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들 안녕하세요, 시각디자인 전공 대학생인데요. 어제 고등학교 친구한테 자간 관련 밈을 보여줬다가 "이게 왜 웃겨?" 소리를 들었거든요. 설명을 붙일수록 저만 진지해지고 친구는 더 갸웃하더라고요 ㅠㅠ 생각해보면 웃겨서 보여준 게 아니라 저만 아는 고생을 확인받고 싶었던 쪽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요. 선배님들은 비전공자분들한테 이런 밈 설명해보신 적 있으세요? 어떻게 되던가요…
비전공 친구한테 디자이너 밈 설명하다 실패한 적 있으세요?
9.25 00:05조회수 0댓글 14
설명을 붙일수록 저만 진지해진다는 부분, 저도 몇 번 겪고 나서 방식을 바꿨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밈 자체를 설명하지 말고 그 밈이 나온 상황을 이야기로 먼저 꺼내는 게 나았습니다. 자간 밈이면 "이거 1px씩 틀어져 있잖아"가 아니라 "이 문구 하나 때문에 시안 다섯 번 왔다 갔다 했거든" 쪽으로요. 웃음은 디테일이 아니라 고생의 반복에서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규민 님이 이미 답을 쓰셨다고 생각해요. 웃겨서가 아니라 확인받고 싶어서였다는 것 — 그 자각이 있으면 상대가 안 웃어도 덜 허탈합니다. 저는 그 욕구는 동료나 이런 커뮤니티에서 풀고, 친구들한테는 웃긴 것만 보내는 쪽으로 창구를 나눠뒀어요. 다들 어떻게 하시나요?
밈 자체보다 상황을 먼저 꺼낸다는 게 확 와닿네요. 저도 팀플 PPT 표지 하나에 폰트 40분 컬러 30분 쓰다가 조원한테 "표지가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소리를 들었는데, 그 얘기는 친구들도 웃더라고요. 자간이 1px 틀어졌다는 건 아무도 안 웃는데 말이죠… 창구를 나눠두셨다는 것도 기억해두려고요. 저는 아직 그 구분이 없어서 친구한테 확인받고 싶은 마음까지 같이 보내버린 것 같거든요. 혹시 처음에 나눌 때 친구들 쪽에 보내고 싶은 걸 참는 게 어렵진 않으셨어요?
저도 처음엔 못 참았어요. 나눠는 뒀는데 결국 친구한테 보내놓고 반응이 밍밍하면 혼자 김이 새더라고요. 그래서 기준을 바꿨습니다. 참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이걸 보내면서 내가 뭘 받고 싶은지를 먼저 한 줄로 정해봤어요. 웃음이면 친구, 확인이면 동료 쪽으로요. 확인받고 싶은 건 사실 웃겨줄 사람이 아니라 같은 걸 고쳐본 사람한테 가야 풀리는 거였거든요. 그렇게 보니까 참는다기보다 창구를 잘못 고른 거라 자연스럽게 손이 멈추더라고요.
저는 좀 다르게 느껴지는 게, 설명이 실패했다기보다 원래 전달이 안 되는 종류의 밈 아닌가 싶거든요. 자간 밈은 "이게 왜 틀렸는지 보이는 눈"이 전제라서, 그 눈이 없으면 웃음 포인트가 아니라 그냥 정보가 되더라고요. 저도 에펙 프리뷰 렉 밈을 친구한테 보여줬다가 "그래서 컴퓨터 사라는 거야?"라는 반응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근데 규민님이 쓰신 "고생을 확인받고 싶었던 쪽"이라는 표현이 계속 걸리는데요, 그럼 확인받는 건 같은 전공 사람들한테만 가능한 걸까요. 저는 아직 신입이라 회사에서도 밈 얘기를 꺼내본 적이 없어서 감이 안 잡히는데, 선배님들은 비전공 친구랑 이 얘기가 통했던 순간이 아예 없으셨는지 궁금해요.
저도 비슷하게 생각했는데요, 그 밈은 다시 안 꺼내고 대신 팀플 PPT 표지 하나에 폰트 40분 컬러 30분 썼다는 얘기를 하니까 친구가 "그거 진짜 짜증났겠다" 하고 웃더라고요. 밈은 전공자끼리만 통해도, 고생 자체는 비전공 친구도 알아듣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확인받는 건 가능한데 매개가 밈이 아니라 상황이어야 하는 건가 싶고요. 혹시 회사에서는 밈 얘기 꺼내기가 더 조심스러운 편이세요?
저는 회사에서는 밈 얘기 자체를 잘 못 꺼내는 편이거든요. 팀 안에서는 통할 텐데 신입이 먼저 던지면 여유 있어 보일까 싶어서 그냥 삼키게 되더라고요. 대신 말씀하신 것처럼 상황으로 말하면 되긴 해요. 에펙 프리뷰 한 번 돌리는 데 몇 분씩 걸려서 그날 작업이 통째로 밀렸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비전공인 제 친구도 "그럼 뭐 하고 있어?" 하고 바로 알아듣거든요. 밈은 눈이 있어야 보이는데 고생은 시간으로 환산되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저도 회사는 아니지만 비슷한 걸 느꼈거든요. 과 단톡방에 웃긴 거 올릴 때도 학년 낮으면 좀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에펙 프리뷰 얘기 들으니까 확실히 알겠는데요, 밈은 "나도 저거 안다"를 걸고 말하는 거라 틀리면 민망해지는데 시간 얘기는 그냥 사실이라 걸리는 게 없는 것 같아요. 혹시 선배님은 회사에서 누가 먼저 밈을 꺼내면 받아치시는 편인가요?
저도 회사에서는 거의 받아치는 쪽이거든요. 먼저 꺼내는 건 여전히 못 하는데, 사수분이 렌더 걸어놓고 "이거 또 밤새겠네" 같은 걸 던지시면 그때는 저도 에펙 프리뷰 얘기로 얹게 되더라고요. 누가 이미 깔아둔 판이면 제가 판단을 틀릴 일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결국 같은 밈이어도 먼저 던지는 거랑 받는 거는 부담이 완전히 다른 일인 듯해요.
저는 밈을 보여주는 쪽보다 설명을 요구받는 쪽이 더 많았어서 조금 다른 각도로 말씀드리면요, 사실 저는 실패했다고 생각 안 하는 편이거든요. 입사 첫해에 "간단한 배너 하나"로 3시간 썼다가 왜 오래 걸리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때 억울해서 자간이랑 정렬 이야기를 한참 했더니 상대방 표정이 딱 규민님 친구분 표정이었어요ㅋㅋ 돌이켜보니 그게 웃음을 못 받은 게 아니라, 고생의 총량을 압축해서 보여주려니까 안 눌린 거더라고요. 자간 밈은 자간을 아는 게 아니라 자간 때문에 밤을 새본 적이 있어야 웃기잖아요. 친구분은 그 밤이 없으셨던 거고요. 그래서 요즘은 밈 대신 그냥 제 실패담으로 이야기해요. 전단지 무료로 해주고 수정 12번 받은 얘기 같은 거요. 그건 비전공자분들도 다 웃으시더라고요ㅠㅠ 확인받고 싶으셨다는 말씀, 저는 그게 이상한 마음이라고 안 보여요. 그냥 아직 그 고생을 나눌 사람을 덜 만나신 것뿐인 것 같아요.
저는 영상 쪽이라 자간 밈은 살짝 결이 다를 수 있는데, 혹시 그 친구분이 갸웃한 게 밈 자체보다 "그게 그렇게까지 고생할 일인가" 쪽이었을까요? 저는 타임라인에서 프레임 두 장 차이 때문에 반나절 날린 얘기를 비전공 친구한테 했다가 "그거 아무도 모르잖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때 설명을 더 붙이다가 문득, 제가 웃기려던 게 아니라 이 시간이 헛된 게 아니었다는 걸 확인받고 싶었구나 싶어서 괜히 뜨끔했어요. 규민님이 쓰신 "확인받고 싶었던 쪽"이라는 표현이 저는 그래서 오래 남네요. 그 고생을 알아보는 사람이 결국 같은 일 하는 사람뿐이라는 게 조금 외롭기도 하고요. 다들 이럴 때 그냥 설명을 접으시는 편인가요?
저도 결국 설명을 접는 쪽이었는데요, 접고 나서도 뭔가 남더라고요. 자간 밈은 다시 안 꺼냈고, 대신 팀플 표지에 폰트 40분 컬러 30분 썼다는 얘기로 바꿨거든요. 그랬더니 친구가 웃긴 했는데, 웃어준 건 밈이 아니라 제가 고생한 시간 쪽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제가 듣고 싶었던 게 "웃기다"가 아니라 "고생했겠다"였던 거죠… 저는 아직 학생이라 실무에서 반나절 날린 무게는 가늠이 안 되는데요, 그건 친구한테도 설명이 되던가요?
저는 영상 쪽이라 학교 작업이랑은 결이 다를 수 있는데, 반나절 날린 무게도 친구한테는 설명이 안 되더라고요. 프레임 두 장 차이로 오전을 통째로 쓴 얘기를 했더니 "그거 아무도 모르지 않아?"가 먼저 돌아왔거든요. 저도 그때 알았어요. 제가 확인받고 싶었던 건 차이가 보이냐가 아니라 그 시간을 쓴 게 이상한 게 아니라는 쪽이었다는 걸요. 그건 결국 같은 작업을 해본 사람한테서만 돌아오는 것 같아요.
저도 그 구분을 최근에야 알았거든요. 팀플 표지에 폰트 40분 컬러 30분 쓴 얘기를 꺼냈을 때도, 친구한테 듣고 싶었던 건 "차이 보인다"가 아니라 "그 정도 걸릴 만하다"였더라고요. 근데 학교 안에서도 조원들한테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려?"가 먼저 돌아왔어서, 같은 작업을 해본 사람 범위가 생각보다 좁은 것 같기도 하고요. 혹시 선배님은 그 확인을 받을 만한 사람이 주변에 좀 계신 편인가요?
저는 영상 쪽이라 학교 조별 작업이랑은 결이 다를 수 있는데, 저도 그 범위가 넓지는 않더라고요. 회사 안에서도 같은 타임라인 만져본 사람이 두어 명이고, 그 외엔 "그냥 빨리 뽑아주세요"가 먼저 오거든요. 대신 입사 두 달 된 후배가 비슷한 걸로 찾아온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줬어요. 확인받을 사람이 없으면 확인해주는 쪽으로 옮겨가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