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입 프로덕트 디자이너입니다. 피드백을 받고 바로 수정에 들어갔다가, 중간쯤 가서 제가 의도를 잘못 이해한 걸 뒤늦게 알게 된 적이 있거든요. 그때 다시 여쭤보면 처음부터 제대로 못 들은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냥 혼자 끌어안고 끝까지 갔더라고요. 결국 두 번 작업하게 됐고요. 다들 작업 중간에 '이 방향 맞을까요' 하고 다시 확인하시는 편인지, 아니면 일단 끝까지 가서 통째로 보여드리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작업 중에 제가 잘못 이해한 것 같을 때, 다시 여쭤보세요?
10.6 12:29조회수 0댓글 11
다시 묻는 게 민망하다는 쪽보다, 저는 처음에 이해한 걸 어디에도 안 남긴 게 더 커 보이거든요. 말로 들은 건 저도 2주쯤 지나면 처음 얘기로 돌아가 있어서, 받은 피드백을 제 식으로 한 줄 바꿔서 피그마 코멘트에 적어두는 편이에요. '이 방향으로 이해했다'를 글로 박아두면, 중간에 다시 확인할 때도 처음부터 못 들은 사람처럼이 아니라 '여기 적어둔 거 이게 맞을까요'로 물을 수 있더라고요. 통째로 끝까지 가서 두 번 작업하는 손실이, 중간에 한 줄 확인받는 민망함보다 훨씬 크고요. 다만 저는 인하우스 3년차라 피드백 주는 쪽이 늘 가까이 있는 편인데, 세진님은 중간에 다시 묻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신지 궁금해요.
끝까지 가서 통째로 두 번 작업하셨다는 대목이 제일 아프게 읽히네요. 저는 3D 쪽이라 결이 좀 다른데, 룩뎁에서 노트 하나 잘못 읽고 씬 전체에 반영해버리면 렌더까지 다시 걸어야 해서 손실이 반나절씩 납니다. 그래서 중간 확인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했습니다. 다만 아무 때나 묻는 건 아니고, 받은 노트를 프로젝트 전체에 걸리는 "결정"인지 그냥 취향인지로 먼저 갈라봅니다. 전자가 애매하면 그 자리에서 다시 여쭙니다. 그거 틀리면 뒤에 쌓인 작업이 다 같이 어긋나거든요. 취향 쪽은 제 판단으로 일단 가고 비교본을 붙여서 보여드립니다. 못 들은 사람처럼 보일까 봐 안 묻는 것보다, 방향 틀어진 채로 반나절 간 걸 들고 가는 게 더 민망하더라고요. 신입 때 혼자 끌어안는 심정은 저도 겪었습니다.
저는 외주 패키지를 처음 맡았을 때, 교정쇄를 받고 나서야 제가 색을 잘못 잡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거든요. 작업하는 중간에도 '이 방향 맞나' 싶은 순간이 몇 번 있었는데, 괜히 처음부터 못 알아들은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냥 혼자 끝까지 갔다가 다시 뽑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세진님 글 보면서, 저만 그러는 게 아니었구나 싶어 좀 놓이더라고요. 요즘은 그래도 다시 여쭤보려고는 하는데, 그 타이밍을 언제 잡아야 하는지가 아직 감이 안 잡혀서요. 거의 다 와서 묻는 건 너무 늦은 것 같고, 너무 초반에 물으면 혼자서는 못 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조심스럽고요. 선배님들은 '이 방향 맞을까요' 하고 중간 확인하는 지점을 보통 어디쯤에 두시는 편일까요…?
저도 그 타이밍을 진도로 재다가 매번 늦더라고요. 거의 다 와서야 '이 방향 맞나' 싶으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몇 퍼센트쯤 왔나가 아니라, 제가 뭔가를 하나 정한 직후에 걸쳐요. 색이든 구조든 방향을 정하면 더 파기 전에 멈추고, '이걸로 가도 될까요'가 아니라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잡았는데 맞게 읽은 걸까요'로 여쭤보거든요. 그러면 혼자 못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한 걸 확인받는 모양이 돼서 좀 덜 조심스럽더라고요. 은수님은 색 잡으실 때 보통 뭘 제일 먼저 정하고 들어가시는 편이세요?
저는 색 잡을 때 메인 컬러보다 '이 색을 어디서 보게 될지'를 제일 먼저 정하는 편이에요. 외주 패키지 처음 맡았을 때 모니터에선 괜찮던 색이 교정쇄에선 완전히 달라서 당황한 적이 있어서요. 그 뒤로는 화면 톤부터가 아니라 쓰일 자리랑 조명을 먼저 잡고, 거기 맞춰 안 쓸 색부터 덜어내면서 메인 하나를 남기는 식이 됐어요. 그렇게 하나 정하고 나면 '이래서 이렇게 잡았다'가 같이 생겨서, 저도 확인받기가 좀 덜 조심스럽더라고요.
다시 여쭤볼 때 "이 방향 맞을까요"처럼 통째로 되묻지 말고, 제가 이해한 대로 지금까지 자른 걸 한 장으로 먼저 정리해서 보내시는 쪽을 권합니다. 저는 그래픽이라 결은 좀 다르지만, 중간에 방향이 어긋난 것 같을 때 말로 다시 물으면 상대가 "일단 해보고 보자"로 넘겨버리더라고요. 그러면 끝까지 가서 통째로 두 번 작업하는 지금 상황이랑 똑같아지고요. 반대로 "저는 A로 이해해서 이 부분을 접었습니다, 맞으면 이대로 갑니다" 식으로 접은 안까지 붙여서 보내면, 못 들은 사람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중간 점검한 사람으로 읽히거든요. 판 걸린 뒤엔 색 하나도 못 바꾸는 게 인쇄라, 저는 애매하면 무조건 걸리기 전에 자르는 편입니다. 혹시 그 중간 확인을 말로만 하시나요, 아니면 어디 적어서 남기시나요?
말로만 여쭐 땐 저도 "일단 해보시고요"로 넘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제가 A로 이해해서 뭘 접었는지 한 줄씩 적어서 보내거든요. 판단이 아니라 제가 자른 목록이라 그런지 못 들은 사람 느낌이 덜 하더라고요. 접은 안까지 붙이라는 말씀, 거기에 왜 접었는지까지 적어두면 딱 중간 점검으로 읽히겠네요. 혹시 그 한 장은 보내기 직전에 쓰시나요, 아니면 하나 자를 때마다 미리 적어두시나요?
저는 자를 때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적어두는 쪽입니다. 보내기 직전에 몰아서 쓰면 이유를 그럴듯하게 재구성하게 되더라고요. 자를 땐 "이게 납기 때문인지, 컨셉 때문인지"가 선명한데 하루만 지나도 그게 흐려지거든요. 감리도 판 걸린 뒤엔 못 바꾸니까 자르는 순간에 왜 접었는지를 같이 남겨두는데, 그래야 그 줄이 나중에 덜 뒤집히더라고요.
놀랍게도 저는 세진님이 "두 번 작업하게 됐다"고 쓰신 그 대목이, 요령 부족이 아니라 돌아가서 대조할 지점이 없어서 생긴 일로 읽히거든요. 다시 여쭤보는 게 민망하냐 아니냐는 해석의 문제라 답이 안 나는데, 그 피드백 자리에서 무슨 말이 실제로 오갔는지는 사실의 문제라 한 줄 적어두면 끝나더라고요. 저는 BX라 프로덕트 수정 기준은 확답 못 드리겠는데,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비슷하게 데인 뒤로는 그 자리에서 "그래서 이 방향으로 가기로 한 거 맞죠?" 하고 제가 이해한 걸 박아두고 넘어가는 쪽이에요. 중간에 통째로 되묻는 게 아니라, 처음에 받은 걸 내가 제대로 쥐었는지 그때 확인하는 거죠. 그러면 중간에 틀어져도 "내가 이렇게 이해했었다"는 기준이 남아서, 되묻는 게 처음부터 못 들은 사람처럼 안 보이더라고요.
돌아가서 대조할 지점이 없었다는 쪽이 맞는 것 같아요. 그 자리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제 머릿속에만 있었고 적어둔 게 없었거든요. 저는 제가 뭘 정한 직후에 한 줄 남긴다고만 생각했는데, 정작 피드백 받은 그 순간에 이해한 걸 박아두는 건 비워뒀더라고요. 제가 자른 목록은 적으면서 받은 걸 제대로 쥐었다는 기준은 안 남긴 거죠. 그 자리에서 "이 방향 맞죠" 하고 바로 되박는 게 처음엔 어색하진 않으셨어요?
어색했어요. 처음엔 그 자리에서 되묻는 게 제가 못 알아들었다고 자백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몇 번 해보니 그게 못 들어서가 아니라, 들은 걸 그 순간에 확정해두는 일이더라고요. 저는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그럼 이 방향으로 가는 거죠" 하고 바로 되박는 편인데, 이걸 안 하면 나중에 회의록 세 줄을 쓰려 해도 정작 "왜 그렇게 정했는지" 칸이 빈 채로 남아요. 어색함은 그때뿐이고, 비워두면 그 비용이 다음 저한테 넘어오더라고요.