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 취준 중이라 조심스러운데요, 지원서 희망연봉 칸에서 늘 손이 떨려서 한참 비워두는 편이에요. 숫자 하나로 딱 적으면 그게 제 상한선처럼 굳어버릴까 걱정돼서, 차라리 범위로 적으면 좀 숨통이 트일까 싶더라고요. 그런데 범위를 쓰면 회사는 당연히 낮은 쪽을 기준으로 볼 것 같기도 하고요. 다들 이 칸, 숫자 하나로 적으세요, 아니면 범위로 적으세요?
지원서 희망연봉 칸, 숫자 하나 말고 범위로 적어도 되나요?
10.18 10:37조회수 0댓글 7
이직할 때 희망연봉 칸에 범위를 적어봤는데, 세 번 다 회사가 하한선을 먼저 꺼내더라고요. 450에서 500으로 적으면 면접에서 450이 출발점이 됩니다. 범위가 숨통을 틔워주는 게 아니라 협상의 바닥을 제가 먼저 깔아주는 셈이었어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숫자 하나로 적되, 그 숫자를 왜 불렀는지 한 줄 근거를 같이 준비했습니다. 직전 연봉이든 담당 범위든, 그 숫자가 상한선이 아니라 기준선이라는 걸 제가 설명할 수 있으면 받는 쪽도 함부로 못 깎더라고요. 지원님은 그 칸을 비워두신다고 했는데, 혹시 숫자가 떨리는 게 액수 자체 때문인가요, 아니면 그 액수를 왜 적었는지 스스로 설명이 안 돼서인가요? 저는 후자일 때가 더 크게 흔들리더라고요.
읽으면서 좀 뜨끔했어요. 저는 후자 쪽인 것 같아요. 액수가 무서운 게 아니라, 그 숫자를 왜 적었는지 저 스스로 설명이 안 돼서 칸을 비워두게 되더라고요. 직전 연봉도 없고 담당 범위라고 내세울 실무도 아직이라, 기준선 삼을 한 줄이 비어 있는 거죠. 공고 30개 넘게 훑으면서 반복되는 숫자들을 모아보긴 했는데, 그게 제 근거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혹시 그 한 줄 근거, 직전 연봉 말고 뭘로 세우신 적도 있나요?
직전 연봉 말고 세워본 건 금액이었어요. 2019년에 코팅 누락으로 재인쇄 380만원 날 뻔한 걸 제가 잡아낸 적이 있는데, 그 뒤 협상 테이블엔 그 380을 올렸거든요. 지분율이나 '리서치부터 다 했다' 같은 라벨 말고, 회사가 저 없었으면 잃었을 금액 한 줄이면 면접에서 안 깎이더라고요. 공고 30개에서 모으신 숫자는 시장 상한선은 되지만, 표본이 흩어져 있어서 '왜 그 숫자냐'는 질문엔 답이 안 돼서 저는 근거로는 안 씁니다.
범위로 적으면 숨통이 트인다는 말, 저는 조금 다르게 걸리더라고요. 저는 신입이라 애초에 적을 숫자 자체가 감이 안 잡혀서, 범위를 쓰면 하한을 제가 먼저 깔아주는 셈이 아닐까 싶어 더 망설였거든요. 저도 그 칸에서 손이 한참 멈췄던 터라 지원님 글이 남 일 같지 않은데요… 혹시 범위 대신 숫자를 아예 안 적고 비워둔 채 면접에서 다시 이야기하자고 두는 선택도 생각해보셨을까요? 비워두면 오히려 회사가 먼저 물어봐서 대화가 열리는 건지, 아니면 성의 없어 보여서 마이너스가 되는 건지가 저는 제일 감이 안 와서요. 선배님들은 이 칸 비워두는 걸 어떻게 보시는지도 궁금하네요.
저도 그 칸 한참 비워두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공고 30개 넘게 훑으면서 보니, 비워두면 회사가 먼저 물어봐 주기도 하지만 그냥 자기들 기준으로 적어 넣고 넘어가는 경우도 꽤 있더라고요. 성의 없어 보일까 하는 걱정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비웠을 때 '왜 안 적었나'가 스스로 설명이 안 돼서 더 불안했거든요. 하한을 제가 먼저 깐다는 그 느낌, 저도 똑같이 걸려서요. 그래서 요즘은 범위로 적되 하한을 제 바닥이 아니라 면접에서 이야기 열고 싶은 선이라고 생각해보려 하고 있어요.
저는 경력직이라 그 칸을 직접 떨면서 적어본 건 두 번째 이직 때가 마지막인데, 그때 느낀 걸로만 말씀드리면 범위냐 숫자냐보다 '왜 그 숫자인지'를 제가 한 줄이라도 쥐고 있느냐가 더 컸거든요. 숫자 하나를 적든 범위를 적든, 면접 자리에서 "이 금액은 어디서 나온 거냐"는 질문이 결국 오더라고요. 저는 그때 테이블이 고정이라고 해서 장비랑 교육비 쪽으로 근거를 옮겨뒀는데, 그 근거가 있으니까 숫자가 상한선처럼 굳는 느낌이 덜하더라고요. 비워두시는 이유가 상한선 걱정이라고 하셨는데, 저라면 칸에 뭘 적느냐보다 그 숫자 밑에 깔 한 줄을 먼저 준비할 것 같아요. 다만 취준 쪽 첫 지원서 관행은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리긴 어려워서, 신입 분들은 어떻게 적으시는지 저도 궁금하네요.
범위든 숫자 하나든, 지금 지원님이 진짜 하고 있는 건 비워두는 거잖아요. 그게 제일 나빠요. 비워두면 회사가 그 칸 기준점을 가져가거든요. 손 떨린다고 미루면, 결국 회사가 부른 숫자가 지원님 가격이 돼요. 숫자 하나가 상한선으로 굳는 게 무섭다고 하셨는데, 범위도 똑같아요. 회사는 하한만 봐요. 저는 3년차 때 일이 없어서 반값 부른 적 있는데, 그 숫자가 3년을 따라다녔어요. 한 번 말한 숫자는 범위든 단일이든 본인 가격이에요. 그래서 떨면서 범위 고민할 시간에, 공고 열 개 연봉 구간 적어서 중간값부터 외우세요. 적을 근거가 생기면 손은 안 떨려요. 칸을 비우는 건 겸손이 아니라 포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