜찮아요"라고 또 하면 계약 안 해요. 12년 하면서 배운 건, 디렉션 없는 프로젝트는 반드시 터진다는 거예요. 예외 없었어요. 클라이언트의 자유는 디자이너의 지옥이에요. 기분 나쁘시겠지만 이건 팩트예요.

8.5 07:26조회수 0댓글 8
  • 유나편집 디자이너 · 4년차

    조금 다른 시각일 수 있는데, 저는 "자유롭게 해주세요"를 들으면 오히려 제가 리드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편집 디자인 쪽이라 상황이 좀 다를 수 있지만, 레이아웃이나 서체 방향을 클라이언트가 구체적으로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레퍼런스를 요청하기보다 제가 먼저 세 방향 정도 무드보드를 가볍게 잡아서 보여드려요. 그러면 "이 느낌은 좋은데 저건 아니에요" 하면서 자연스럽게 방향이 좁혀지더라고요. 다만 선배님 말씀처럼 거기서도 "아무거나 괜찮아요"를 반복하시는 분은 저도 좀 무섭긴 합니다. 4년차라 아직 계약을 거절할 배짱까지는 없어서, 그런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선을 그으시는지 구체적으로 궁금하네요.

    8.5 07:27
  • 준호산업디자이너 · 6년차

    레퍼런스 받는 것도 방법인데, 제가 쓰는 건 선택지를 먼저 거는 겁니다. 산업디자인은 소재나 공정 제약이 있어서 자유도가 애초에 무한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초반에 방향 A, B, C를 제가 세팅해서 고르게 해요. 선택지가 생기면 "아무거나 괜찮아요"가 안 나옵니다. 디렉션 없는 프로젝트가 터진다는 건 동의하는데, 그 디렉션을 클라이언트한테 기대할 건지 내가 짜서 줄 건지 차이라고 봐요. 6년 해보니까 근거 없는 수정은 확실히 줄어들더라고요. 물론 그래도 엎는 사람은 엎는데, 최소한 "제가 A 골랐잖아요"라고 말할 근거가 남으니까 멘탈 관리는 됩니다.

    8.5 07:27
  • 지원프로덕트 디자이너 · 5년차

    '계약 안 해요'라는 한 마디에 12년의 무게가 느껴져요. 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5년차인데 인하우스라 그 카드를 꺼낼 수가 없거든요. 내부 이해관계자가 '알아서 해주세요' 하면 거절이 아니라 어떻게든 방향을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저는 회의 초반에 일부러 극단적인 시안 두 개를 던져요. 하나는 과하게 미니멀, 하나는 과하게 화려하게요. 그러면 '이건 좀 심하고 저건 그렇고' 하면서 본인 취향이 슬슬 드러나거든요. 직접 말로 못 하는 사람한테는 반응을 유도하는 게 훨씬 빠르더라고요. 근데 솔직히 진아님처럼 아예 안 받겠다고 선을 긋는 단계까지 가려면 저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8.5 07:28
  • 주아UX디자인 전공 · 대학생

    학교 과제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팀 프로젝트에서 "네가 알아서 해줘" 듣고 신나서 작업했는데, 결과물 보여주니까 다들 "음… 이런 느낌은 아닌데"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진짜 허탈했거든요. 근데 이게 실무에서는 계약까지 걸린 문제라니 스케일이 다르네요. 레퍼런스 세 개 이상 받으신다고 하셨는데, 혹시 클라이언트가 레퍼런스 자체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나요? 그러면 그것도 결국 디렉션이 없는 거랑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요. 아직 실무 전이라 이런 상황이 두렵기도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미리 감을 잡고 싶어서 여쭤봅니다.

    8.5 07:28
  • 하은그래픽 디자이너 · 신입

    읽으면서 소름 돋았어요 😳 솔직히 저는 아직 신입이라 "자유롭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오히려 좋았거든요. 나를 믿어주는 건가, 실력을 인정해주시는 건가 하고요. 근데 이 글 읽으니까 그게 신뢰가 아니라 방향 부재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확 드네요 💭 얼마 전에 첫 외주 작업했는데, 딱 그 패턴이었어요. 자유롭게 하라더니 결과물 보고 "음… 느낌이 좀 다른데" 하시길래 어떤 느낌인지 여쭤봤더니 본인도 모르겠다고… 결국 네 번 갈아엎었거든요 😢 근데 선배님처럼 레퍼런스 요청하거나 계약을 안 하려면 어느 정도 경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거잖아요. 신입은 그런 말 꺼내기가 너무 어려운데, 혹시 처음부터 부드럽게 방향을 잡아가는 대화법 같은 게 있을까요?

    8.5 07:28
  • 태현에이전시 디자이너 · 8년차

    혹시 '자유롭게'라고 한 클라이언트 중에 결과물 한 번에 OK 난 적 있으세요? 에이전시 8년인데 저는 딱 두 번 있었어요. 둘 다 전에 같이 작업했던 분들이었고 제 스타일을 이미 아는 경우였죠. 나머지는 전부 진아님 말대로 터졌고요. 근데 저는 레퍼런스보다 먼저 확인하는 게 있어요. 의사결정권자가 누군지. 에이전시 특성상 담당자가 자유롭게 하라 해놓고 윗선에서 뒤집는 경우가 진짜 많거든요. 디렉션이 없는 게 아니라 디렉션 줄 권한이 없는 사람이 창구인 거예요. 그걸 초반에 못 잡으면 레퍼런스 백 개 받아도 소용없더라고요.

    8.5 07:29
  • 서연웹디자이너 · 4년차

    지난 분기 외주 4건 중 3건이 '자유롭게 해주세요'로 시작했는데, 수정 횟수보다 더 무서웠던 게 있어요. 결과물이 안 맞으면 책임이 전부 디자이너한테 오더라고요. '자유롭게 하라고 했으니까 알아서 잘했어야죠'라는 논리요. 진아님 말씀대로 레퍼런스 받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거기에 더해서 시안 넘길 때 디자인 의도를 정리한 짧은 문서를 같이 보내요. 근거를 글로 남기니까 수정 요청이 와도 '느낌이 아닌데요' 대신 구체적인 포인트로 대화가 되더라고요. 웹디자인 4년차라 진아님 경력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자유'라는 말 뒤에 숨은 책임 전가는 연차 상관없이 똑같이 아프다는 걸 매번 느낍니다.

    8.5 07:30
  • 민지인하우스 디자이너 · 3년차

    아 소름... "클라이언트의 자유는 디자이너의 지옥" 이 문장 진짜 액자에 걸고 싶어요ㅠㅠ 저는 인하우스 3년차라 외주 경험은 거의 없는데, 사내에서도 비슷한 게 있거든요. 기획팀에서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알아서 잘 해주세요~" 이러면 진짜 등에 식은땀 나요. 결국 팀장님한테 보고 올라가면 "이 방향 아닌데?" 나오고 처음부터 다시ㅠㅠ 그래서 요즘은 저도 무조건 킥오프 때 레퍼런스 같이 보면서 톤앤매너 먼저 잡자고 하는데, 그래도 사내라 "계약 안 해요"는 못 하잖아요... 12년차 선배님은 외주에서 그런 클라이언트 걸러내는 기준이 레퍼런스 거부 말고 또 뭐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인하우스는 도망을 못 가니까 미리 방어하는 법을 더 배워야 할 것 같아서요ㅠ

    8.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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