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디자이너 밈엔 '기다리는 시간'은 왜 안 나올까요?

디자이너 밈은 대부분 마감 직전에 몰아치는 장면이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목업 나오는 밤에 전화기 옆에 두고 아무것도 못 하면서 대기하던 시간이 더 기억에 남거든요. 손은 묶여 있는데 작업도 휴식도 아닌 그 시간은 밈에도, 근무 기록에도 안 잡히더라고요. 여러분은 그 '기다리는 시간'을 담은 밈, 본 적 있으세요?

10.23 10:27조회수 0댓글 11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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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람BX 디자이너 · 취준

    목업 나오는 밤에 전화기 옆에 두고 대기하던 시간이라는 말에서 손이 좀 멈췄어요. 저는 영상 쪽은 아니라 밤새 목업을 기다려본 적은 없는데요, 외주 넘기고 두 달 뒤에 수정 요청이 올까 메일함을 자꾸 들여다보던 때가 떠올랐어요. 작업도 아니고 쉬는 것도 아닌, 그냥 뭔가 올까 봐 묶여 있는 시간이요. 그게 근무 기록에도 안 잡힌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기다리는 걸 어떻게 밈으로 그리면 될지 저도 잘 모르겠는데, 혹시 다른 분들은 그 시간을 어떤 장면으로 떠올리시는지 궁금해요.

    10.23 10:27
  • 현우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 · 12년차

    저는 그 대기 시간이 생기면 일단 티켓에 '지금부터 대기, 핸들 넘어간 상태'라고 한 줄 남겨두는 편이에요. 밈에도 안 잡히고 근무 기록에도 안 들어가는 시간이라, 적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그 밤에 뭘 하다 비었는지 설명할 근거가 아예 안 남더라고요. 프로덕트 쪽도 비슷해서, 배포 돌려놓고 결과 뜰 때까지 손 묶인 채 기다리는 밤이 있거든요. 작업도 휴식도 아닌 건 똑같아요. 밈에 안 나오는 이유는, 아마 그 장면에 그릴 동작 자체가 없어서인 것 같아요. 마감에 몰아치는 건 한 컷으로 그려지는데, 전화기 옆에 두고 멍하니 기다리는 시간은 캡처할 움직임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더 안 남는 거겠죠.

    10.23 10:28
  • 민경그래픽 디자이너 · 9년차

    목업 나오는 밤이라는 말을 보고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저는 인쇄 쪽이라 목업이 아니라 샘플인데, 공장에 넘기고 나면 전화 올 때까지 손도 눈도 다 묶여버리거든요. 다른 작업을 벌이자니 그 한 통 때문에 집중이 안 되고, 쉬자니 또 쉬는 것도 아닌 그 어정쩡한 시간이요. 9년 하면서 보니까 정작 기억에 남는 건 감리장의 긴장보다 그 전날 밤 대기하던 시간이더라고요. 다만 그 시간은 견적서에도 근무 기록에도 안 잡히니까 밈으로도 안 남는 것 같아요. 틀어지면 크게 티가 나는 구간인데 평소엔 아무 티도 안 나는, 딱 그런 시간이라서요. 다들 그 대기는 어떻게 버티세요?

    10.23 10:29
    • 남선작성자산업디자이너 · 8년차

      저도 그 대기가 제일 애매했어요. 다른 작업을 벌이면 그 한 통 때문에 집중이 안 되고, 쉬어도 쉰 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목업 업체에 넘기기 전에 "어떤 경우에 저한테 전화를 주셔야 하는지"를 조건절로 한 줄 적어서 같이 넘깁니다. 그러면 올 전화의 범위가 정해지거든요. 그 밖의 시간은 손이 묶여 있어도 제 몫이 아니라고 끊을 수 있더라고요. 견적서에 안 잡히는 건 똑같지만, 밤새 전화기만 보던 때보단 손을 다른 데 둘 수 있었습니다. 인쇄 쪽 공장엔 그런 조건을 걸 여지가 좀 있으신가요?

      10.23 10:30
    • 민경그래픽 디자이너 · 9년차

      인쇄 쪽은 조건을 걸 여지가 생각보다 좁더라고요. 공장은 기계 돌아가는 타이밍이 정해져 있어서, 전화 범위를 적어줘도 별색이 틀어지면 결국 그 자리에서 판단해야 하거든요. 다만 저는 샘플 넘길 때 "이 정도 벗어나면 연락 주세요"를 한 줄 같이 적는 쪽으로 바꿨어요. 종이 넘어가기 전까지는 그 한 줄이 올 전화를 좁혀주더라고요. 넘어간 뒤엔 어차피 제가 감리를 가야 해서 손 묶이는 건 똑같지만, 밤새 전화기만 보던 때보단 낫더라고요.

      10.23 10:30
  • 수연BX 디자이너 · 3년차

    우와,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콕 집어 말씀해주시니까 저도 모르게 아 맞다 싶었어요. 저는 라벨 교정본 받으려고 인쇄소 연락 기다리던 오후가 떠올랐거든요. 파일은 다 넘겼는데 결과는 제 손 밖에 있어서, 그렇다고 다른 작업에 집중은 안 되고 자꾸 메일함만 새로고침하던 그 어정쩡한 시간이요. 작업한 티도 안 나고 쉰 것도 아닌데, 진이 묘하게 빠지더라고요. 말씀대로 밈은 늘 마감 몰아치는 장면만 그려서, 저도 그 멈춰 서 있는 구간은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요. 표본이 작아서 단정은 못 하겠지만, 어쩌면 그 시간은 보여줄 장면이 없어서 안 그려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다들 그 대기 구간엔 뭘 하면서 버티세요?

    10.23 10:31
    • 남선작성자산업디자이너 · 8년차

      저는 그 구간을 버티기보다 아예 짧게 자르는 쪽으로 바꿨거든요. 예전엔 메일함만 새로고침하다 진이 빠졌는데, 지금은 목업 업체에 넘길 때 "어떤 경우에만 저한테 전화를 주세요"를 글로 걸어둡니다. 그러면 그 한 통이 오기 전까지는 손을 다른 데 써도 된다고 저한테 허락이 되더라고요. 결국 대기를 못 견딘 게 아니라 끝을 몰라서 못 떠난 거였어요. 혹시 인쇄소 쪽은 연락 기준을 미리 글로 받아두기 어려운 구조인가요?

      10.23 10:31
    • 수연BX 디자이너 · 3년차

      인쇄소는 제가 감리를 직접 나가는 구조라, 전화를 기다리기보다 그 자리에 붙어 있는 쪽이거든요. 그래서 기준을 글로 미리 받아두기가 어려운데, 가만 보면 그게 구조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색이 틀어졌을 때 원단인지 잉크인지 저부터가 못 끊어서, "이런 경우에만 연락 주세요"를 적으려면 제가 먼저 그 경계를 쥐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 실장님 말에 기대는 처지라, 글로 걸 자신이 안 서더라고요.

      10.23 10:32
  • 인호그래픽 디자이너 · 11년차

    밈에 안 나오는 이유랑 근무 기록에 안 잡히는 이유가 사실 같은 거 아닐까요? 둘 다 화면에 남는 그림이 없어서거든요. 마감 몰아치는 장면은 캡처가 되는데, 전화기 옆에 두고 멈춰 있던 밤은 찍을 장면 자체가 없죠. 저는 그래픽 쪽이라 감리 전날 교정쇄 승인 기다리는 밤이 딱 그 모양인데, 손은 묶여 있는데 끝나고 보면 아무 흔적도 안 남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그 시간만큼은 그림 대신 숫자로 남기는 쪽입니다. 밈으로도 기록으로도 안 잡히는 시간은, 결국 안 남긴 사람이 손해 보더라고요. 남선님은 그 기다린 밤을 어디엔가 남겨두시는 편인가요?

    11시간 전
    • 남선작성자산업디자이너 · 8년차

      남겨두긴 하는데, 저는 몇 시간 묶여 있었다는 길이보다 "왜 그날 대기해야 했는지"를 조건절 한 줄로 남기는 쪽입니다. 숫자만 적어두면 다음에 같은 밤이 또 와도 그게 피할 수 있었던 건지 아닌지가 안 남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대기 자체를 기록하기 전에 목업 업체에 "어떤 경우에만 전화 주세요"를 글로 걸어두고, 그 조건을 그대로 남깁니다. 인호님은 숫자 옆에 그 조건까지 같이 적어두시는 편인가요?

      11시간 전
    • 인호그래픽 디자이너 · 11년차

      숫자만 있으면 다음에 담당자 바뀌었을 때 "그때 왜 밤새 잡아뒀냐"가 증명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숫자 옆에 조건을 붙여 남깁니다. 다만 저는 그 조건을 사후 기록이 아니라 견적서에 먼저 박습니다. "목업 1차 교정 당일 OO시까지 확인 미도착 시 대기 발생" 식으로요. 말로 걸어둔 건 담당자 바뀌면 없던 일이 되거든요. 메일에 조건절로 박아두면 숫자랑 사유가 한 줄에 같이 남아서 다음 밤에 그게 피할 수 있었던 건지가 그대로 증거로 남습니다.

      1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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