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자리에서 신입이라 조심스럽게 간다고 말을 자꾸 돌리다 보니, 정작 '이만큼 받고 싶다'는 숫자는 한참 멈춰 있다가 결국 못 꺼냈거든요. 끝나고 나서 어… 나 이번에 뭘 말한 거지, 싶어서 좀 아득해지더라고요. 조심스럽게 가는 게 맞는 걸까요, 아니면 돌려 쓰다가 뜻이 안 전해지는 걸까요?
저는 3D/VFX라 연봉 협상보다 외주 견적 자리가 많은데, 돌려 말하다 숫자를 못 박은 경험은 똑같이 있습니다. 예전에 2차 수정을 말로만 받고 계약서에 줄을 안 넣었다가 수정비를 통째로 못 받았거든요. 그때 배운 게, 조심스러운 거랑 숫자를 안 꺼내는 건 다른 문제더라고요.
저는 요즘 예산을 직접 묻는 대신 "이 구간은 얼마부터"라고 범위를 먼저 깔고 상대가 고르게 합니다. 내가 숫자를 먼저 올려놓으면 대화가 그 안에서 돌지 밖으로 안 새거든요. 돌려 쓰면 상대는 조심스러움이 아니라 "아직 안 정해졌구나"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끝나고 아득했다는 건, 숫자를 안 꺼낸 자리의 후유증 같아요.
10.21 06:44
하린편집 디자이너 · 신입
돌려 말하다가 요점을 놓친다는 게 꼭 말솜씨 문제일까요? 저는 아직 연봉 협상 자리를 가본 적이 없어서 조언은 못 드리겠는데요ㅠㅠ 그래도 글 읽으면서 어… 나도 저럴 것 같은데, 싶어서 혼자 아득해졌어요.
신입이라 조심스럽게 간다는 게, 사실은 숫자 말하기가 무서워서 자꾸 앞에 말을 덧대는 거더라고요, 적어도 저는요... 끝나고 나서 "나 이번에 뭘 말한 거지" 하신 거, 그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아서 좀 그랬어요ㅠㅠ 저는 그래서 말로 지나가는 게 제일 무섭더라고요. 자리에서 흐지부지 넘어가면 결국 아무 숫자도 안 남잖아요.
다녀오신 선배님들은 조심스러운 거랑 요점 못 꺼내는 거, 그 선을 어떻게 가르시는지 저도 너무 궁금해요...
10.21 06:45
윤희작성자영상 디자이너 · 신입
저도 선을 긋는다기보다, 그 자리에서 숫자가 입 밖으로 나왔는지 그거 하나만 보게 되더라고요. 말씀처럼 무서워서 앞에 자꾸 말을 덧대는 거, 저도 똑같아서 결국 한참 멈춰 있다 못 꺼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하고 싶은 숫자를 먼저 한 줄 적어두고 들어가요. 적어두지 않으면 자리에서 저조차 못 읽히더라고요. 조심스러운 말은 그 숫자 뒤에 붙여도 안 늦던데, 앞에 두면 자꾸 숫자를 밀어내는 것 같아요.
10.21 06:45
민지인하우스 디자이너 · 3년차
솔직히 말하면 저는 돌려 말한 것도 아니고 아예 숫자 자리를 "회사 내규에 따르겠습니다" 한마디로 넘겨버린 쪽이었거든요ㅠㅠ 그때는 그게 조심스럽고 겸손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조심스러웠던 게 아니라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제 손으로 지운 거더라고요. 윤희님이 끝나고 "어 나 뭘 말한 거지" 싶어 아득했다는 그 대목에서 저도 모르게 멈췄어요.
저도 그 면접장 나오면서 딱 그렇게 멍했거든요. 돌려 쓰는 게 문제라기보단, 숫자 하나는 돌리는 문장 안에 안 묻히게 한 번은 소리 내서 꺼내두는 거… 저는 그걸 못 해서 아직도 격차가 쌓이는 중이라 감히 조언은 못 드리겠는데요, 그냥 저랑 같은 멈칫은 안 겪으셨으면 해서 적어봐요.
10.21 06:46
남선산업디자이너 · 8년차
돌려 말하는 걸 줄이려 애쓰기보다, 그 자리에 들어가기 전에 "이 업무 범위면 이 숫자"라는 조건절 한 줄을 미리 적어 가시는 걸 권합니다. 저는 산업디자인 쪽이라 신입 영상 쪽 협상 결은 다를 수 있는데, 세 번 이직하면서 희망연봉란엔 늘 '협의 가능'으로만 냈거든요. 숫자를 안 적는 게 조심스러운 태도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리에선 윤희님처럼 숫자가 입에서 안 나오더라고요.
돌려 쓰다 뜻이 안 전해진 게 아니라, 애초에 '왜 그 숫자인지'가 제 안에 글로 안 남아 있어서 자신이 없었던 거였어요. 숫자만 외워 가면 또 흔들리는데, 조건이 붙어 있으면 말을 돌리다가도 결국 그 한 줄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10.26 07:48
지안프로덕트 디자이너 · 5년차
아, 끝나고 "나 뭘 말한 거지" 싶어 아득해졌다는 그 대목이 저는 제일 먼저 와닿았어요. 저도 작년 랜딩 건 협상에서 비슷했거든요. 그런데 돌아보니 조심스러워서 돌린 게 아니라, 숫자 앞에 붙일 한 줄이 없어서 자꾸 말이 비잉 돌더라고요. "A/B도 했고 카피도 다시 뽑았다"만 나열하니까 숫자를 꺼낼 명분이 안 서서, 저도 모르게 겸손한 척 뒤로 미루게 됐어요.
나중에 "이 건이 2주 예상에서 6주로 늘었다"처럼 늘어난 이유를 먼저 깔아두니까 그다음 숫자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더라고요. 윤희님은 그 자리에서 숫자 앞에 깔 근거가 손에 있었나요, 아니면 저처럼 성과만 나열하다 숫자가 붕 떠버린 쪽이었나요?
13시간 전
윤희작성자영상 디자이너 · 신입
저는 숫자가 떠버린 쪽도 아니고, 그 앞에 깔 근거조차 손에 없던 쪽이었어요. 제외한 컷을 초 단위로 적어둔 메모는 스무 줄씩 쌓여 있는데, 막상 그게 "왜 이만큼 받아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기준 언어로는 안 적혀 있더라고요.
그래서 성과를 나열할 새도 없이 말이 먼저 멈춰버렸어요. 늘어난 이유를 먼저 깔아두면 숫자가 따라 나온다는 그 감각이, 저한텐 아직 '앞 한 줄'을 못 세운 거구나 싶네요. 그 한 줄은 그 자리에서 떠올리신 거예요, 아니면 미리 적어두고 들어가신 거예요?
13시간 전
지안프로덕트 디자이너 · 5년차
숫자 앞에 깔 '앞 한 줄'은 그 자리에서 떠올린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평소에 "2주짜리가 왜 6주가 됐나"를 적어두려다 매번 실패한 흔적에서 겨우 건진 한 줄이었거든요. 제외한 컷 메모가 스무 줄이면, 저는 그중 "이걸 빼느라 다음 단계가 멈췄다"로 읽히는 줄만 남겨요. 시간 단위로 적힌 걸 "그래서 뭐가 밀렸는지"로 한 번 번역해두면, 그게 앞 한 줄이 되더라고요.
저는 3D/VFX라 연봉 협상보다 외주 견적 자리가 많은데, 돌려 말하다 숫자를 못 박은 경험은 똑같이 있습니다. 예전에 2차 수정을 말로만 받고 계약서에 줄을 안 넣었다가 수정비를 통째로 못 받았거든요. 그때 배운 게, 조심스러운 거랑 숫자를 안 꺼내는 건 다른 문제더라고요. 저는 요즘 예산을 직접 묻는 대신 "이 구간은 얼마부터"라고 범위를 먼저 깔고 상대가 고르게 합니다. 내가 숫자를 먼저 올려놓으면 대화가 그 안에서 돌지 밖으로 안 새거든요. 돌려 쓰면 상대는 조심스러움이 아니라 "아직 안 정해졌구나"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끝나고 아득했다는 건, 숫자를 안 꺼낸 자리의 후유증 같아요.
돌려 말하다가 요점을 놓친다는 게 꼭 말솜씨 문제일까요? 저는 아직 연봉 협상 자리를 가본 적이 없어서 조언은 못 드리겠는데요ㅠㅠ 그래도 글 읽으면서 어… 나도 저럴 것 같은데, 싶어서 혼자 아득해졌어요. 신입이라 조심스럽게 간다는 게, 사실은 숫자 말하기가 무서워서 자꾸 앞에 말을 덧대는 거더라고요, 적어도 저는요... 끝나고 나서 "나 이번에 뭘 말한 거지" 하신 거, 그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아서 좀 그랬어요ㅠㅠ 저는 그래서 말로 지나가는 게 제일 무섭더라고요. 자리에서 흐지부지 넘어가면 결국 아무 숫자도 안 남잖아요. 다녀오신 선배님들은 조심스러운 거랑 요점 못 꺼내는 거, 그 선을 어떻게 가르시는지 저도 너무 궁금해요...
저도 선을 긋는다기보다, 그 자리에서 숫자가 입 밖으로 나왔는지 그거 하나만 보게 되더라고요. 말씀처럼 무서워서 앞에 자꾸 말을 덧대는 거, 저도 똑같아서 결국 한참 멈춰 있다 못 꺼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하고 싶은 숫자를 먼저 한 줄 적어두고 들어가요. 적어두지 않으면 자리에서 저조차 못 읽히더라고요. 조심스러운 말은 그 숫자 뒤에 붙여도 안 늦던데, 앞에 두면 자꾸 숫자를 밀어내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돌려 말한 것도 아니고 아예 숫자 자리를 "회사 내규에 따르겠습니다" 한마디로 넘겨버린 쪽이었거든요ㅠㅠ 그때는 그게 조심스럽고 겸손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조심스러웠던 게 아니라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제 손으로 지운 거더라고요. 윤희님이 끝나고 "어 나 뭘 말한 거지" 싶어 아득했다는 그 대목에서 저도 모르게 멈췄어요. 저도 그 면접장 나오면서 딱 그렇게 멍했거든요. 돌려 쓰는 게 문제라기보단, 숫자 하나는 돌리는 문장 안에 안 묻히게 한 번은 소리 내서 꺼내두는 거… 저는 그걸 못 해서 아직도 격차가 쌓이는 중이라 감히 조언은 못 드리겠는데요, 그냥 저랑 같은 멈칫은 안 겪으셨으면 해서 적어봐요.
돌려 말하는 걸 줄이려 애쓰기보다, 그 자리에 들어가기 전에 "이 업무 범위면 이 숫자"라는 조건절 한 줄을 미리 적어 가시는 걸 권합니다. 저는 산업디자인 쪽이라 신입 영상 쪽 협상 결은 다를 수 있는데, 세 번 이직하면서 희망연봉란엔 늘 '협의 가능'으로만 냈거든요. 숫자를 안 적는 게 조심스러운 태도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리에선 윤희님처럼 숫자가 입에서 안 나오더라고요. 돌려 쓰다 뜻이 안 전해진 게 아니라, 애초에 '왜 그 숫자인지'가 제 안에 글로 안 남아 있어서 자신이 없었던 거였어요. 숫자만 외워 가면 또 흔들리는데, 조건이 붙어 있으면 말을 돌리다가도 결국 그 한 줄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아, 끝나고 "나 뭘 말한 거지" 싶어 아득해졌다는 그 대목이 저는 제일 먼저 와닿았어요. 저도 작년 랜딩 건 협상에서 비슷했거든요. 그런데 돌아보니 조심스러워서 돌린 게 아니라, 숫자 앞에 붙일 한 줄이 없어서 자꾸 말이 비잉 돌더라고요. "A/B도 했고 카피도 다시 뽑았다"만 나열하니까 숫자를 꺼낼 명분이 안 서서, 저도 모르게 겸손한 척 뒤로 미루게 됐어요. 나중에 "이 건이 2주 예상에서 6주로 늘었다"처럼 늘어난 이유를 먼저 깔아두니까 그다음 숫자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더라고요. 윤희님은 그 자리에서 숫자 앞에 깔 근거가 손에 있었나요, 아니면 저처럼 성과만 나열하다 숫자가 붕 떠버린 쪽이었나요?
저는 숫자가 떠버린 쪽도 아니고, 그 앞에 깔 근거조차 손에 없던 쪽이었어요. 제외한 컷을 초 단위로 적어둔 메모는 스무 줄씩 쌓여 있는데, 막상 그게 "왜 이만큼 받아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기준 언어로는 안 적혀 있더라고요. 그래서 성과를 나열할 새도 없이 말이 먼저 멈춰버렸어요. 늘어난 이유를 먼저 깔아두면 숫자가 따라 나온다는 그 감각이, 저한텐 아직 '앞 한 줄'을 못 세운 거구나 싶네요. 그 한 줄은 그 자리에서 떠올리신 거예요, 아니면 미리 적어두고 들어가신 거예요?
숫자 앞에 깔 '앞 한 줄'은 그 자리에서 떠올린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평소에 "2주짜리가 왜 6주가 됐나"를 적어두려다 매번 실패한 흔적에서 겨우 건진 한 줄이었거든요. 제외한 컷 메모가 스무 줄이면, 저는 그중 "이걸 빼느라 다음 단계가 멈췄다"로 읽히는 줄만 남겨요. 시간 단위로 적힌 걸 "그래서 뭐가 밀렸는지"로 한 번 번역해두면, 그게 앞 한 줄이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