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

기획서 속 톤 키워드, 다들 같게 읽으시나요?

저는 아직 취준이라 조심스러운데요, 기획서에 '따뜻하고 신뢰감 있게' 같은 톤 키워드가 적혀 있을 때, 그 한 단어를 저랑 기획자분이 같은 그림으로 떠올리고 있는 건지 가끔 멈칫하거든요. 저는 고를 때 그 단어를 제 메모에 거친 말로 한 줄 다시 적어두는 편인데, 다들 그 간극은 어떻게 좁혀가고 계세요?

10.9 10:36조회수 0댓글 11
  • 인호그래픽 디자이너 · 11년차

    저는 그 간극을 제 메모 안에서 좁히는 건 좀 위험하다고 봅니다. 11년차인데도 '따뜻하게'를 저는 종이 질감이나 발색으로 떠올리는데, 기획자분은 둥근 서체나 카피 톤을 상상하고 계시더라고요. 같은 단어인데 각자 다른 그림을 들고 있으니, 제 메모에 거친 말로 옮겨 적는 순간 그건 기획자가 아니라 저만 아는 기준이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작년 도록 때부터 그 한 단어를 제 말로 바꾸는 대신, 기존 레퍼런스나 샘플 한 장을 들고 가서 "이 톤이 그 '신뢰감'에 가깝습니까" 하고 손가락으로 짚게 합니다. 말로만 맞춰두면 시안 나왔을 때 "제가 말한 따뜻함은 이게 아닌데"로 돌아오거든요. 구두로 끝낸 약속이 담당자 바뀌면 없던 일이 되는 거랑 똑같더라고요. 보람님은 그 거친 말을 기획자분한테 다시 확인받아 보신 적은 있으세요?

    10.9 10:37
    • 보람작성자BX 디자이너 · 취준

      솔직히 저는 그 거친 말을 기획자분한테 다시 짚어서 확인받아 본 적은 없거든요. 메일 본문에만 적어두고 제 폴더엔 안 남겼으니, 말씀대로라면 그건 저만 아는 기준이었던 셈이더라고요. 레퍼런스 한 장 들고 가서 손가락으로 짚게 한다는 대목에서 손이 멈췄어요. 인턴 때 리플렛 색 틀어진 것도 결국 말로만 맞춰둔 거였구나 싶어서 좀 서늘했고요. 그렇게 샘플을 짚어 받으시면, 그 "여기가 맞다"고 짚힌 순간은 또 어디에 남겨두시는 편이세요?

      10.9 10:38
      • 인호그래픽 디자이너 · 11년차

        저는 그 짚힌 지점을 제 메모가 아니라 기획자분 메일 회신에 남깁니다. 샘플을 캡처해서 "여기 짚어주신 이 발색으로 확정합니다" 한 줄 붙여 그대로 되돌려 보내거든요. 제 폴더에만 두면 담당자 바뀔 때 없던 일이 되더라고요. 2019년 재인쇄 380만원도 결국 말로만 맞춰둔 사양이었고, 그 뒤로는 교정지 실물에 짚어 사진까지 찍어 메일에 올려둡니다. 짚힌 순간은 제 손이 아니라 상대 받은편지함에 있어야 나중에 둘이 같은 걸 봤다고 증명이 되더라고요.

        10.9 10:39
  • 성훈UI 설계 디자이너 · 7년차

    거친 말로 다시 적으신 그 한 줄, 메모에만 두지 말고 기획자한테 그대로 되던지는 걸 추천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톤 키워드는 구두 합의랑 똑같아서, 제 머릿속에서만 해석되면 커밋 안 된 상태거든요. 저는 핸드오프 할 때 '따뜻하게'를 그대로 안 받고 라운드값이나 레퍼런스 한 장으로 번역해서 "이거 맞죠?"로 역질문합니다. 그때 바로 끄덕이면 간극이 좁았던 거고, 머뭇거리면 애초에 서로 다른 그림이었던 거라 그 반응 자체가 신호더라고요. 취준이시면 더더욱, 혼자 메꾸는 depth가 늘수록 나중에 "왜 이렇게 했냐" 소리 들을 때 근거가 본인 메모밖에 안 남거든요. 다들 이 역질문은 어느 타이밍에 던지세요?

    10.9 10:43
    • 보람작성자BX 디자이너 · 취준

      저는 그 역질문을 늘 핸드오프 때로만 미뤄놨던 것 같아요. 메일 본문에 '이 톤이면 라운드 크게'처럼 적어 보내놓고, 상대가 끄덕였는지 머뭇거렸는지는 확인을 안 했거든요. 말씀 듣고 보니 그 거친 한 줄이 제 메모에 떨어지는 순간이 역질문 타이밍이었겠더라고요. 나중에 넘길 때쯤이면 이미 제 해석으로 굳은 뒤라, 머뭇거림이 신호로 안 읽히고 그냥 수정 요청처럼 와버리니까요. 성훈님은 시안 들어가기 전에 던지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넘기는 자리에서 던지세요?

      10.9 10:44
      • 성훈UI 설계 디자이너 · 7년차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시안 들어가기 전에 던지는 편입니다. 넘기는 자리에서 꺼내면 이미 제 해석으로 컴포넌트를 다 짜둔 뒤라, 상대가 머뭇거려도 그게 신호가 아니라 수정 요청으로 와버리고 되돌리는 비용이 시안 전체거든요. 거친 한 줄이 메모에 떨어지는 그 순간에 바로 되던지면, 아직 커밋 전이라 갈아엎을 게 없어서 반응을 방향 신호로 읽을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10.9 10:44
  • 재민모션 디자이너 · 3년차

    거친 말로 한 줄 다시 적어두신다는 거, 그 습관 저한텐 없던 거라 좀 신기하네요ㅋㅋ 저는 모션이라 '따뜻하게'가 결국 속도랑 멈춤으로 번역되는데요, 그 번역을 저 혼자 머릿속에서 하다 보면 기획자분이 떠올린 '따뜻함'이랑 어긋나 있는 걸 시안 넘기고 나서야 알게 되더라고요ㅠㅠ 그래서 요즘은 그 단어가 보이면 레퍼런스 두세 개를 거꾸로 뽑아서 "이 중에 어떤 게 그 따뜻함에 가까워요?" 하고 되묻는 편이거든요. 말로 좁히는 것보다 "이건 좀 아니에요" 같은 반응이 먼저 나와서 간극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이더라고요. 근데 취준 때부터 그 멈칫함을 이미 느끼신다는 게, 저는 솔직히 좀 부러운 감각이에요. 저는 한참 시안 엎고 나서야 겨우 생긴 버릇이라ㅋㅋ

    10.9 10:47
    • 보람작성자BX 디자이너 · 취준

      거꾸로 레퍼런스를 뽑아서 되묻는다는 대목에서 손이 잠깐 멈췄어요. 저는 그 거친 말을 메일 본문에만 적어두고, 상대가 끄덕였는지 머뭇거렸는지는 핸드오프 때까지 안 봤거든요. 그러니까 재민님은 그 간극을 앞으로 당겨서 보시는 거고, 저는 끝에 가서야 미뤄 확인하던 셈이더라고요. 부러운 감각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 멈칫함을 아직 질문으로 못 바꿔서 그냥 품고만 있는 쪽이라, 오히려 '이건 좀 아니에요' 소리를 먼저 받아내신 쪽이 더 단단해 보여요.

      10.9 10:47
  • 여진영상 디자이너 · 9년차

    저는 '따뜻하게'로 적힌 키워드 하나 두고 썸네일 세 장을 만들어 보여줬다가, 기획자가 그중 딱 한 장만 "이건 좀 차갑다"고 하는 걸 보고 나서야 그 단어의 실제 범위를 알았거든요. 9년 지나서 확실해진 건, 그 간극은 말로는 안 좁혀지더라는 겁니다. 단어 위에선 서로 맞다고 믿고 있다가, 화면 한 장 올리는 순간 "그건 아니고"가 나오더라고요. 거친 말 한 줄을 메모에 적어두는 것까진 저도 같은데, 저는 그걸 문장으로 되묻기보다 제일 거칠게 깎은 시안 한 장을 일찍 들이미는 쪽입니다. 그래야 틀린 방향이 싸게 드러나거든요. 영상 쪽이라 결이 좀 다를 순 있는데, 취준 단계라면 그 시안을 어느 선까지 거칠게 가져가도 괜찮은지가 오히려 더 애매하지 않나요? 다들 그 선은 어떻게 잡으세요?

    10.9 10:49
    • 보람작성자BX 디자이너 · 취준

      저는 거친 말은 메모에만 적어두고, 시안은 어느 정도 다듬고 나서야 보여주는 쪽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틀린 방향이 늦게, 그것도 비싸게 드러나더라고요. 취준이라 조심스러운데, 저는 그 선을 '나중에 왜 이렇게 깎았는지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거침'까지로 잡아보려 하고 있어요. 상대가 아니라고 해도 그 한 줄이 남으면, 그건 틀린 방향이 아니라 제가 내린 판단으로 남더라고요. 반대로 설명이 안 붙는 거침은 저도 손이 좀 멈칫하고요. 여진님은 그 제일 거칠게 깎은 시안 들이밀 때, 왜 거기까지 깎았는지도 같이 말로 붙여두시는 편인가요?

      10.9 10:50
      • 여진영상 디자이너 · 9년차

        저는 말로는 잘 안 붙이는 편입니다. 그 자리에서 이유를 말로 붙이면 설득하려고 자꾸 더 그럴듯하게 포장하게 되더라고요. 대신 제일 거칠게 깎은 안은 그날 바로 폴더 메모에 "왜 여기까지 깎았는지" 한 줄로 적어둡니다. 상대가 아니라고 해도, 나중에 그 한 줄 보고 "아 이건 덜 깎여서 애매했던 거구나"가 보이거든요. 말은 그 자리에서 날아가는데 한 줄은 남아서, 다음 시안의 기준점이 되더라고요.

        1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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