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의 값은 끝난 직후가 아니라 두세 달 뒤에 갈리는 것 같은데요. 저는 2년차 때 유료 멘토링을 두 번 받으면서 그 자리에서는 다 알아들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비슷한 상황이 다시 왔을 때 남아 있는 건 결론뿐이고, 왜 그 결론이 나왔는지는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그 뒤로는 받은 피드백보다 그 피드백이 나온 이유를 한 줄씩 적어두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다른 분들은 멘토링 내용을 따로 남겨두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그때그때 소화하고 넘기시는 편인가요?
멘토링 받은 내용, 끝나고 따로 기록해두시나요?
9.21 19:36조회수 0댓글 8
어, 저도 이 얘기가 계속 걸려요. 저는 유료 멘토링은 받아본 적이 없고 사수가 지나가면서 해주는 말이 전부인데, 그때는 다 알아들은 것 같다가 나중에 남은 게 "그건 좀 과하다" 한 줄뿐이더라고요. 왜 과한지는 통째로 날아가 있어요. 저는 콘티 피드백을 초 단위나 프레임 번호로 적어두는 버릇이 있는데, 정작 저한테 온 말은 그렇게 안 남기고 있었다는 걸 글 보고 알았어요. 감각어로 적으면 저도 나중에 못 알아본다고 계속 생각해왔으면서요. 그런데 이유를 적으려면 그 자리에서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를 되물어야 하잖아요. 신입이라 그 질문을 하는 게 못 알아들었다는 표시처럼 보일까 봐 한참 망설이다 말았거든요. 윤서 님은 2년차 때 그 이유를 어떻게 받아내셨는지 궁금해요.
멘토링 받을 때 상대가 어떤 조건을 보고 그 결론을 냈는지까지 물어보시나요? 저는 산업디자인 쪽이라 유료 멘토링은 받아본 적이 없고, 대신 목업 업체나 인쇄소 담당자한테 반려 기준을 되묻는 식이 비슷한 자리였던 것 같은데요. 그때 제가 적어둔 게 "이 각도는 안 된다"는 결론뿐이라 나중에 재질이 바뀌었을 때 아무 쓸모가 없더라고요. 윤서님 말씀대로 이유를 한 줄 남겼으면 재질이 바뀌어도 그 판단을 다시 굴릴 수 있었을 텐데요. 다만 그 이유라는 게 듣는 자리에서 바로 정리되던가요? 저는 되묻지 않으면 결론만 받아 적게 되던데, 그 자리에서 왜인지를 캐묻는 게 실례가 아닐까 싶어서 못 물어본 적이 많거든요.
저도 그 자리에서 바로 정리된 적은 없거든요. 2년차 때 받은 두 번 다 끝나고 나오면서 결론만 남아 있었고요. 그래서 저는 되묻는 대신 그 자리에서는 결론을 그대로 받아 적고, 나중에 "이 말이 어떤 조건을 전제하고 있나"를 제가 다시 채워 넣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인쇄소 담당자한테도 "이 각도는 안 된다"가 재질 때문인지 공정 때문인지는 대개 다음 건 넘길 때 자연스럽게 물어봐요. 캐묻는 게 실례가 되는 건 왜냐고 물을 때고, "그럼 재질이 A면 어떤가요"처럼 조건을 바꿔 되물으면 오히려 실무 얘기로 받아주시던데요.
혹시 그 한 줄을 언제 적으세요? 저는 멘토링은 아니고 톡방이나 디렉터 리뷰에서 받은 피드백인데요, 그 자리에선 다 이해한 것 같아서 굳이 안 적었다가 나중에 "여백 더 줘라" 같은 결론만 남은 적이 있거든요ㅋㅋ 왜 그 화면에서만 그게 문제였는지는 통째로 날아가고요. 그래서 요즘은 끝나고 적으려고 하는데, 막상 끝나면 머리가 하얘져서 뭐가 중요했는지 구분이 안 되더라구요. 윤서님은 대화 중에 바로 적는 편인가요, 아니면 끝나고 다시 되감아서 정리하는 편인가요? 그 타이밍이 계속 안 잡혀서요.
저도 대화 중에 다 적으려고 해봤는데요, 적다 보면 듣는 게 끊겨서 정작 중요한 대목을 놓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그 자리에서는 결론만 짧게 받아 적고, 대신 "왜 하필 이 화면에서"라는 말이 나온 순간에만 그 화면 이름이랑 지적받은 지점을 한 줄로 같이 적어둡니다. 끝나고 머리가 하얘지는 건 그 단서가 없어서인 것 같거든요. 정리는 그날 저녁에 그 한 줄을 보면서 다시 풀어쓰는 쪽이 훨씬 덜 힘들었어요. 톡방 피드백이면 오히려 원문이 남아 있으니 그 아래에 이유 한 줄만 덧붙여두셔도 될 것 같고요.
멘토링 받은 뒤에 남겨야 하는 건 피드백이 아니라 그때 멘토가 뭘 몰랐는지입니다. 윤서님이 "왜 그 결론이 나왔는지"를 적으시는 거랑 비슷한 지점인데, 저는 한 칸을 더 둡니다. 멘토가 제 상황에서 못 본 조건, 그러니까 제가 설명 안 했거나 설명했는데 넘어간 부분이요. 이게 두세 달 뒤에 제일 크게 갈립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같은 상황이 다시 왔을 때 조건이 바뀌어 있거든요. 조건을 안 적어두면 그 조언을 그대로 쓸지 버릴지 판단이 안 됩니다. 저는 6년차 때 받은 조언 하나를 3년을 그대로 들고 다녔는데, 나중에 보니 그 조언은 팀에 리서처가 있다는 전제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저희 팀엔 없었고요. 전제를 안 적어둬서 3년을 버린 셈이죠.
저는 멘토링은 아니고 밖에서 선배한테 몇 달 배운 게 전부인데요, 그때 노션에 결론만 열 줄쯤 적어두고 끝냈다가 반년 뒤에 열어보고 진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서 당황했거든요ㅋㅋ 그래서 요즘은 클라이언트 수정 회차 정리할 때처럼 감정 빼고 "이 컷을 왜 이렇게 고쳤는지" 한 줄씩만 붙여두는 쪽으로 바꿨는데, 이게 윤서님 방식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근데 저는 적을 때마다 그게 선배 기준인지 제가 해석한 기준인지가 섞여버리더라고요. 혹시 윤서님은 그 한 줄 적으실 때 멘토가 한 말 그대로랑 본인 해석을 따로 구분해두시나요? 저는 그게 계속 안 돼서 여쭤봅니다.
저는 그 구분을 표기로 해결했는데요, 멘토가 한 말은 따옴표로 그대로 묶어두고 제 해석은 그 아래 줄에 화살표로 붙여둡니다. 2년차 때 그걸 안 해서, 반년 뒤에 보니 멘토 말인 줄 알고 따르던 게 사실 제가 확대해석한 문장이었던 적이 있거든요. 구분이 안 되면 나중에 그 기준이 틀렸을 때 멘토 말이 틀린 건지 제 해석이 틀린 건지를 못 가려서 통째로 버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재현 가능하게 적는 것보다 출처를 분리해두는 쪽이 더 급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