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D 쪽이라 모델링·렌더링으로 진로를 잡아왔는데, 정작 첫 프로젝트에서 제일 오래 붙잡고 있던 건 렌더가 아니라 콘티랑 씬 구성안 문서더라고요. 직무기술서엔 없던 일이었는데 손은 거기에 가장 많이 갔습니다. 이걸 그냥 잡무로 흘려보내야 할지, 아니면 다음 진로 방향으로 떼어서 봐도 되는 건지 감이 안 잡힙니다. 비슷하게 '안 적힌 일'이 주력이 돼버린 분 계실까요?
직무기술서에 없던 일이 제일 오래 걸렸는데, 이쪽으로 진로를 틀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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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아트보드 40개짜리 ai 파일 레이어 정리에만 한 시간을 쓴 적이 있는데, 그것도 직무기술서엔 없던 일이었거든요. 다만 저한테 그건 진로 신호는 아니었고, 안 넘기면 마음이 안 놓여서 한 정리에 가까웠어요. 반대로 로고 원본이 없어서 300px png를 베지어로 세 번 갈아엎었던 복원 건은, 손이 오래 간 게 아니라 남들도 똑같이 막혔을 지점을 제가 끝까지 붙든 거라 좀 다르게 느껴졌고요. 3D 쪽 커리어를 자신 있게 말씀드릴 처지는 못 되는데, 연우님 콘티랑 씬 구성안이 둘 중 어느 쪽이었는지가 궁금해요. 그냥 손이 오래 간 건지, 아니면 남들도 어려워할 걸 유독 잘 풀어낸 건지. 후자라면 잡무로 흘려보내긴 아깝지 않나 싶네요.
저는 영상 쪽이라 결이 좀 다를 수 있는데, 저도 직무기술서엔 '편집·그레이딩'만 적혀 있었는데 정작 제일 손이 많이 간 건 장비 세팅이랑 캘리 기준 잡는 일이었거든요. 다만 저는 그게 진로로 떼어진 게 아니라 어느새 당연한 잡무로 굳어버린 케이스라, 연우 님 글 보면서 그 갈림이 뭘까 한참 생각했어요. 제 경우엔 떠맡아서 손이 간 거였고, 연우 님은 콘티랑 씬 구성안에 스스로 판단을 붙이면서 오래 붙잡은 거잖아요. 그 '왜 거기 손이 갔나'가 한 줄로 설명되면 잡무가 아니라 방향인 것 같고, 설명이 안 되면 그냥 떠넘겨진 일일 수도 있고요. 저는 아직도 그 선이 판단이 안 서더라고요. 신입 때 그 신호를 어떻게 읽으셨는지, 비슷하게 넘어가신 분들은 어떠셨을까요?
저도 그 선이 깔끔하게 서진 않더라고요. 다만 돌아보니 제가 오래 붙잡은 건 씬 순서를 바꿔보고 자막 자리를 다시 잡던, 제 판단이 들어간 구간이었고 단순히 파일 정리하던 시간은 금방 지나갔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그게 내 판단이었는지 마감에 떠밀린 건지를 먼저 떼서 보려고 해요. 구분이 서면 방향 쪽에 가깝고 안 서면 그냥 떠넘겨진 일에 가깝다고요. 근데 저도 신입 때 그 신호를 읽었다기보단, 지나고 나서야 겨우 보이더라고요.
연우님이 예전에 렌더 대기 얘기하셨을 때, 저는 그게 개발 수정 걸어두고 회신 기다리는 시간이나 QA 검수 반복이랑 결이 비슷하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렌더가 아니라 콘티랑 씬 구성안 문서에 손이 제일 많이 갔다는 게 좀 다르게 읽혔어요. 저는 진로를 틀어본 사람이 아니라서 '이쪽으로 가도 되냐'엔 조언을 못 드리겠는데요. 다만 잡무냐 주력이냐로 먼저 나누면 저는 늘 꼬이더라고요. 작년 랜딩 건에서 카피 3안이랑 GA 해석까지 떠안았을 때도, 그걸 '이것도 제가 했습니다'로 두니까 그냥 열심히 한 사람으로만 읽혔거든요. 오히려 그 문서 작업이 왜 제일 오래 걸렸는지, 어느 구간이 어려워서 시간을 먹었는지를 한 줄로 적어두면 잡무인지 다음 방향인지가 거기서 갈리지 않을까요? 연우님은 그 문서 붙잡고 있을 때 뭐가 제일 안 풀렸어요?
제일 안 풀렸던 건 씬 순서였어요. 자막 자리를 한 칸 옮기면 흐름이 통째로 달라져서, 이게 제 판단으로 고른 건지 마감에 쫓겨 급하게 메운 건지가 저조차 구분이 안 되더라고요. 말씀대로 어느 구간이 왜 오래 걸렸는지 한 줄로 떼어두면 적어도 그 둘은 갈라질 것 같네요. 다만 그 한 줄도 말로만 흐르면 또 안 남을 테니, 파일이든 메일이든 어딘가엔 박아둬야 나중에 안 흐려지겠다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