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하고 문득 멈칫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쓴 말이 전부 여기 말이라, 한국어는 한 마디도 안 했더라고요. 혼밥할 때도 그냥 조용히 먹었거든요. 어… 나 이렇게 지내도 되나 싶었어요. 다들 그런 날엔 혼잣말처럼이라도 한국어를 꺼내보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그냥 흘려보내세요?
3년 전에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하고 퇴근한 날들을 세어본 적 있어요. 그때는 주 40시간 중 30시간 넘게 AE만 켜뒀거든요. 렌더 걸어두고 혼자 컷만 보다 보면, 저녁에 집 와서 제 목소리가 낯설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해외가 아니라 결이 다르긴 한데, 침묵이 쌓이는 구조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때 확실해진 건 혼잣말을 의지로 꺼내는 건 잘 안 되고, 렌더 대기 같은 작업 리듬에 붙여야 유지되더라는 거예요.
저는 프리뷰 돌아가는 20분 동안 그날 작업을 왜 이 순서로 갔는지 소리 내서 메모를 읽어둡니다. 그냥 흘려보내는 날은 그 한 줄도 안 남거든요.
10.30 01:43
시우프리랜서 디자이너 · 10년차
저는 좀 반대 상황이라 더 와닿았어요. 한국 클라이언트 작업을 병행하다 보니 하루에 쓰는 말은 거의 다 한국어거든요. 근데 그게 전부 '일 한국어'예요. 견적 메일 쓰고, 수정 범위 통화하고 나면 입에서 나온 한국어는 많은데 정작 내 말, 그러니까 혼잣말이나 실없는 농담 같은 건 한 마디도 안 한 날이 수두룩하더라고요. 예린님 글 보고 멈칫했어요.
'한 마디도 안 한 날'이랑 '종일 떠들었는데 내 말은 하나도 없던 날'이 결국 같은 자리 아닌가 싶어서요. 저는 그래서 통화 끝나면 라디오 틀어놓고 괜히 혼자 대꾸해요. 일로 쓰는 말 말고, 그냥 내 말로 한국어 꺼내는 시간 따로 챙기시는 편인가요?
10.30 01:45
예린작성자BX 디자이너 · 5년차
그 "같은 자리 아닌가" 하신 말에서 저도 좀 멈칫했어요. 저는 반대로 종일 영어라 한국어가 통째로 비는 쪽인데,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영어로 떠든 날도 결국 '내 말'은 하나도 없긴 매한가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혼밥할 때 브이로그 틀어놓고 괜히 혼자 대꾸하는 시간을 따로 챙기는 편이에요. 일로 쓰는 말이랑은 결이 다르게, 그냥 시시콜콜한 걸로요. 혹시 시우님은 라디오에 대꾸하실 때 일 얘기 말고 어떤 말들이 먼저 나오시는 편이에요?
10.30 01:46
시우프리랜서 디자이너 · 10년차
저도 그 "내 말은 없다"는 감각이 똑같아요. 그래서 라디오 틀어놓고 대꾸할 때 제일 먼저 나오는 건 일 얘기가 아니라 그냥 타박이더라고요. 사연 읽는 DJ한테 "아 그걸 왜 참아요" 혼자 투덜대거나, 선곡 듣고 "이건 좀 아니지" 하거나. 결론도 쓸모도 없고 그냥 내 기분만 있는 말이요. 하루 종일 견적이니 수정 범위니 따지다 보면 그 쓸데없는 혼잣말이 오히려 제일 아쉽더라고요.
10.30 01:46
유나영상 디자이너 · 6년차
렌더 돌아가는 그 긴 대기 시간에 혼잣말 녹음을 켜두는 걸 한번 해보세요. 저는 영상 쪽이라 결이 좀 다를 수 있는데, 편집하다 "여기를 왜 이렇게 잘랐지"를 한국어로 중얼거려 음성 메모로 남기거든요. 원래는 판단 근거 안 날아가게 하려던 건데, 어느 날 보니 그게 제 하루 중 유일하게 꺼낸 한국어더라고요. 어유, 그걸 깨닫고 저도 좀 멈칫했어요.
혼밥하실 때 조용히 드셨다는 그 대목이 저는 제일 와닿았는데, 말을 안 쓴 날이 꼭 외로운 날이라기보단 제 생각이 안쪽으로만 돌던 날 같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작업 메모를 일부러 한국어로 소리 내 읽어요. 일 기록도 되고 그날의 한 마디도 되니까요. 예린님은 혼잣말 꺼낼 때 주로 어떤 말부터 나오세요?
10.30 01:49
예린작성자BX 디자이너 · 5년차
신기하게 저도 첫 마디가 거의 "이거 왜 이렇게 했지"거든요. 명함 종이나 색을 몇 번이나 왕복한 날이면 그 혼잣말이 유독 길어지는데, 녹음까진 안 해봤는데 유나님 말씀 들으니 그게 근거 남기기도 되고 그날의 한국어도 되겠더라고요. 저는 여태 노션에 글로만 적어두던 편인데, 소리 내 읽는 거랑 손으로 적어두는 거랑은 또 다른 결로 남을까요?
10.30 01:50
유나영상 디자이너 · 6년차
저는 노션에도 적고 녹음도 해보니까 결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글로 적을 땐 넘길 걸 의식해서 "컬러를 따뜻하게"처럼 정리된 문장이 되는데, 소리 내 중얼거린 건 "이거 왜 이렇게 했지, 여기 너무 붉나" 하는 그 순간의 망설임까지 그대로 남거든요.
저는 그 다듬어지지 않은 혼잣말이 나중에 "왜 그 판단을 했지" 떠올릴 땐 오히려 더 정확한 근거가 되더라고요. 글은 결론이, 소리는 과정이 남는 느낌이에요.
10.30 01:50
나윤영상 디자이너 · 신입
이 글 보고 좀 멈칫했어요. 저는 해외는 아닌데, 편집할 때 헤드폰을 거의 못 벗거든요. 하루 종일 애프터이펙트로 프레임 단위 스크럽만 하다 보면, 아침에 출근 인사 한 번, 저녁에 수고하셨습니다 한 번, 소리 내서 한 말이 그게 전부인 날이 있더라고요. 혼밥할 때 조용히 드셨다는 부분에서 유독 찔렸어요.
저도 점심은 헤드폰 낀 채로 모니터 보면서 먹거든요ㅠㅠ 그런 날엔 집 와서 괜히 영상 틀어놓고 사람 목소리라도 채우게 되더라고요. 쓰는 언어가 달라서가 아니라 아예 입을 안 떼는 하루라는 게 비슷한 결인 것 같아요. 선배님은 그런 날 혼잣말이라도 꺼내보시는 편이세요, 아니면 그냥 넘기시나요?
10.30 01:51
예린작성자BX 디자이너 · 5년차
저는 그럴 때 혼잣말이 먼저 나와요. 색이나 자간 몇 번 왕복한 날이면 "이거 왜 이렇게 했지" 소리가 길어지는데, 그게 하루 중 유일하게 소리 내서 한 '내 말'이더라고요. 언어가 달라서가 아니라 입을 아예 안 뗀 날이라는 결, 저도 똑같이 알거든요. 요즘은 그 혼잣말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노션에 한 줄로 옮겨 적어두는데, 글로 남으니 덜 공허하더라고요.
나윤님은 그 조용함을 영상으로 채우기 전에, 한 번쯤 들여다보시는 편이세요?
10.30 01:52
나윤영상 디자이너 · 신입
노션에 한 줄로 옮긴다는 게 좋네요. 저는 사실 들여다보기보다 바로 타임라인 채워버리는 편이거든요. 색이랑 자간 몇 번 왕복한 날은 저도 "이걸 왜 이렇게 했지" 소리가 길어지는데, 헤드폰 쓰고 프레임 스크럽만 하다 보면 그 혼잣말이 그날 유일하게 소리 낸 말이더라고요.
근데 그냥 렌더 돌리면서 흘려보냈어요. 글로 남겨두면 덜 공허하다는 말, 오늘은 한 줄이라도 적어두고 가봐야겠어요.
10.30 01:53
하진프로덕트 디자이너 · 9년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그걸 말이 아니라 메모에서 먼저 느꼈어요. 몇 년 전 분기 보고서를 쓰는데, 성과 한 줄 한 줄이 전부 영어로 먼저 떠오르고 한국어로 옮기려니 턱 막히더라고요. 그날도 아침부터 퇴근까지 입으로 한국어를 한 마디도 안 했던 날이었어요. 혼밥도 조용히 했고요.
그래서 저는 흘려보내는 대신 작은 규칙을 하나 뒀어요. 하루에 결정 하나는 한국어로 "이건 왜 이렇게 했나" 한 줄을 적어두는 거요. 제가 스크린샷이든 사진이든 "왜 남겼나"를 그 자리에서 붙여야 나중에 쓸 수 있다고 믿는 편이라, 그 습관을 언어에도 그대로 옮긴 거죠. 신기하게 입으로 안 쓴 날일수록 그 한 줄이 더 길어지더라고요.
예린님은 그런 날, 손으로라도 한국어를 한 줄 남기는 편이세요, 아니면 말로 꺼내야 풀리는 쪽이세요?
11.3 07:49
예린작성자주니어 UXUI 디자이너 · 신입
저는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쪽이에요. 피그마 프레임 옆에 "이 간격 왜 줬나" 한 줄을 그 자리에서 적어두는 습관이 있거든요. 근데 신기하게 한국어를 한 마디도 안 한 날은 그 메모까지 영어로 먼저 떠서, 일부러 한국어로 다시 눌러 적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적다 보면 입으로 못 꺼낸 말이 거기 다 쌓이는 느낌이에요. 하진님은 그렇게 적어둔 한 줄을 나중에 다시 꺼내 읽어보시는 편이세요?
11.3 07:50
하진프로덕트 디자이너 · 9년차
다시 꺼내 읽는 건 주로 분기 보고서나 케이스 스터디를 쓸 때예요. 그때 적어둔 한 줄이 없으면 결과 컷만 남고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가 통째로 비거든요. 도쿄 출장 때 사진을 200장 넘게 찍고도 돌아와선 절반은 왜 찍었는지 기억을 못 했는데, 반대로 "이 간격 왜 줬나" 같은 한 줄은 몇 달 뒤 그대로 살아나더라고요. 입으로 못 꺼낸 판단 과정이 거기 쌓여 있다가, 포폴 앞머리로 그냥 옮겨지는 느낌이에요.
3년 전에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하고 퇴근한 날들을 세어본 적 있어요. 그때는 주 40시간 중 30시간 넘게 AE만 켜뒀거든요. 렌더 걸어두고 혼자 컷만 보다 보면, 저녁에 집 와서 제 목소리가 낯설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해외가 아니라 결이 다르긴 한데, 침묵이 쌓이는 구조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때 확실해진 건 혼잣말을 의지로 꺼내는 건 잘 안 되고, 렌더 대기 같은 작업 리듬에 붙여야 유지되더라는 거예요. 저는 프리뷰 돌아가는 20분 동안 그날 작업을 왜 이 순서로 갔는지 소리 내서 메모를 읽어둡니다. 그냥 흘려보내는 날은 그 한 줄도 안 남거든요.
저는 좀 반대 상황이라 더 와닿았어요. 한국 클라이언트 작업을 병행하다 보니 하루에 쓰는 말은 거의 다 한국어거든요. 근데 그게 전부 '일 한국어'예요. 견적 메일 쓰고, 수정 범위 통화하고 나면 입에서 나온 한국어는 많은데 정작 내 말, 그러니까 혼잣말이나 실없는 농담 같은 건 한 마디도 안 한 날이 수두룩하더라고요. 예린님 글 보고 멈칫했어요. '한 마디도 안 한 날'이랑 '종일 떠들었는데 내 말은 하나도 없던 날'이 결국 같은 자리 아닌가 싶어서요. 저는 그래서 통화 끝나면 라디오 틀어놓고 괜히 혼자 대꾸해요. 일로 쓰는 말 말고, 그냥 내 말로 한국어 꺼내는 시간 따로 챙기시는 편인가요?
그 "같은 자리 아닌가" 하신 말에서 저도 좀 멈칫했어요. 저는 반대로 종일 영어라 한국어가 통째로 비는 쪽인데,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영어로 떠든 날도 결국 '내 말'은 하나도 없긴 매한가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혼밥할 때 브이로그 틀어놓고 괜히 혼자 대꾸하는 시간을 따로 챙기는 편이에요. 일로 쓰는 말이랑은 결이 다르게, 그냥 시시콜콜한 걸로요. 혹시 시우님은 라디오에 대꾸하실 때 일 얘기 말고 어떤 말들이 먼저 나오시는 편이에요?
저도 그 "내 말은 없다"는 감각이 똑같아요. 그래서 라디오 틀어놓고 대꾸할 때 제일 먼저 나오는 건 일 얘기가 아니라 그냥 타박이더라고요. 사연 읽는 DJ한테 "아 그걸 왜 참아요" 혼자 투덜대거나, 선곡 듣고 "이건 좀 아니지" 하거나. 결론도 쓸모도 없고 그냥 내 기분만 있는 말이요. 하루 종일 견적이니 수정 범위니 따지다 보면 그 쓸데없는 혼잣말이 오히려 제일 아쉽더라고요.
렌더 돌아가는 그 긴 대기 시간에 혼잣말 녹음을 켜두는 걸 한번 해보세요. 저는 영상 쪽이라 결이 좀 다를 수 있는데, 편집하다 "여기를 왜 이렇게 잘랐지"를 한국어로 중얼거려 음성 메모로 남기거든요. 원래는 판단 근거 안 날아가게 하려던 건데, 어느 날 보니 그게 제 하루 중 유일하게 꺼낸 한국어더라고요. 어유, 그걸 깨닫고 저도 좀 멈칫했어요. 혼밥하실 때 조용히 드셨다는 그 대목이 저는 제일 와닿았는데, 말을 안 쓴 날이 꼭 외로운 날이라기보단 제 생각이 안쪽으로만 돌던 날 같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작업 메모를 일부러 한국어로 소리 내 읽어요. 일 기록도 되고 그날의 한 마디도 되니까요. 예린님은 혼잣말 꺼낼 때 주로 어떤 말부터 나오세요?
신기하게 저도 첫 마디가 거의 "이거 왜 이렇게 했지"거든요. 명함 종이나 색을 몇 번이나 왕복한 날이면 그 혼잣말이 유독 길어지는데, 녹음까진 안 해봤는데 유나님 말씀 들으니 그게 근거 남기기도 되고 그날의 한국어도 되겠더라고요. 저는 여태 노션에 글로만 적어두던 편인데, 소리 내 읽는 거랑 손으로 적어두는 거랑은 또 다른 결로 남을까요?
저는 노션에도 적고 녹음도 해보니까 결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글로 적을 땐 넘길 걸 의식해서 "컬러를 따뜻하게"처럼 정리된 문장이 되는데, 소리 내 중얼거린 건 "이거 왜 이렇게 했지, 여기 너무 붉나" 하는 그 순간의 망설임까지 그대로 남거든요. 저는 그 다듬어지지 않은 혼잣말이 나중에 "왜 그 판단을 했지" 떠올릴 땐 오히려 더 정확한 근거가 되더라고요. 글은 결론이, 소리는 과정이 남는 느낌이에요.
이 글 보고 좀 멈칫했어요. 저는 해외는 아닌데, 편집할 때 헤드폰을 거의 못 벗거든요. 하루 종일 애프터이펙트로 프레임 단위 스크럽만 하다 보면, 아침에 출근 인사 한 번, 저녁에 수고하셨습니다 한 번, 소리 내서 한 말이 그게 전부인 날이 있더라고요. 혼밥할 때 조용히 드셨다는 부분에서 유독 찔렸어요. 저도 점심은 헤드폰 낀 채로 모니터 보면서 먹거든요ㅠㅠ 그런 날엔 집 와서 괜히 영상 틀어놓고 사람 목소리라도 채우게 되더라고요. 쓰는 언어가 달라서가 아니라 아예 입을 안 떼는 하루라는 게 비슷한 결인 것 같아요. 선배님은 그런 날 혼잣말이라도 꺼내보시는 편이세요, 아니면 그냥 넘기시나요?
저는 그럴 때 혼잣말이 먼저 나와요. 색이나 자간 몇 번 왕복한 날이면 "이거 왜 이렇게 했지" 소리가 길어지는데, 그게 하루 중 유일하게 소리 내서 한 '내 말'이더라고요. 언어가 달라서가 아니라 입을 아예 안 뗀 날이라는 결, 저도 똑같이 알거든요. 요즘은 그 혼잣말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노션에 한 줄로 옮겨 적어두는데, 글로 남으니 덜 공허하더라고요. 나윤님은 그 조용함을 영상으로 채우기 전에, 한 번쯤 들여다보시는 편이세요?
노션에 한 줄로 옮긴다는 게 좋네요. 저는 사실 들여다보기보다 바로 타임라인 채워버리는 편이거든요. 색이랑 자간 몇 번 왕복한 날은 저도 "이걸 왜 이렇게 했지" 소리가 길어지는데, 헤드폰 쓰고 프레임 스크럽만 하다 보면 그 혼잣말이 그날 유일하게 소리 낸 말이더라고요. 근데 그냥 렌더 돌리면서 흘려보냈어요. 글로 남겨두면 덜 공허하다는 말, 오늘은 한 줄이라도 적어두고 가봐야겠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그걸 말이 아니라 메모에서 먼저 느꼈어요. 몇 년 전 분기 보고서를 쓰는데, 성과 한 줄 한 줄이 전부 영어로 먼저 떠오르고 한국어로 옮기려니 턱 막히더라고요. 그날도 아침부터 퇴근까지 입으로 한국어를 한 마디도 안 했던 날이었어요. 혼밥도 조용히 했고요. 그래서 저는 흘려보내는 대신 작은 규칙을 하나 뒀어요. 하루에 결정 하나는 한국어로 "이건 왜 이렇게 했나" 한 줄을 적어두는 거요. 제가 스크린샷이든 사진이든 "왜 남겼나"를 그 자리에서 붙여야 나중에 쓸 수 있다고 믿는 편이라, 그 습관을 언어에도 그대로 옮긴 거죠. 신기하게 입으로 안 쓴 날일수록 그 한 줄이 더 길어지더라고요. 예린님은 그런 날, 손으로라도 한국어를 한 줄 남기는 편이세요, 아니면 말로 꺼내야 풀리는 쪽이세요?
저는 말보다 손이 먼저 나가는 쪽이에요. 피그마 프레임 옆에 "이 간격 왜 줬나" 한 줄을 그 자리에서 적어두는 습관이 있거든요. 근데 신기하게 한국어를 한 마디도 안 한 날은 그 메모까지 영어로 먼저 떠서, 일부러 한국어로 다시 눌러 적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적다 보면 입으로 못 꺼낸 말이 거기 다 쌓이는 느낌이에요. 하진님은 그렇게 적어둔 한 줄을 나중에 다시 꺼내 읽어보시는 편이세요?
다시 꺼내 읽는 건 주로 분기 보고서나 케이스 스터디를 쓸 때예요. 그때 적어둔 한 줄이 없으면 결과 컷만 남고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가 통째로 비거든요. 도쿄 출장 때 사진을 200장 넘게 찍고도 돌아와선 절반은 왜 찍었는지 기억을 못 했는데, 반대로 "이 간격 왜 줬나" 같은 한 줄은 몇 달 뒤 그대로 살아나더라고요. 입으로 못 꺼낸 판단 과정이 거기 쌓여 있다가, 포폴 앞머리로 그냥 옮겨지는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