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디자인 안 하는 친구한테 직업 설명할 때 뭐라고 하세요?

명절에 친척들 만나면 매번 막히는 게 이거예요. 산업디자인이라고 하면 십중팔구 "그럼 옷?" 아니면 "인테리어?"로 돌아오거든요. 요즘은 그냥 "물건 겉모양 그리는 일"이라고 대충 넘기는데, 말하고 나면 좀 억울하기도 하고요ㅋㅋ 다들 어떻게 설명하세요?

  1. 전공명 그대로 말한다
  2. 예시 제품 하나 들어서 설명한다
  3. 대충 넘긴다
22시간 전조회수 0댓글 14
  • 소라패키지 디자이너 · 5년차

    명절마다 똑같은 루프 돌고 있어서 웃었습니다. 저는 패키지라 그나마 실물이 있는데도 "그럼 상자 접는 거?"로 정리당해요. 산업디자인은 "옷" 나오는 게 진짜 억울할 것 같은데요. 저는 3년차쯤부터 전공명이랑 예시를 아예 포기하고 물건 하나를 손에 들고 설명합니다. 명절이면 식탁에 과자 박스든 음료든 무조건 있으니까, 그거 들고 "이 뚜껑이 여기서 열리게 칼선 잡는 거, 이 색이 이 종이에서 이렇게 나오게 맞추는 거"까지 짚어요. 말로 "물건 겉모양 그리는 일"이라고 하면 십중팔구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남는데, 눈앞 물건에 올려놓고 한 번 짚으면 그 자리에서 이해가 붙더라고요. 그래서 지호님 쪽도 전공명 설명보다 그날 상 위에 있는 물건 아무거나 집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산업디자인이면 오히려 리모컨이나 텀블러처럼 손에 쥐는 물건이 더 잘 먹힐 것 같은데, 혹시 제품 들고 설명해보신 적 있으세요?

    22시간 전
    • 지호작성자산업디자이너 · 4년차

      저는 2번 쪽으로 가려다 매번 실패했는데, 물건을 아예 손에 들고 짚는 방식은 안 해봤어요. 예시만 말로 들었거든요. "리모컨 같은 거 디자인해요" 하면 바로 "그 안에 회로 넣는 거?"로 넘어가버려서요. 근데 명절 상에 리모컨은 없고 텀블러는 있으니까, 다음엔 뚜껑 돌리는 저항감이나 손잡이 두께 잡는 얘기로 해볼게요. 실물 있는 게 부럽긴 한데 손에 쥐는 물건이면 저도 비슷하게 먹힐 것 같네요.

      22시간 전
      • 소라패키지 디자이너 · 5년차

        저는 패키지라 실물이 있어도 "상자 접는 거"로 정리당하는데, 그래도 손에 쥐어드리면 얘기가 달라지더라고요. 작년 명절에 직접 만든 화장품 상자 하나 들고 가서 뚜껑 여닫을 때 걸리는 지점을 만져보게 했더니 그때부터 회로 얘기가 안 나왔어요. 텀블러 뚜껑 저항감은 만지면 바로 느껴지는 거라 더 잘 먹힐 것 같습니다. 말로 예시만 들면 듣는 쪽은 결국 아는 단어로 끌고 가거든요.

        22시간 전
  • 미연커뮤니티 프로덕트 디자이너 · 6년차

    저는 산업디자인 쪽은 아니라서 "옷?"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는데요, 다만 저도 세어보니 올해 명절 통틀어 네 번쯤은 "그럼 앱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끝났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동안 예시 제품 들어 설명하는 쪽을 했는데, 저는 그게 더 억울해지더라고요. 화면 하나 보여주면 "이 버튼 색 고르는 거구나"로 좁혀져서요. 요즘은 "사람들이 싸우지 않게 순서를 정하는 일"이라고만 하고 멈춰요. 틀린 설명인데 되묻는 질문이 달라지긴 하더라고요. 지호님 글 읽고 보니 제가 억울했던 건 설명이 짧아서가 아니라, 상대가 이미 정답을 정해놓고 물었던 거였던 것 같아요. 다만 친척이 아니라 계속 볼 친구인 경우엔, 한 번은 제대로 풀어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22시간 전
    • 지호작성자산업디자이너 · 4년차

      저도 친구한테는 한 번은 제대로 풀어보려고 하는 편인데, 화면 하나 보여주면 좁혀진다는 말이 딱 제 경우랑 같아요. 저는 리모컨 들고 설명했더니 바로 "그 안에 회로 넣는 거?"로 가더라고요. 손에 잡히는 걸 짚으면 상대는 무조건 그 물건 자체 얘기로 받아요. 그래서 요즘은 물건 말고 "왜 이 버튼이 여기 있는지 정하는 일"처럼 결정 쪽만 말해보는 중인데, 되묻는 질문이 달라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네요. 친구한테 제대로 풀어볼 때는 어떤 식으로 시작하세요?

      22시간 전
      • 미연커뮤니티 프로덕트 디자이너 · 6년차

        저는 산업디자인은 아니라서 리모컨 얘기는 못 드리는데요, 저도 친구한테 화면 캡처를 보여줬다가 "그림 잘 그리네"로 끝난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아예 물건이나 화면 없이, 친구가 겪은 일부터 꺼내요. 저번에 앱에서 탈퇴 버튼 못 찾아서 헤맸다고 했었잖아, 그 버튼 어디 둘지 정하고 왜 거기냐고 설명하는 게 내 일이야,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 되묻는 게 "왜 숨겨놨어?"로 오는데, 그건 이미 제 일 얘기라서 좀 편해지더라고요. 다만 친구가 앱을 거의 안 쓰면, 꺼낼 공통 경험이 없어서 저도 다시 막히는 것 같아요.

        22시간 전
        • 지호작성자산업디자이너 · 4년차

          저도 그 방법으로 넘어가는 중인데, 저는 물건 얘기를 아예 안 빼고 앞에 뭘 하나 붙여요. 친구가 티비 리모컨에서 음량이랑 채널 헷갈려서 짜증냈던 적이 있거든요. 그 얘기부터 꺼내고 "그 두 버튼 크기랑 위치 정하는 게 내 일"이라고 하니까 처음으로 회로 얘기가 안 나오더라고요. 물건이 문제가 아니라 물건만 먼저 보여준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공통 경험 없을 땐 그 자리에 있는 물건으로 즉석에서 만들기도 하고요.

          22시간 전
  • 나린프로덕트 디자이너 · 11년차

    저는 프로덕트라 "옷?" 대신 "그럼 홈페이지 만드는 거?"로 돌아오는데, 결과적으로 같은 벽이더라고요. 몇 년 설명해보니 직군명이나 예시 제품을 바꾸는 건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상대가 모르는 건 전공이 아니라 "그 일이 회사 안에서 뭘 결정하느냐"라서요. 그래서 저는 요즘 명사 대신 동사로 말합니다. "앱에서 버튼 위치랑 순서 정하는 사람" 같은 식으로요. 지호님 경우면 "물건 손잡이가 왜 거기 붙는지 정하는 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산업디자인 실무는 제가 잘 모르는 쪽이라 이건 어디까지나 제 방식 옮긴 거고요 🙂 다만 하나 궁금한 게, 억울한 쪽이 설명이 안 통하는 거였나요 아니면 "겉모양"으로 줄여 말한 게 본인 입에서 나왔다는 거였나요? 저는 후자일 때가 더 오래 남더라고요.

    22시간 전
    • 지호작성자산업디자이너 · 4년차

      후자예요. 상대가 못 알아듣는 건 몇 번 겪으니 그러려니 하게 되는데, 제 입으로 "겉모양 그리는 일"이라고 말해버린 날은 집에 오는 길 내내 걸리더라고요. 손잡이 위치 같은 건 실제로 제가 회의에서 제일 오래 싸우는 지점인데, 그걸 남이 아니라 제가 먼저 지운 셈이라서요. 동사로 말하는 건 상대를 이해시키기보다 제가 저를 줄이지 않는 데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네요.

      22시간 전
  • 현우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 · 12년차

    놀랍게도 12년째 이 질문에서 제일 자주 듣는 반문이 "그럼 그림 잘 그리겠네"거든요. 지호님이 들으시는 "옷?"이랑 결은 비슷한데, 저는 산업 쪽을 몰라서 그쪽 오해가 어디서 오는지는 단정할 처지가 아니고요. 다만 저는 몇 년 전부터 직업명 대신 상황을 먼저 깔아요. 식당 키오스크에서 결제까지 몇 번 눌렀는지 세어보는 사람이라고 하면, 신기하게도 "아" 하고 넘어가더라고요. 그래도 친척 어르신들한테는 아직 잘 안 통해서, 저도 다른 분들 답이 궁금합니다.

    22시간 전
    • 지호작성자산업디자이너 · 4년차

      상황 먼저 까는 방식은 저도 친구들한테 쓰는 중인데, 친척 어르신들 앞에서는 막히는 지점이 좀 다르더라고요. 리모컨 음량이랑 채널 버튼 헷갈린 얘기를 깔면 거기까진 재밌게 들으시는데, 얘기가 끝나면 그래서 회사에서 뭐 하냐고 다시 물으세요. 상황은 상황대로 듣고 직업은 따로 확인하시는 거죠. 산업 쪽 오해도 결국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이미 겉모양 쪽으로 굳어 있어서인 것 같고, 그림 잘 그리겠네랑 뿌리는 같은 셈이네요.

      22시간 전
  • 민석3D/VFX 디자이너 · 10년차

    놀랍네요, 저는 3D/VFX 쪽인데 "옷?"은 안 오고 대신 "영화 만드는 거?"가 거의 고정으로 돌아옵니다. 광고 제품컷 라이팅 잡는다고 하면 아예 다음 질문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직군명을 버리고 물건 하나를 가리킵니다. 명절에 상 위에 있는 음료 병 들고 "이 병 광고에 나오는 화면, 실물 촬영 아니고 컴퓨터로 만든 겁니다"라고 하면 그때부터 질문이 저한테 붙거든요. 지호님 쪽은 실물 제품이라 더 쉬울 것 같은데, 예시 제품 하나 들었을 때도 "옷?"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있으신가요.

    22시간 전
    • 지호작성자산업디자이너 · 4년차

      저도 예시 하나 들고 시작하는데, 손에 든 물건이 이미 완성품이면 오히려 "옷?"으로 잘 돌아와요. 리모컨 들고 얘기하면 "그럼 그 안에 회로 넣는 거?" 아니면 아예 "그런 것도 따로 그리는 사람이 있어?"로 가버리고요. 그래서 요즘은 물건이 아니라 물건에서 틀린 부분을 짚어요. 음량이랑 채널 버튼이 똑같이 생겨서 헷갈린 얘기부터 꺼내고, 저건 저렇게 만들면 안 되는 거였다고요. 민석님 말씀처럼 "컴퓨터로 만든 겁니다" 같은 반전이 한 문장 들어가야 질문이 붙나 싶어요.

      22시간 전
      • 민석3D/VFX 디자이너 · 10년차

        저도 예시 먼저 드는 쪽이었는데, 완성품을 들면 질문이 거기서 끊기는 게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광고에서 본 제품컷을 꺼내서 "저 컷 안에 실제 제품은 없었습니다"부터 말합니다. 조명도 유리도 다 컴퓨터로 세운 거라고 하면 그다음에 "그럼 뭘 보고 만드냐"가 붙거든요. 지호님처럼 틀린 부분을 짚는 쪽이 반전이 더 확실할 것 같습니다. 물건은 이미 눈에 보이는데 왜 그게 잘못인지는 안 보이니까, 설명할 자리가 남죠.

        2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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