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종료된 프로젝트를 돌아보니 제일 오래 걸린 게 렌더가 아니라 콘티랑 씬 구성안 문서였거든요. 그런데 이건 결과물로 안 남고 다 말로만 흘러서, 다음 회사 협상 때 꺼내려 해도 근거가 안 잡히더라고요. 렌더는 그래도 로그라도 남는데 떠안은 문서는 뭘로 남겨야 할지 구분이 안 되더라고요. 혹시 이런 걸 기록이나 숫자로 바꿔서 협상 근거로 써보신 분 계실까요?
문서 작업 떠안은 거, 협상 때 숫자로 바꿔보신 분 계세요?
10.21 01:24조회수 0댓글 3
렌더 로그처럼 남길 생각부터 하면 오히려 근거가 약해진다고 봐요. 저는 렌더나 씬 구성은 제 영역이 아니라 콘티 자체는 단정 못 하지만, 떠안은 문서를 협상에 쓰는 건 결국 같은 원리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 문서가 '내가 빠지면 누가 다시 써야 하나'로 환산돼야 숫자가 잡혀요. 분량이나 시간은 변명처럼 읽히고요. 저는 인수인계 자료 정리할 때 콘티나 씬 구성안 같은 걸 "이거 없으면 다음 사람이 처음부터 며칠 걸린다"로 적었는데, 그 대체 시간이 숫자로 바뀌더라고요. 연우님 콘티도 회의 때 누가 어떤 결정을 그 문서 보고 내렸는지, 발언자까지 메모가 남아 있으면 더 강합니다. "내가 정리해서 이 결정이 가능했다"가 붙으면 말로 흘린 게 근거로 되살아나거든요.
결과물만 쭉 모아두면 예쁜 그림 모음집이 되어버리니까, 왜 이 씬을 이렇게 구성했는지 한두 줄이라도 옆에 적어두라는 지적을 포폴 작업 때 받은 적이 있거든요. 말씀하신 콘티랑 씬 구성안도 결국 그 '왜'를 혼자 끌어안고 간 작업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렌더처럼 로그로 남기려 하기보다, 그 문서에서 내가 어떤 판단을 반복해서 내렸는지를 한 장으로 추려두면, 숫자는 아니어도 협상 때 꺼낼 '언어'는 남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봤어요. 다만 저는 아직 협상 테이블 근처에도 못 가본 취준생이라, 이게 실제로 근거가 되는지는 저도 다른 분들 답이 궁금한 쪽이에요.
어유, 그 "말로만 흘렀다"는 말에 뜨끔했어요. 저도 콘티나 씬 구성안 같은 건 로그가 안 남으니 작년 평가 때 설명할 거리가 하나도 안 잡히더라고요. 저는 영상 쪽이라 VFX 결은 또 다를 수 있는데, 저는 그걸 숫자로 바꾸기보다 '항목'으로만 남기는 쪽으로 바꿨어요. 문서 작업에 금액이나 시간을 붙이면 깎을 자리가 되는 것 같아서요. 대신 그때그때 "이 씬 구성은 왜 이렇게 짰다"를 한 줄씩 메모로 모아뒀더니, 나중에 협상 때 결과물 대신 그 판단 기록이 근거가 되더라고요. 숫자가 아니라 "내가 뭘 결정했는지"가 남아 있는 게 저한테는 더 안 깎이는 자리였어요. 연우님 쪽 씬 작업은 어떻게 기록으로 남기시는지도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