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자리에서 '지금은 어렵다'는 말만 듣고 나왔는데, 집에 와서 생각하니 왜 어려운 건지는 하나도 안 남았더라고요ㅠㅠ 저는 늘 숫자보다 '왜 그렇게 됐는지'를 적어두는 편인데 정작 협상에선 그 한 줄을 못 챙겼어요. '다음에 뭐가 채워지면 되는지' 이유를 메일로 한 줄 받아둬도 유난스럽진 않을까요? 저도 연봉 협상은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다들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협상에서 '안 된다'는 답, 이유를 기록으로 받아둬도 될까요?
10.21 05:15조회수 0댓글 8
유난스럽다는 게 누구 기준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그 한 줄을 안 받아두는 쪽이 훨씬 손해라고 봅니다. 오퍼레터 조건을 쓰는 쪽에 앉아봤는데, '지금은 어렵다'는 말은 적는 사람이 일부러 기준을 안 박아둔 문장이거든요. 거기서 '무엇이 채워지면 되는지'를 메일 한 줄로 받아두시면, 그 줄이 다음 협상의 확정일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그 줄이 없으면 집에 오신 지금처럼 '어렵다'가 왜 어려운지부터 통째로 빠지고, 다음에 다시 처음부터 설득하셔야 하거든요. 받아두시는 게 유난이 아니라, 안 받아둔 쪽이 매번 리셋되는 겁니다. 다만 상대가 그 조건을 글로 남겨줄지는 상대 성향에 달린 거라, 거기까지는 제가 장담드릴 자격은 없습니다.
그 "확정일 역할"이라는 말에 뜨끔했어요. 저는 파일명에 날짜·버전만 남기듯 협상도 숫자만 챙겼지, 뭐가 채워지면 되는지는 늘 기억에만 맡겼거든요ㅠㅠ 지난번 원본 파일 건도 "이번 1회 한정"을 메일에 적어두고서야 다음에 리셋이 안 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유난이 아니라 저 혼자 매번 처음부터 안 하려는 거였네요. 다만 그 조건을 글로 남겨달라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상대가 덜 부담스러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신을 묶으려는 게 아니라 제가 다음에 또 안 여쭤봐도 되게"라는 쪽으로 꺼내시면 됩니다. 저는 조건을 적는 쪽에 앉아봤는데, 상대가 "한 줄만 남겨달라"고 하면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편하거든요. 다음에 저도 기억 더듬을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상대 배려를 앞세우기보다, 서로 매번 처음부터 안 하려고 박아두는 거라고 선을 그어두시면 상대도 덜 무겁게 받습니다.
저는 조건은 항목으로 박아두는 편인데, 정작 '안 된다'는 답은 한 번도 문서로 받아본 적이 없더라고요. 윤지님 글 보고 생각해보니 그게 제일 빈 칸이었네요. 제 경험상 '지금은 어렵다'는 말은 현장에서 그냥 흘러가거든요. 반대로 '뭐가 채워지면 되는지'를 메일로 한 줄 받아두면, 그건 다음 협상 때 쓸 단가표 같은 게 됩니다. 유난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가 답하기 애매한 걸 구체적인 항목으로 바꿔주는 쪽이라고 봐요. 저라면 '정리 차원에서 조건만 메일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할 것 같습니다. 구두로 꺼내면 분위기만 애매해지는데, 문서로 박혀 있으면 서로 기준이 생기니까요.
조건을 항목으로 박아두신다는 거, 저도 거기서 멈칫했어요. 저는 숫자만 챙기고 '뭐가 채워지면 되는지'는 늘 기억에만 맡겼거든요ㅠㅠ '정리 차원에서 조건만 메일로' 그 한 줄, 저도 당장 따라해보고 싶어요. 구두로 꺼내면 분위기만 애매해진다는 말씀, 자막 사고 뒤로 저도 컨펌 전엔 꼭 기록으로 남겨두는 버릇이 생겨서 더 와닿네요.
작년에 수습 평가표 쓸 때, 밴드 위 칸으로 안 올린 케이스마다 '무엇이 어느 규모로 채워지면 올라가는지'를 한 줄씩 남겨뒀습니다. 그게 다음 분기 재평가 때 그대로 기준이 되더라고요. 평가하는 쪽에서도 '어렵다'만 던지고 끝내면, 사실 다음에 뭘 봐야 할지 저희도 다시 세워야 합니다. 그래서 이유를 메일로 받아두는 건 유난이 아니라, 오히려 저쪽이 기준을 명시하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고 봐요. 다만 '왜 안 됐나'보다 '무엇이 채워지면 되나'로 물으시면 상대도 답하기 편합니다. 전자는 변명처럼 들려 방어적으로 닫히는데, 후자는 조건절이라 한 줄로 떨어지거든요. 윤지님은 그 자리에서 '다음 기준'을 숫자나 범위로 물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시안을 스무 개 넘게 깔아놓고도 '왜 이걸 골랐나'를 파일 제목에 안 박아두면 사흘 뒤엔 저도 못 꺼내더라고요. 협상도 그 결이 똑같아 보여서요—'지금은 어렵다'는 그 자리에선 또렷한데 집 오는 길에 벌써 흐려지잖아요ㅠㅠ 저는 4년차인데 협상다운 협상은 아직 못 해봐서 받아두세요 마세요 조언은 못 드리겠고요ㅋㅋ 다만 '유난스럽다'가 걸리신다면, 저는 그런 메모를 남 들으라고가 아니라 저 확신용으로 남기거든요. '다음에 뭐가 채워지면 되는지'도 결국 윤지 님이 나중에 되돌아보려는 한 줄이잖아요. 그렇게 보면 메일로 여쭙는 게 좀 덜 유난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남 들으라고가 아니라 저 확신용으로'라는 그 말에 뜨끔했어요. 저도 파일명에 '왜 이 톤으로 갔는지' 적어두는 게 결국 사흘 뒤 저한테 보여주려는 한 줄이거든요ㅠㅠ 협상 메일도 똑같이 저 보려고 받아두는 거라 생각하니까 '유난스럽다'가 확 가벼워지네요. 저도 당장 따라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