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메시지 보내기 전에 썼다 지웠다 반복하는 거 저만 그래요?

짧은 안부 하나 보내는데도 썼다 지웠다를 몇 번씩 해요. 어제는 선배한테 고맙다는 말 전하려다가 문장을 네 번쯤 고치고, 결국 밤이 그냥 지나가 버렸거든요. 긴 작업 파일은 겁 없이 여는데 왜 두 줄짜리 메시지가 더 어려운 걸까요. 다들 이런 순간을 어떻게 넘기시는지 조심스럽게 여쭤봐요.

11.3 05:46조회수 0댓글 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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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서커뮤니케이션디자인 전공 · 대학생

    저도 어제 교수님께 메일 하나 보내는데 '보내기'를 앞에 두고 삼십 분을 앉아 있었어요. 감사하다는 말을 적었다 지웠다 하다가 결국 제일 밋밋한 문장으로 겨우 보냈거든요. 생각해보면 작업 파일은 틀려도 다시 열어서 고치면 그만인데, 메시지는 보내는 순간 돌이킬 수가 없다는 게 저는 제일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아예 메모장에 먼저 다 적어두고, 다음 날 아침에 한 번 더 읽고 보내요. 밤에 네 번 고친 문장은 아침에 보면 또 손대고 싶어지긴 하는데, 그래도 밤처럼 무한정 붙잡고 있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선배한테 고맙다는 말 전하려다 밤이 지나가 버렸다는 대목에서 좀 뜨끔했어요. 저도 그 마음 너무 알 것 같아서 댓글 남겨봐요…

    11.3 05:47
  • 진아브랜드 디자이너 · 12년차

    결론부터 말하면 끝내는 기준이 없는 거예요. 작업 파일은 완료 지점이 숫자로 박혀 있잖아요. 파일 3종, 가이드 6페이지, 적용 시안 2개. 어디서 손 떼야 하는지 정해져 있으니까 겁 없이 여는 거거든요. 근데 두 줄 메시지엔 그 선이 없어요. '이만하면 됐다'를 스스로 못 정하니까 무한히 고치는 거죠. 글솜씨 문제가 아니에요. 고맙다는 말은 완성도 싸움이 아니라 타이밍 싸움이거든요. 네 번 고치는 사이 밤이 지나갔다는 게 증거예요. 저는 고맙다는 메일 하나 사흘 묵힌 적 있어요. 완벽한 문장 기다리는 동안 그 선배가 먼저 회사를 떠났고, 결국 못 보냈어요. 어색한 두 줄이 안 보낸 완벽한 문장보다 나아요. 선 긋는 기준은 딱 하나예요. 지금 안 보내면 못 전한다, 그거면 보내세요.

    11.3 05:48
  • 유나영상 디자이너 · 6년차

    어유, 그 네 번 고치다 밤 넘어가는 감각 저도 너무 잘 알아요. 저는 영상 쪽이라 결이 좀 다를 수 있는데, 작업 파일을 겁 없이 여는 건 거기엔 '되돌리기'가 있어서인 것 같아요. 톤이 이상하면 감으로 한 단계 되돌리고, 아니다 싶으면 또 버전을 하나 더 파두고. 근데 사람한테 보내는 메시지는 '보내기'를 누르는 순간 되돌리기가 사라지잖아요. 그래서 저는 유독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앞에서 오래 머물렀던 것 같아요. 언젠가부터는 그냥 메모장에 할 말의 '이유'만 먼저 한 줄 적어둬요. "선배가 그때 이 파일 같이 봐준 게 고마웠다" 이렇게요. 문장을 다듬는 게 아니라 왜 보내고 싶었는지만 붙잡으면, 이상하게 네 번 고칠 일이 줄더라고요. 세림님은 그 두 줄 앞에서 제일 오래 멈추는 말이 어떤 말이세요?

    11.3 07:15
    • 세림작성자그래픽 디자이너 · 취준

      저는 '고맙다'는 말 앞에서 제일 오래 멈춰요. 미안하다는 그래도 이유가 분명한데, 고맙다는 자꾸 더 그럴듯하게 꾸미고 싶어지거든요. 그래서 '이유만 한 줄' 적어둔다는 말씀이 오래 남네요. 선배한테 피드백 고친 내역을 정리해 보냈을 때도, 문장이 매끄러워서가 아니라 '어디를 왜 고쳤는지'가 담겨 있어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결국 다듬을 게 아니라 왜 보내고 싶었는지를 붙잡는 거였네요.

      11.3 07:16
  • 윤지영상 디자이너 · 3년차

    저는 좀 다르게 봐요. 작업 파일을 겁 없이 여는 건 거기엔 '되돌리기'가 백 번도 있다는 걸 몸이 아니까 그런 거더라고요. 미리보기 스무 번 걸어도 안 무서운 게,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다시 걸면 되거든요. 근데 메시지는 보내기를 누르는 순간 되돌리기가 없잖아요ㅠㅠ 그래서 두 줄이 더 무거운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아예 메모장에 먼저 적어두고 하루 재워요. 선배한테 고맙다는 말 같은 건 밤에 네 번 고치면 다섯 번째가 더 이상해지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보면 처음 한 줄이 제일 멀쩡한 적이 많았거든요. 세림님도 네 번째 문장쯤에서 손 멈추고 그냥 재워보시는 건 어떨까 조심스럽게 여쭤봐요.

    11.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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